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온·SK TI·SK 엔텀 3사 합병 앞둬
내년 2월께 합병 절차 마무리
알짜계열사 활용 SK온 살리기 나서
[헤럴드경제=노아름 기자] SK온에 베팅한 재무적투자자(FI)가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를 택했다. 현 상태로는 투자금회수가 요원했지만 계열사 합병으로 SK온에 변화를 꾀한 뒤 후일을 도모할 것으로 보인다.
18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 자회사인 SK온과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SK TI), 그리고 SK온과 SK엔텀의 합병안이 각사 이사회에서 의결됐다.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으로 인해 자산 100조원을 상회하는 대형 에너지 공룡기업이 탄생한 가운데 SK온과 SK TI, SK엔텀 또한 3사 합병을 결정했다. 내달 예정된 주주총회 등을 통해 주주 승인을 얻은 뒤 내년 2월 합병 절차가 마무리될 예정이다.
투자유치와 상장 등 SK온의 가치제고를 위해 다양한 방법을 고민했던 SK 측은 계열사를 활용한 자구책을 마련하는 결정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SK온에 베팅했던 복수의 FI 역시 향후 원활한 투자금 회수(엑시트) 도모를 위해 우선 SK그룹의 자구책 마련에 동조한 모양새다. 지난 17일 SK온은 이사회를 개최해 합병안을 승인했다. SK온 이사회에는 MBK파트너스를 비롯해 한국투자프라이빗에쿼티(PE) 인사가 기타비상무이사에 올라 영향력을 행사하는 구조다.
SK온은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약 3조원 규모 상장전지분투자(프리IPO)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사모펀드(PEF)운용사 MBK파트너스, 한국투자PE, 이스트브릿지파트너스, 스텔라인베스트먼트 등이 SK온의 투자자로 합류했다. 투자자에게 약속한 상장 기한은 오는 2026년이다.
자회사 중 알짜계열사를 묶어 붙여놓기 때문에 큰 폭의 재무지표 변화가 예상된다. SK이노베이션은 이번 3사 합병에 따라 SK온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가 약 5000억원 가량 증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동시에 합병비율에 따른 FI의 지분율 희석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SK온과 SK TI 합병비율은 약 1대 16.87이며, SK온과 SK엔텀 합병비율은 약 1대 2.65이다.
다만 3자 합병으로 인해 FI로서는 후일을 도모할 여지가 생겼다. 일례로 SK엔텀이 매각 가능성에 대해 투자업계 관심을 받는 상황이기 때문에 향후 자산매각에 따른 캐시아웃(현금화) 가능성 등 합병으로 인한 여러 선택지가 생길 수 있다.
앞서 SK그룹은 올 초 진행하던 SK온 투자유치 작업이 어려워지자, 인수·합병(M&A) 시장에 지분을 내놓을 경우 팔릴만한 매물을 찾는 과정에서 자본시장 관계자들과 접촉했다. 이 단계에서 탱크터미널 산업군에 투자했던 여러 FI를 찾아 SK엔텀 지분담보 유동화 가능성을 타진한 것으로 파악된다.
SK 측과 논의 테이블에 앉은 복수의 FI들은 SK가 일종의 파킹성 딜(추후 재인수)을 염두에 두고 SK엔켐에 대한 시장서 몸값 책정 및 흥행 가능성 파악해보려던 것으로 인식했다.
특히 유류 탱크터미널은 이익창출력이 좋아 배당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하기 수월하고, 원매자가 다양해 수년 후 재매각에 나서기에도 용이하기 때문에 PEF 운용사들에게 비교적 익숙한 산업군으로 손꼽힌다. 실제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맥쿼리자산운용(이하 맥쿼리PE) 등을 포함해 국내 IMM프라이빗에쿼티(PE) 등이 탱크터미널 기업을 포트폴리오로 편입했던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