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장중 KB금융·신한지주·우리금융지주 ‘52주 신고가’
2Q 당기순익 KB·우리·신한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이자 수익’에 호실적…밸류업·주주 환원에 투심 쏠려
예대마진 확대·9월 피벗론 금융주 추가 호재로 꼽혀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올해 2분기 역대급 실적 행진에 이어 연간 합산 당기순이익 16조원 시대를 열 것이란 기대감이 커진 ‘4대 금융지주주(株)’ 주가가 ‘52주 신고가’ 기록을 잇따라 갈아치우며 고공행진 중이다. 공격적인 자사주 매입·소각 계획 등을 내놓는 등 ‘밸류업 프로그’의 최우등생 종목으로 꼽히며 주가 급등세에 올라탄 가운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9월 피벗(pivot, 금리 인하) 확률 상승을 넘어 금리 인하폭 확대 가능성까지 더해지면서 투심이 쏠리는 모양새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 코스피 시장에서 4대 금융지주주 중 KB금융(9만2400원), 신한지주(6만4200원), 우리금융지주(1만6960원) 세 곳이 장중 ‘52주 신고가’ 기록을 경신했다. KB금융 주가는 사상 최고점을 넘어섰고, 신한지주는 지난 2007년 7월 이후 약 17년 만에 최고가를 기록했다. 우리금융지주 주가도 지난 2022년 이후 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전날 종가 기준으로 KB금융, 신한지주, 우리금융지주는 각각 전일 대비 3.30%, 4.66%, 0.93% 상승 마감했다. 하나금융지주만 0.79% 약보합세를 보였다.
4대 금융지주주의 올해 주가 상승률은 KB금융이 67.84%로 가장 컸고, 신한지주 51.18%, 하나금융지주 45.16%, 우리금융지주 25.62% 순서로 뒤따랐다.
이들 대표 금융주가 강세를 보인 가장 큰 요인은 역대급 실적 덕분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4대 금융주 중 올해 2분기 당기순이익이 가장 컸던 곳은 KB금융(1조7324억원)이었고, 신한지주(1조4255억원), 하나금융지주(1조347억원), 우리금융지주(9314억원)가 뒤따랐다. KB금융, 우리금융지주는 분기 기준 최대 실적을 경신했고, 신한지주도 일회성 비용을 뺀 경상 기준으로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순익을 기록했다.
이 같은 추세에 따라 4대 금융주의 올해 연간 당기순이익 역시 새 역사를 쓸 것이란 전망이 증권가에서 나온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국내 증권사들이 제시한 4대 금융주 올해 연간 당기순이익(지배주주귀속순이익) 전망치 컨센서스에 따르면 4곳의 당기순이익 합산액은 16조4939억원(KB금융 5조165억원, 신한지주 4조7398억원, 하나금융지주 3조7355억원, 우리금융지주 3조21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전년 동기(14조9279억원) 대비 10.49%나 늘어난 수치로, 관련 수치 집계 이후 사상 최대 수준이다.
4대 금융주 호실적의 바탕엔 ‘이자 수익’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속도 조절 압박에도 불구하고 주택담보대출 등이 늘어난 탓이다. 작년 말부터 경쟁적으로 늘려온 기업대출 관련 잔액 역시 호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시장금리가 하락하면서 순이자마진(NIM)이 내렸지만 대출 잔액 증가로 NIM 하락 효과가 상쇄됐다”면서 “홍콩H지수 호조로 인해 해당 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배상 관련 일부 금액 환입에 따른 일회성 이익도 발생했다”고 짚었다.
정부 주도의 밸류업 분위기 속에서 주주 환원을 강화하겠단 계획을 구체화함으로써 투자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효과도 주가에 반영됐단 평가도 있다.
신한지주는 오는 2027년까지 자기자본이익률(ROE) 10%, 주주환원율 50% 달성을 목표로 제시했다. 현재 5억900만주인 총 주식 수도 2027년 말까지 4억5000만주까지 줄일 예정이다. 지난 25일 금융업권 최초로 밸류업 계획을 발표한 우리금융지주는 총주주환원율 40% 이내에선 현금 배당 성향을 30% 수준으로 실시하고 나머지는 전액 자사주 매입·소각에 사용할 예정이다. 총주주환원율은 ▷CET1(보통주자본비율)에 따라 12.5~13.0% 구간에선 40%까지 ▷13.0% 초과 시 50%까지 확대하는 로드맵을 제시했고, CET1 12.5%를 2025년까지 조기 달성하겠단 계획이다.
이 밖에 KB금융은 올해만 총 7200억원을 자사주 매입·소각에 쓸 예정이다. 금융권 최초로 도입한 분기당 3000억원 규모의 ‘총액 기준 분기 균등배당’에 따라 2분기 주당 배당금은 전분기(781원)보다 증가한 791원으로 결정했다. 하나금융지주도 작년 대비 2배 늘어난 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계획을 상반기 내 조기 마무리하고, 다음 중 전략 소각 예정이다.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은 “정부의 밸류업 기대감이 여전히 자본 시장에 남아있는 만큼 금융주가 하반기 ‘주도주’가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면서 “일본의 밸류업 경과를 볼 때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을 수록 수익률이 높았고, 그중 은행주의 비율이 가장 높았다”고 분석했다.
올해 남은 기간 동안에도 이자 수익에 따른 4대 금융주의 호실적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금융당국의 가계 대출 관리 압박에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올려 대출 수요를 조절하면서 예대마진은 더 커질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미 연준의 ‘9월 피벗론’에 갈수록 힘이 실리는 점도 4대 금융주 주가엔 긍정적 재료란 평가도 이어진다. 최근 미 연준이 가장 선호하는 물가 지표인 6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가 시장 기대치에 부합한 점도 9월 피벗 기대감을 키웠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선물 시장은 전날 오전 3시 30분(미 중부시간) 현재 미 연준이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현 5.25~5.50%로 동결할 확률을 0%로 반영했다. 시장이 더 주목한 부분은 25bp(1bp=0.01%포인트) 인하 가능성은 87.7%로 1주전 88.5%와 비슷했지만, 50bp 인하 가능성이 1주 전 3.8%에서 현재 11.9%까지 높아졌다는 점이다. 피벗을 기정사실화하는 것을 넘어 금리 인하 수준이 강해질 것이란 데 더 많은 전문가들이 베팅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금리 인하가 현실화할 경우 부동산 업황 개선에 따라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최약 부문에 대한 건전성 우려가 완화하고 대손비용 감소에 따른 기대감이 커질 것”이라며 “11월 미 대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것으로 평가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내세운 규제 완화 정책이 금융주에 호재란 점도 긍정적 요인”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