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유혜림 기자] 8월 폭락장 여파로 국내 증시의 ‘빚투(빚내서 투자)’ 자금이 2조원 넘게 줄어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주가 하락 때 수익을 내는 인버스 금융상품에는 빚투 자금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레버리지(자금차입)’를 활용해 한몫 남기려는 투기적 수요까지 유입되면서 국내 증시가 혼탁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3일 금융정보업체 코스콤에 따르면, 지난 7일부터 12일까지 결제일 기준으로 KODEX 코스닥150선물인버스 ETF(상장지수펀드)의 신용잔고는 64억1300만원 증가했다. 결제일이 거래 체결일로부터 2일 뒤(T+2일)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아시아 증시가 무더기로 폭락한 지난 5일부터 8일까지 코스닥 하락장에 베팅한 빚투 자금이 60억원 넘게 몰린 셈이다.
이 기간 신용잔고율은 6.44%에서 8.43%까지 불어났다. 이 상품 투자자 8% 정도가 신용으로 돈을 빌려서 매수해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같은 기간 ▷KODEX 인버스(21억1600만원) ▷RISE 2차전지TOP10인버스(합성)(7억3300만원) 등 다른 인버스 상품들도 빚투 자금이 늘었다. 반면, 전체 신용융자잔고는 지난 5일 19조2941억원에서 17조2040억원까지 약 2조원 감소한 상황이다.
신용거래 잔고는 투자자가 증권사로부터 빌리고 아직 갚지 않은 금액이다. 향후 주가가 오를 것이라 예상한 투자자가 증권사에 돈을 빌려 주식을 살 때 신용거래 잔고가 늘게 된다. 인버스 상품에 신용거래 잔고가 늘고 있다는 것은 주식 시장 하락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는 의미다. 다만, 인버스 ETF는 투자 위험도가 높은 파생형 상품인 만큼 주의가 필요한 상품으로 분류된다.
인버스 ETF를 포함해 지수가 하락하면 수익을 내도록 설계된 국내 리버스마켓 펀드에도 돈이 몰린다. 지난 12일 하루에만 48개 상품에 2718억원의 투자금이 유입됐다. 실제 개인들은 5일 폭락장 이후로 KODEX 코스닥150선물인버스 ETF를 70억9114만원어치 순매수했다. 이는 한국과 미국 반도체 시장에 각각 베팅하는 KODEX반도체(62억원)이나 TIGER 미국필라델피아반도체나스닥(약 66억원)보다 더 많이 사들인 규모다.
여전히 인버스에 자금이 몰리자 일각에서는 투자자들이 하락장 여진을 예상하고 대비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올 들어 지난 7월 말까지 개인들은 국내 주식을 9조원 넘게 팔아치웠다가 이달 들어 다시 3조7510억원어치 사들였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대형 우량주를 중심으로 저가 매수에 나선 셈이지만, 순매수 규모가 워낙 컸던 만큼 2차 급락장이 온다면 단기 충격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실제 13일 코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 넘게 내린 764.86에 거래를 마쳤다.
인버스 빚투와 함께 레버리지를 활용하는 투기적 수요까지 뒤엉키면서 시장 혼돈도 커지는 모습이다. 개인들은 폭락장 이후 코스피200 지수의 하루 수익률을 2배로 추종하는 ‘KODEX 레버리지’를 2617억원 규모로 삼성전자 다음으로 가장 많이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코스닥150 지수의 하루 수익률을 2배로 추종하는 ‘KODEX 코스닥150 레버리지’도 889억원어치 사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