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 ‘2024년 세법개정안’ 발표
자녀공제금액↑…다자녀가구 상속세 부담 덜어줘
주주환원촉진세제 신설…주주환원 확대기업 지원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정부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었던 상속세 최고세율을 50%에서 40%로 하향 조정하고, 상속세 자녀공제금액을 5000만원에서 5억원으로 대폭 늘려 다자녀가구의 상속세 부담을 덜어주는 방향으로 세법 개정을 추진한다. 세율부터 과세표준(과표), 공제까지 25년 만에 이뤄지는 상속세 일괄 개편이다.
금융투자상품을 통해 실현된 소득을 합산과세하는 금융투자소득세는 다시 한번 폐지 방침을 분명히 하는 동시에 가상자산에 대한 과세는 2년간 유예하기로 했다. 종합부동산세는 보다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개편을 보류했다.
기획재정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2024년 세법개정안’을 25일 발표했다.
정부는 경제의 역동성 지원과 민생경제 회복, 조세체계 합리화, 납세자 친화적 환경 구축 등에 중점을 두고 올해 세법개정안을 마련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브리핑에서 “올해 세법개정안을 통해 경제활력 제고를 통한 성장잠재력 확충과 민생안정을 적극 지원하는 한편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조세제도를 구축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경제 여건 변화를 반영하고 과도한 세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약 25년간 유지된 상속·증여세 손질에 나섰다. 최고세율은 미국·영국 등 주요국 수준에 맞춰 50%에서 40%로 인하하고, 하위 과세표준을 1억원에서 2억원 이하로 조정한다.
상속세 자녀공제금액은 1인당 5000만원에서 5억원으로 확대한다. 현재 상속인은 기초공제(2억원)과 인적공제를 합한 금액과 일괄공제(5억원) 중 더 큰 금액을 선택해 공제를 받을 수 있다. 정부안대로 자녀공제금액을 5억원으로 올릴 경우 자녀가 1명만 있어도 기초 공제와 인적공제의 합계액이 7억원으로 일괄공제보다 많아진다.
밸류업·스케일업 우수기업에 대해서는 가업상속공제 한도를 600억원에서 1200억원으로 2배 확대하고, 기회발전특구 창업·이전 기업은 공제 한도를 폐지해 전폭 지원하기로 했다. 가업상속공제 대상도 매출액 기준을 없애고 모든 중소기업·중견기업으로 확대한다. 기업 승계 과정에서 발생하는 과도한 세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최대주주 보유주식에 대한 할증평가를 폐지한다.
주주환원을 확대하는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주주환원촉진세제’도 신설한다. 정부는 밸류업 자율공시를 이행하고 배당·자사주 소각으로 주주환원을 확대한 코스피·코스닥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법인세를 깎아주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직전 3개년 주주환원(배당·자사주 소각) 분보다 5% 초과분에 대해 법인세를 5% 세액공제해주는 방식이다. 법인세 세액공제를 받은 밸류업 공시 기업의 주주도 배당 증가분에 대해서 소득세 혜택을 받는다.
내년 1월부터 시행 예정인 금융투자소득세에 대해서는 폐지 방침을 거듭 확인했다. 역시 내년부터 가상자산 투자소득 과세는 2년 유예하기로 했다. 과세체계와 인프라 미비 등을 이유로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하지만, 정부·여당이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를 추진하는 상황에서 자산별 과세형평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결혼·출산·양육 각 단계별로 지원도 확대한다. 결혼하는 부부에게 최대 100만원(1인당 50만원)을 공제하는 ‘결혼세액공제’를 신설한다. 올해 1월1일 혼인신고분부터 소급되며 2026년까지 3년간 생애 1회 한정이다. 배우자도 주택청약종합저축에 대한 소득공제와 이자소득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변경한다.
혼인으로 부부가 1가구 2주택자가 된 경우에 적용하는 양도소득세·종합부동산세 1가구 1주택 간주기간을 5년에서 10년으로 확대한다. 기업이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출산지원금에 대해서는 근로소득을 전액 비과세하고, 자녀세액공제는 자녀 1인당 10만원씩 상향해 자녀 양육에 따른 부담을 덜어준다.
아울러 소기업·소상공인의 사회안전망 강화를 위해 노란우산공제 납입금에 대한 소득공제 한도를 100만원 상향한다. 임대료를 인하하는 착한임대인에게 적용하는 세액공제 혜택도 1년 연장한다.
정부는 관심을 모았던 종합부동산세 완화, 유산취득세 도입 등은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보고 세법개정안에서는 관련 내용을 다루지 않았다. 특히 종부세는 현 정부 첫해인 2022년 큰 폭으로 완화한 데다 최근 들썩이는 부동산시장 심리까지 고려해 보류한 것으로 보인다.
세제 당국은 이번 세법개정안으로 내년부터 향후 4조3515억원(전년 대비 기준 순액법)의 세수가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세수감소의 대부분이 상속·증여세(4조565억원)라는 점에서 국회 세법심사 과정에서 ‘부자감세’ 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최 부총리는 “올해 국세 수입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내년 이후는 수출 증가에 따른 기업실적 호조가 예상된다”면서 투자·소비 촉진을 위해 그간 추진해 왔던 정책의 효과가 나타난다면 전반적으로 세입 여건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향후 입법예고와 부처협의, 국무회의 등을 거쳐 국회에 제출되고, 국회 논의를 거쳐 최종 확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