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법, 5월 협박 혐의 구제역에 벌금 200만원

인터뷰 취재 명목으로 가족 신상 공개 협박한 혐의

[단독]유튜버 구제역 “당신 아들 당당하냐?” 협박 사건도 1심 유죄
유튜버 구제역(본명 이준희)이 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스스로 조사를 받겠다며 자진 출석하고 있다. 구제역은 구독자 1000만여 명을 보유한 유튜버 쯔양(본명 박정원)의 과거를 폭로하겠다고 협박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이용경 기자] 먹방 유튜버 ‘쯔양’의 과거를 폭로하지 않는 조건으로 돈을 갈취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유튜버 ‘구제역’이 지난 5월 또 다른 협박 혐의로 기소된 사건에서 벌금형을 받은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16일 헤럴드경제 취재에 따르면 수원지법 형사13단독 김달하 판사는 지난 5월 23일 협박 혐의로 기소된 유튜버 ‘구제역(본명 이준희)’에게 약식명령액과 같은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당초 수원지법은 지난해 3월 이씨에게 벌금 200만원의 약식명령을 내렸으나, 이씨가 같은 해 4월 이에 불복하면서 정식재판을 청구한 사건이다.

검찰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 2022년 3월께 ‘A씨가 택배기사를 상대로 갑질을 했다’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재된 글을 보고 A씨측에 접촉했다. 해당 글은 택배기사가 작성해 올렸으며, 이씨는 ‘반론권 보장’을 언급하며 A씨의 모친과 가족들에 문자를 보내고 가족들의 신상을 공개하겠다며 협박한 혐의를 받는다.

특히 이씨는 같은 해 3월 20일 오후 6시 30분께 A씨에게 “당신 아들도 당당하지 못한 사람이더군요. 다음 영상 기대하십시오”라는 문자를 보낸 뒤 같은 날 오후 11시 8분께 다시 A씨에게 “당신네 가족이 한 갑질에 대한 내용 여쭙고 싶네요. 반론하고 싶으면 연락 주십시오”라는 문자와 함께 A씨의 남편과 아들의 사진을 전송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씨가 A씨에게 마치 자신의 유튜브 방송에서 A씨의 아들과 남편의 신상을 공개하고, 특히 A씨 아들의 과거 행적에 대해서 부적절하다며 이를 방송할 것처럼 행동하는 등 가족들에 대한 해악을 고지해 협박을 한 것으로 보고 이씨를 기소했다.

반면 이씨 측은 재판 과정에서 “A씨에게 문자메시지를 전송한 행위는 협박에 해당하지 않고, A씨를 협박할 고의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이씨가 A씨에게 문자를 전송한 행위는 협박에 해당하고, 이씨에게는 이에 대한 고의도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협박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김 판사는 “이씨는 유튜브 방송을 위해 적극적으로 A씨를 만나려고 했는데, A씨가 중간에 태도를 바꿔 인터뷰 요청을 거부하자 어느 정도 반감을 가졌을 것으로 보인다”며 “A씨 아들의 잘못을 암시하며 다음 영상을 기대하라고 말하는 것은 문장의 구조나 문맥상 ‘해당 영상에서 당신 아들의 잘못을 다루겠다’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다분하고, A씨 가족의 갑질에 대해 물어보고 싶다는 것 역시 ‘다음 영상’의 소재가 A씨 가족이 될 것임을 암시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A씨를 취재하던 이씨가 갑자기 A씨 아들에 대한 비위를 언급하는 것은 정상적 대화의 양상으로 보기 어렵다”며 “오히려 아들을 빌미로 A씨를 압박해 인터뷰에 응하도록 하려는 의도가 은연중에 있었다고 볼 여지가 많은 점 등을 고려하면 이 같은 문자를 전송한 행위는 협박으로 평가하기에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김 판사는 “범행 이후로 A씨가 이씨에게 전송한 문자와 블로그에 게시한 글 등에 비춰 보면, 이씨의 주장과 같이 A씨가 이번 범행으로 인해 공포심을 일으킨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면서도 “협박은 사람으로 하여금 공포심을 일으키게 하기에 충분한 것이면 족하고, 상대방이 그에 따라 현실적으로 공포심을 일으킬 것까지 요구되는 것은 아니므로 A씨가 이씨의 문자를 받고서 실제 공포심을 느꼈는지 여부는 범행 성립에 아무런 방해 요인도 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씨가 A씨에게 명시적으로 A씨 아들의 사진이나 신상을 유튜브에 공개하겠다고 말한 사실이 없고, A씨 아들을 언급한 것 역시 해당 문자메시지가 사실상 유일하지만, 해악의 고지가 상대방에게 반드시 직접적이고 명시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문자를 전송하게 된 경위와 사건의 전반적 맥락, 문자의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일회성의 해당 문자메시지 전송만으로도 충분히 해악을 고지한 것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이씨는 이 같은 1심 판결에 불복해 지난 5월 29일 항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