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간담회
한미일 밸류업 생태계 달라
“제조업 기반 한국 ROE 낮을 수밖에”
[헤럴드경제=유동현 기자]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정책이 뿌리내리기 위해선 기업별 특성에 맞게 주주 환원 규모가 달라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미래 먹거리에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면 밸류업이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3일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밸류업 관점에서 본 한미일 증시' 간담회에서 밸류업 지원정책의 지향점에 대해 발표했다.
김 센터장은 한미일 기업의 지배구조에 대해 “미국은 패시브 펀드가 최대 주주고 일본은 오너의 개념이 약한 반면 한국은 오너로 불리는 지배주주들이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구조 아래 미국은 주주 자본주의의 과잉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뉴욕 증시에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구성 기업 중 31개 기업이 전액 자본잠식 상태이며, 이들 기업 대부분은 우량 기업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 센터장은 "자기자본을 줄여서 만든 극강의 자본효율성"이라며 "주주권 행사에 관심이 없는 패시브 투자자의 증가는 경영진의 전횡과 단기주의 횡행으로 귀결된다"고 짚었다.
반면 일본 증시의 밸류업 정책 성공 사례는 중앙은행의 양적완화와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에 민간의 구조조정을 통한 성장전략이 결합한 결과로 풀이했다. 한국에서 이 같은 성공 사례가 재연되기 위해선 적절한 주주환원을 통해 자기자본을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적절한 주주환원 규모의 판단으로는 일본 거래소가 기업가치 제고 프로세스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한 ▷ 현재 상황에 대한 분석과 평가 ▷ 투자자들을 고려한 기업가치 제고안 계획 및 공표 ▷ 주주 및 투자자들과의 지속적 소통 등을 참고할 만하다고 전했다.
김 센터장은 "무조건 자본자산 가격결정모형(CAPM) 같은 공식을 통해 자본비용을 산출할 것이 아니라 투자자의 기대수익률 등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궁극적으로 주주와 소통이 중요하다"면서 "기업의 수익성과 성장 가능성에 대한 신뢰를 제고하기 위한 정보를 자세히 제공해야 한다"고 했다. 김 센터장은 밸류업은 결국 장기 보유 주주의 이익 극대화에 맞춰야 한다고도 했다. 또 "주식에 노출된 국민이 급증했고 가계 금융자산의 효율적 운영이 국부의 관점에서 매우 중요하다"며 차제에 상법 개정까지 정책적 논의를 확장해야 한다고도 설명했다.
최근 정부는 밸류업 지원정책의 일환으로 기업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에 '회사'뿐만 아니라 '주주'를 추가하는 내용으로 상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더. 재계는 포이즌필이나 차등의결권 등 경영권 방어 수단이 없는 상황에서 법 개정이 경영 판단 위축을 불러올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