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 규모에 최다 메달…MZ 선수들 눈부신 활약

결과보단 과정, 경기 자체를 즐기는 새로운 물결

[이슈앤뷰] MZ들의 반란, 파리의 기적
2024파리올림픽 대한민국 선수단 메달리스트 기자회견이 4일(현지시간) 파리 코리아하우스에서 열렸다. 기자회견이 끝난 뒤 선수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펜싱 오상욱과 도경동은 메달이 없어 손가락하트를 하고 있다. 선수촌에서 함께 출발한 다른 차량이 사이클 여자 도로 경기 여파로 교통이 통제돼 메달은 물론 구본길, 박상원도 기자회견에 참석하지 못했다. 2024.8.4/ 파리=이상섭 기자

[헤럴드경제=박준규·안효정 기자] 12일(한국시간) 막을 내린 2024 파리 올림픽에서 이른바 MZ세대 선수들이 보여준 모습은 ‘새로운 물결’이었다. 그들은 올림픽이란 큰무대가 주는 중압감을 자기확신과 도전 정신으로 즐기려 노력했고, 비록 지더라도 고개를 떨구지 않고 ‘성장의 발판’으로 삼겠다고 다짐했다. 이런 젊은 패기가 모이고 모여 한국 선수단은 금메달 13개를 거머쥐는 ‘파리의 기적’을 이뤘다.

“저는 위험하다고 생각 안 했어요. 준비가 돼 있어서.”

지난 1일 그랑팔레에서 열린 펜싱 사브르 단체전 금메달 직후, 1999년생 도경동(국군체육부대)가 뱉은 한마디는 MZ 선수들의 마음가짐을 잘 드러낸다. 그는 이날 경기에서 한국이 헝가리에 1점차로 간신히 앞선 시점에 교체 투입돼 순식간에 5연속 득점하며 ‘특급 조커’ 역할을 해냈다.

사격 대표팀의 반효진, 오예진, 양지인(이상 사격)과 배드민턴의 안세영, 태권도팀의 박태준, 김유진 등 10대 후반~20대 초반의 젊은 선수들도 금메달을 목에 걸며 ‘팀 코리아’의 맹활약을 이끌었다.

이번 대회의 MZ 선수들의 긍정성에 주목하는 건 단순히 그들이 만든 성과(메달) 때문이 아니다. 이들은 스스로를 믿고, 상황을 받아들이며, 준비 과정 자체를 소중하게 여겼다. 그러면서도 한국을 대표해 올림픽에 출전했다는 자부심을 간직했다.

대한민국의 하계 올림픽 최연소(만 16세) 금메달리스트로 기록된 반효진은 “경험이 없는 것이 단점일 수도 있다. 하지만 모든 대회에 나갈 때 경험을 쌓는다고 생각한다면 부담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뛸 수 있다”고 말했다.

젊은 선수들의 선전은 세대교체의 성공이기도 하다. 장재근 진천선수촌장은 “사격 같은 경우 젊은 층으로 변신했다. 유도, 수영 이런 종목들이 전부 다 세대교체가 돼서 한국 엘리트체육 이끌 자양분이 됐다”고 말했다.

[이슈앤뷰] MZ들의 반란, 파리의 기적
29일(현지시간) 프랑스 샤토루 슈팅 센터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사격 공기소총 10m 여자 결선에 앞서 진행된 5분 연습에서 반효진이 과녁을 조준하기 위해 총알을 장전하고 있다. 한국 사격 대표팀 역대 최연소 선수인 반효진은 우리나라 역대 하계 올림픽 100번째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연합]

더불어 이번에 확인한 세대교체는 그저 젊은 선수의 등장을 넘어선, 올림픽을 대하는 태도의 변화까지 의미한다.

윤영길 한국체육대학교 사회체육학과 교수는 “이전 세대들은 (올림픽서) 성과를 내는 게 약간의 강박, 과제처럼 생각했다면 지금의 세대는 자기가 들어가서 재밌게 즐기고 나오는 형태로 대회를 향유하는 방식에 차이가 느껴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MZ는) 팀을 위한 희생보다는 팀을 개인의 이익을 구현하기 위한 하나의 플랫폼으로 활용할지를 생각한다. 개인의 이익이 팀 내에서의 조화보다 더 중요해진 세대”라고 말했다. 윤 교수는 이런 흐름을 긍정, 부정의 문제가 아닌 ‘다름’이라고 진단했다.

파리 올림픽에서의 ‘반전 활약’이 있었지만 국내에선 수년 전부터 엘리트 체육의 위기가 거론됐다. 파리의 성공의 기쁨은 차차 가라앉히고, MZ 선수들이 보여준 새로운 물결을 이해하는 것부터 한국 스포츠의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