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손실분담 위해 채권 발행시 여전채 시장 수급 교란 가능성
현재 영향 없어…카드채 스프레드 3년래 최저 “피해 확산 대비 모니터링 필요”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 '티메프'(티몬·위메프)의 정산 지연 사태를 두고 결제대행업체(PG사)뿐만 아니라 카드사도 관련 손실을 분담해야 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채권시장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채권시장 관계자들은 티메프의 미정산 판매 대금 규모와 금융당국의 추가 지원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달 30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티몬·위메프에 1조원 이상의 건전성·유동성 이슈(문제)가 있다"고 말하는 등 피해 규모가 조 단위로 커질 조짐이 감지되면서다.
특히 PG사가 손실을 떠안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이 원장이 "카드사와의 (책임 분담 등) 상황 조정에 대해서는 무시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챙겨보겠다는 것"이라고 언급하며 카드사도 손실을 분담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하자 여신전문금융채권(여전채) 시장 동향에 관심이 모이는 분위기다.
카드사가 손실 분담을 위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카드채 발행에 대거 나설 경우 시장의 수급 불균형이 커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여전채는 카드사와 같이 자체 수신 기능이 없는 여신전문회사가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하는 채권을 총칭한다.
현재 티메프 사태의 영향이 채권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금융정보업체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카드채(3년물, AA급 기준) 스프레드는 42.4bp(1bp=0.01%포인트)를 기록했다. 티몬이 '무기한 정산 지연'을 발표한 지난달 22일(39.5bp) 이후 소폭 오르긴 했으나 여전히 2021년 9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스프레드는 카드채와 국고채 간 금리 차이로, 스프레드가 커질수록 카드사의 자금 조달 여건이 악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김명실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에 최근 스프레드가 워낙 좁혀진 상황"이라며 "최근 약간 벌어진 것은 조정 차원이지 티메프 사태에 따른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경록 신영증권 연구원은 "카드채 등 여전채에 대한 수요가 워낙 많다"며 "레고랜드 사태 이후 부동산을 기초로 한 채권 같은 다른 채권 물량이 줄어 여전채에 대한 수요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금융당국이 마련하는 티메프 사태 관련 금융대책에 카드사 등이 포함될 경우 시장 분위기가 바뀔 가능성이 없지 않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구체적인 움직임은 없어서 티메프 사태에 따른 시장 영향을 판단하기는 어렵다"며 "다만 시장 심리는 갑자기, 빠르게 바뀔 수 있어 사태가 흘러가는 방향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이화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현재까지 파악된 피해 규모와 정부 대책을 고려할 때 은행이나 카드사의 피해는 크지 않다고 판단한다"면서도 "다만 추가 피해 확산 여부에 대한 모니터링은 필요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