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비트 공동매각 이어 SK E&S 합병 협조

FI와 SI 간 분쟁 피하고 협력 사례 추가

키스 김 파트너, 인프라 자산 관리 주도

KKR, 태영 이어 SK까지 조력…'기업 파트너' 역할 부각 [투자360]
키스 김(Keith Kim) KKR 파트너 [KKR 홈페이지]

[헤럴드경제=심아란 기자] 미국 최대 사모펀드 운용사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가 국내 기업의파트너로서 역할이 조명되고 있다. 인프라 투자 포트폴리오인 태영그룹에 이어 SK그룹의 구조조정에도 KKR의 조력이 예상된다. 키스 김(Keith Kim) 대표가 KKR 파트너로 부임한 원년에 전략적투자자(SI)와의 우호적 관계 등 운용 역량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다.

2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KKR은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과 관련해 SK 측에 협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자회사 SK온에 대한 지원 부담을 상쇄하기 위해 종합 에너지 기업 SK E&S와 합병을 추진했다. 자산 규모와 현금창출력을 키워 재무안정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SK E&S가 발행한 3조1350억원 규모의 미상환 상환전환우선주(RCPS)는 양사 합병의 걸림돌로 지목된 상태다. 해당 RCPS는 KKR이 전량 인수해 소유하고 있다. RCPS의 표면만기는 30년이지만 발행 5년이 경과되는 2026년 11월부터 SK E&S의 조기상환권 효력이 시작된다. 계약상 KKR이 보장 받는 내부수익률(IRR)을 상향해 SK E&S의 RCPS 조기상환을 유도하는 거래다.

상환까지 2년가량 시간은 남아 있지만 SK E&S의 기한이익이 상실되는 이벤트가 발생했다. SK이노베이션에 흡수합병될 경우 KKR이 투자한 기초자산이 바뀌기 때문이다. KKR 입장에서는 RCPS를 현금으로 상환 받거나 거래 당시 설정한 현물자산인 SK E&S의 도시가스 자회사 7곳을 받고 투자금을 조기에 회수할 수 있는 상황이다.

SK그룹은 유동성을 지키기 위해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3조원을 훌쩍 넘는 RCSP 상환 의무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여기에 현금흐름의 핵심인 도시가스 자회사를 KKR에 내어줄 경우 합병 명분도 약해진다. 그 결과 SK 측은 합병의 전제 조건으로 SK E&S의 ‘RCPS 소멸’을 설정했다.

현금과 도시가스 자회사를 지키는 동시에 당장의 RCPS 상환 부담에서 벗어나려면 KKR의 투자를 ‘합병 후 SK이노베이션’으로 승계하는 방식 등이 대안으로 언급된다. 물론 SK 측의 논리는 빈약할 수밖에 없다. KKR의 인프라 포트폴리오인 SK E&S의 정체성 자체가 바뀌는 게 대표적인 문제다. 결국 KKR을 설득할 수 있는 수익률과 상환 가능성 등 협상안을 구상하는 게 SK의 최대 과제다.

KKR은 우선 SK 측이 제시하는 협상안을 긍정적으로 들여다본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파악된다. 최초 투자 가치가 훼손되지 않는다면 RCPS 소멸에 동참할 수 있다는 뜻이다. 계약 조건에 맞춰 기계적으로 RCPS 상환을 요청해 관계를 정리하기보다는 투자 취지에 맞춰 SK의 파트너로서 역할을 한 번 더 이행하겠다는 의지다.

KKR의 행보는 한국의 인프라스트럭처 투자를 관리하는 김 파트너의 전략으로 부각되고 있다. SI와 분쟁하기보다는 협력해 투자 수익을 극대화하는 트랙레코드를 쌓고 있는 모습이다.

KKR은 연초 유동성 위기에 빠진 태영그룹의 구조조정에도 동행하며 시장 내 이목을 끌었다. KKR은 태영그룹 지주회사인 티와이홀딩스와 종합 환경회사 에코비트를 공동 소유하고 있다. 티와이홀딩스는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에 돌입하자 자산 유동화를 위해 에코비트 매각을 선택했다.

KKR은 계약 조건상 태영 측의 에코비트 경영권 지분을 몰수할 수 있었지만 이런 의사결정을 내리진 않았다. 태영의 에코비트 매각에 동의하면서 경영 정상화에 협조했다. 덕분에 에코비트는 UBS와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해 매각 작업을 진행 중이다. 현재 4곳의 원매자를 확보했으며 본입찰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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