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석화 액상 BR 공정 개발…고객사 평가 시행 중
LG화학, 롯데케미칼 등도 스페셜티 개발 속도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석화 시장 불황 장기화
차별화된 제품 앞세워 돌파구 모색
[헤럴드경제=한영대 기자]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이 장기화된 시장 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스페셜티(고부가가치) 제품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은 전 세계적으로 소수 기업만이 양산하고 있는 액상 고무 개발에 성공, 고객사로부터 제품 평가를 받고 있다. LG화학을 비롯한 다른 석유화학 기업들도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스페셜티 제품군을 확대하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금호석유화학은 올해 5월 액상 부타디엔고무(BR) 공정을 개발, 파일럿 테스트를 완료했다. 개발이 완료된 제품은 현재 타이어업체 등 고객사들로부터 평가 받고 있다.
액상 BR은 고체인 기존 BR과 달리 점성을 갖고 있는 액체 형태의 합성고무이다. 타이어 제작 시 첨가제 역할을 수행, 타이어 내마모성 및 연비 성능을 끌어올린다. 고내마모를 요구하는 전기차용 타이어에 적합한 소재로 주목 받고 있다. 액상 BR는 타이어 외에도 신발 등 다양한 제품에 사용될 수 있다.
액상 BR은 기술적 장벽이 높아 글로벌 석유화학 기업들도 쉽사리 개발을 시도하지 않고 있다. 현재 전 세계에서 액상 BR를 생산하고 있는 주요 기업은 독일 에보닉과 프랑스 크레이 밸리, 일본 쿠라레 등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금호석유화학은 액상 BR의 상용화 목표 시기를 2026년으로 잡았다. 금호석유화학 관계자는 “기술 개발 현황에 따라 상용화 시기는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금호석유화학은 또다른 스페셜티 제품 상용화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내 배터리 셀 업체로부터 양극재용 소수벽 탄소나노튜브(FWCNT) 사용에 대한 승인 절차를 밟고 있는 것이다. 전기차 소재 중 하나인 FWCNT는 다른 CNT와 비교했을 때 전기 전도성이 높다.
다른 석유화학 기업들도 스페셜티 제품 개발 및 양산에 열을 올리고 있다. LG화학은 CJ제일제당과 손잡고 바이오나일론 개발 및 양산을 준비하고 있다. 바이오나일론은 내구성이 좋고 마찰에 강해 섬유뿐만 아니라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에 활용될 수 있다.
롯데케미칼은 최근 전기차 배터리의 열폭주 현상을 늦출 수 있는 플라스틱 제품 개발에 성공했다. 한화솔루션은 전선 고부가가치 소재인 가교폴리에틸렌(XLPE)을, DL케미칼은 차세대 태양광 소재인 폴리올레핀엘라스토머(POE)를 생산하고 있다.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은 스페셜티 제품을 통해 중국발 공급과잉에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세계 최대 석유화학 제품 소비국인 중국의 내수 시장이 장기간 부진에 빠졌음에도 현지 기업들은 범용 제품 생산능력을 키우고 있다. 수요 대비 공급이 많아지자 중국 의존도가 높은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은 지난해부터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최근 중국 경기가 조금씩 살아나면서 석유화학 제품 수요의 반등 조짐이 보이고 있지만, 범용 제품 수익성은 여전히 회복되지 않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석유화학 제품의 쌀이라 불리는 에틸렌 마진은 지난달 기준 t당 137.73달러에 그쳤다. 손익 분기점인 t당 300달러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
계속된 위기 상황 속에서 석유화학 업체들이 내놓은 해결책은 스페셜티 제품이다. 중국이 쉽게 생산하지 못하는 제품을 개발 및 양산해 시장 주도권을 차지하는 것이다. 스페셜티 제품은 일반 범용 제품과 비교했을 때 가격도 비싸 수익성 개선에 도움을 준다.
석유화학 업계 관계자는 “중국 기술력이 과거에 비해 많이 향상된 만큼 중국으로부터 추격을 허용하지 않기 위해 기업들은 차별화된 기술 개발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