韓 투자자, 8월 日 주식 1649억원 어치 순매도

일학개미, 6월 이후 3개월 연속 순매도세

달러/엔 환율 143.45円까지 추락…8월초 이후 최저

“엔 캐리 청산 재차 발생 시 일학개미 대규모 이탈 가능성”

중요한 것은 일본 돈 가격…8월 일학개미, 日 증시서 ‘80개월 만 최대’ 1.2억弗 대탈출 [투자360]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사상 최고치를 찍으며 파죽지세로 우상향 곡선을 그리던 일본 증시에 대한 일학개미(일본 증시 소액 개인 투자자)들의 사랑이 빠른 속도로 식고 있다. 일본은행(BOJ)의 기준 금리 인상으로 역사적 엔저(円低) 현상이 종료하면서 일본 증시 주요 지수가 속절없이 하락하면서다. 여기에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9월 피벗(pivot, 금리 인하) 기대감 고조에 따른 약(弱)달러 현상으로 엔화 가치 상승 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다는 전망에 엔 캐리 트레이드(Yen Carry Trade, 이자율이 낮은 엔화를 빌려 고금리 통화나 성장 자산에 투자하는 것)’ 현상까지 재차 발생할 경우 일본 증시 이탈 현상에 더 속도가 붙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27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SEIBro)에 따르면 전날 종가 기준으로 국내 투자자는 8월 들어서만 일본 증시에서 1억2403만달러(약 1649억원) 규모의 주식을 순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월간 기준으로 봤을 때 지난 2017년 12월 기록한 1억8810만달러(약 2501억원) 어치 순매도세 이후 6년 8개월 만에 가장 큰 규모로 국내 투자자들이 일본 주식을 팔았던 셈이다.

이달 기록한 일학개미의 순매도액은 2017년 11월(3억950만달러, 약 4115억원), 2017년 6월(2억1205만달러, 약 2819억원), 2017년 12월에 이어 역대 네 번째로 큰 수치다. 한국예탁결제원은 지난 2011년 1월부터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했다.

앞서 일학개미는 작년 4월부터 지난 5월까지 14개월 연속으로 월간 기준으로 일본 주식에 대해 순매수세를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 6월부터 이달까지 3개월간은 투심의 방향이 정반대로 바뀐 모양새다. 지난 6월 3088만달러(약 411억원)였던 일학개미의 순매도세는 지난달엔 5140만달러(약 683억원)로 증가했다. 이어 이달 들어서는 아직 한 주의 거래일이 남은 상태에서도 순매도액이 직전달의 2.4배에 이른다.

중요한 것은 일본 돈 가격…8월 일학개미, 日 증시서 ‘80개월 만 최대’ 1.2억弗 대탈출 [투자360]

전문가들은 8월 들어 일학개미가 일본 증시로부터 역대급 엑소더스(대탈출)를 펼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로 현재는 물론, 향후 더 뚜렷해질 것으로 예측되는 엔고(円高) 추세를 꼽는다.

지난 6월 순매도세에 대해 증권가에선 해당월 11일 장중 4만2426.77포인트로 사상 최고점을 찍은 닛케이225 평균주가(닛케이지수)에 대한 ‘차익 실현’ 매물이 출회된 것을 이유로 꼽는다.

본격적으로 엔화 강세가 일학개미의 탈출에 영향을 미친 것은 7월부터다. 헤럴드경제가 한국예탁결제원 자료를 토대로 종가 기준 달러/엔 환율이 161.67엔이던 지난달 10일부터 144.17엔까지 엔화 가치가 치솟은 지난 5일까지 합산한 일학개미의 순매도액 규모는 6015만달러(약 800억원)에 이른다. 8월 들어서는 전날까지 총 17영업일 중 닷새를 제외한 12영업일 간 일학개미는 순매도세를 기록할 정도로 팔자세가 뚜렷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올해 3월 17년 만에 일본은행이 ‘마이너스(-) 금리’를 해제한 데 이어 지난달 31일 기준금리를 사실상 ‘제로(0) 금리’에서 0.25% 상향 조정하고 추가 상승 가능성까지 시사한 것이 추세적 엔고 현상이 불가피할 것이란 점을 투자자들의 머릿속에 각인시켰다”면서 “엔화 가치가 강세를 보일수록 일본 증시를 구성하고 있는 시총 상위 수출주의 실적엔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고, 주가 지수에도 부정적 영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중요한 것은 일본 돈 가격…8월 일학개미, 日 증시서 ‘80개월 만 최대’ 1.2억弗 대탈출 [투자360]
지난 26일 일본 도쿄(東京)에 위치한 한 외환 거래소 전광판에 나타난 달러/엔 환율의 모습. [AFP]

전날 일본 도쿄(東京) 외환시장에서 달러/엔 환율은 8월 초 이후 최저 수준인 143.45엔까지 추락했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이 지난 23일(현지시간) 잭슨홀 미팅 연설에서 금리 인하 시기가 임박했다는 점을 시사한 것에 비해, 우에다 가즈오(植田和男) 일본은행 총재는 같은 날 일본 의회에 출석해 추가 금리인상도 가능하단 발언을 내놓은 결과다. 모로가 아키라 아오조라은행 수석시장전략가는 “미일 간의 금융정책 방향성이 정반대로 향한 것이 엔 매수, 달러 매도의 움직임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짚었다.

전문가들은 앞서 ‘검은 월요일(Black Monday, 8월 5일)’로 불리는 글로벌 증시 대폭락장을 불러온 주요 요인 중 하나로 꼽히는 대규모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재차 발생할 가능성과, 이에 따라 일본 증시 하락에 따른 일학개미의 대규모 증시 이탈 현상이 한동안 더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는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압력의 정점은 통과했지만 9월 후반부에 마지막 고비가 올 수 있다고 예측했다. 다음 달 18일 9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큰 데다, 이틀 후엔 일본은행에서 금융정책결정회의를 통해 통화정책의 태도를 결정하게 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 연구원은 “9월 글로벌 증시 약세의 근본적인 이유는 유동성 위축이란 점을 감안할 때 제한적인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매물에도 주식 시장이 크게 흔들릴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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