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국가유산청이 출범했다. 기존 문화재라는 명칭으로는 확장되어 가는 정책 범위를 포괄하는데 한계가 있고 유네스코의 분류체계와 서로 다르다는 점을 주요 배경으로 삼아 문화재청이 새 이름을 단 것이다. 오래전부터 지적되어 온 일본의 문화재보호법을 원용한 문화재(文化財)라는 명칭은 ‘재화(財貨)’적 성격이 짙고, 자연이나 사람을 논하는데 적절치 않다는 점도 부연했다.
더불어 국가유산기본법을 통해 문화유산, 자연유산, 무형유산으로 분류하고 각각의 개별법을 통해 정책의 패러다임을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설명에도 불구하고 관련 현장에서는 다양한 의견들이 표출되고 있다. 그 중 문화재를 대체하는 용어는 ‘국가유산’이 아니라 ‘유산(Heritage)’에 방점을 두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유산은 과거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것으로 현재와 더불어 살아가고 미래세대에 물려줘야 할 자산이라는 점에서 취지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특히 국가라는 개념은 상대주의와 보편주의에 기반한 유산에 대해 내셔널리즘(Nationalism)이라는 모순점을 안은듯하고, 분류나 지정 여부와 상관없이 유산은 가치 중립적이고 등가적(等價的)인데 오히려 획일화하고 서열화하는듯한 인상을 준다는 지적도 있다. 향후 정책적 확장성과 함께 국가유산청이 해결해야 할 과제라 하겠다.
한편, 국가유산과는 별개로 정부의 각 부처는 국제기구 협약 등의 근거와 개별적인 법률을 통해 유산에 대한 지정과 지원에 나서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어업인 삶의 질 향상 및 농어촌지역 개발 촉진에 관한 특별법’에 근거하여 ‘국가중요농업유산’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농업인이 해당 지역의 환경·사회·풍습 등에 적응하면서 오랫동안 형성시켜 온 유·무형의 농업자원 중에서 보전할 가치가 있는 농업자원’이 대상이다. 2013년 청산도의 ‘구들장 논’과 제주도의 ‘밭담’이 처음으로 지정되었고 이듬해에는 세계식량기구(FAO)의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도 등재됐다. 같은 법률에 근거해 해양수산부도 2015년부터 ‘국가중요해양유산’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제주 해녀 어업’, ‘보성 뻘배 어업’, ‘남해 죽방렴’ 등이 그것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2019년부터 ‘과학관의 설립·운영 및 육성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국가중요과학기술자료’ 등록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항공역사도 100여 년이 흘렀다. 이제 ‘항공유산’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때가 됐다. 이미 공군에서 운용했던 L-4 연락기와 부활호, 제주 알뜨르비행장 일제 지하벙커, 6.25전쟁 군사기록물 등은 국가등록문화유산이 됐고, 부활호는 중요과학기술자료로도 등록됐다. 국립항공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이용근 비행사 면허증과 신문자료, 서왈보 비행사 사진 등은 유산으로서의 가치가 크다.
전국에 산재해 있는 항공유산에 대한 기초조사와 전수조사를 서둘러 준비해야 한다. 공항의 관제탑과 건물, 활주로와 격납고 그리고 항공산업의 발전과정에서 파생된 시제기와 최초 도입 항공기 등 ‘산업유산’과 ‘미래유산’의 개념을 도입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한 법률적 근거를 마련하고 보존과 활용에 대한 논의까지 진전시켜야 한다.
안태현 국립항공박물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