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유혜림 기자] 지난 5일 국내 증시의 역대급 폭락장에 대해 묻자 전문가들은 "정상적 주가 조정으로 보기가 어렵다"며 고개를 흔들었다. 과거 8~9%대 코스피 폭락은 911테러·IMF외환위기·2008년 금융위기·코로나 팬데믹과 같이 금융시장에 충격을 가할 만한 사건과 동반됐기 때문이다. 이번 폭락장을 촉발한 배경에는 미국발(發) 침체 우려, AI 버블, 엔화 강세에 따른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등 여러 이유가 추측된다만 어느 하나 결정적인 원인으로 보기 어렵다는 진단도 있다.
이런 가운데 증권가는 악재가 혼재된 시장에서 반대매매 청산까지 덮치면서 하락폭이 커졌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주가 하락→반대 매매→물량 출회에 따른 낙폭 확대'로 악순환이 촉발됐다는 진단이다. 다만, 6일 한국·일본을 포함한 아시아 증시가 반등하면서 시장은 반대매매 공포를 일부 덜어내는 분위기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증권사 7개사의 담보부족계좌 수는 5일 기준 3만6574개로 집계됐다. 이는 직전 거래일인 지난 2일 1만3412개에 비해 172.7%(2만3162개) 증가한 것으로 하루 만에 근 3배로 늘었다. 1주일 전인 지난달 29일 5552개와 비교하면 558.8%(3만1022개) 급증해 약 7배로 불어난 규모다.
증권사는 투자자에게 주식을 외상으로 빌려주는 대신 일정한 담보비율을 유지할 것을 요구하는데, 이는 증권사가 요구한 담보비율(통상 140%)보다 낮아진 계좌 수를 의미한다. 3거래일내 담보비율을 유지하지 못하면 증권사는 반대매매 수량과 매도가를 정해 주식을 강제청산한다. 이에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전날 하락장에 대해 "정상적 주가 조정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반대매매와 시스템 트레이딩 청산 등이 겹쳤을 가능성이 제기된다"고 했다.
반대매매 공포가 고조된 건 지난 2일에 이어 전날 증시가 급락하면서다. 6일 개장 전 동시호가 시작과 동시에 하한가 종목이 무더기로 쏟아졌는데, 시장에선 전날 증거금을 채우지 못해 반대매매가 발생한 종목으로 보고 있다. 미수 청산 시 증권사는 하한가로 물량을 매도한다. 다행히도 시장은 장중 물량을 소화하면서 해당 종목들도 하한가에서 벗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최근 폭락장에서 신용거래와 미수거래에서 발생한 반대매매도 상당할 것으로 추산된다. 코스콤 체크에 따르면, 지난 5일 미수금 대비 실제 반대매매가 이뤄진 규모는 76억9000만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2일 44억4000만원보다 32억5000억원이 많은 규모다. 신용거래에서 발생한 반대매매 규모는 따로 집계되지 않지만 현재 빚투 규모가 19조원을 웃돈다는 점에서 상당한 반대매매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5일 기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 시장의 신용거래융자는 각각 10조8124억원, 8조4818억원이다.
한편, 폭락장에선 신용잔액 비율이 높은 종목 투자에 주의해야 한다. 증권사들은 일반적으로 신용잔액 비율이 10%를 넘으면 대량의 반대매매가 쏟아질 수 있는 위험 종목으로 분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