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저격수’ 버리고 “그런 모습 보여 죄송하다”
토론서 경제·민생 질문…수도권 원패스 등 공약 제시
전략 수정 해석도…韓·羅 “갑자기 발을 빼나” 지적
[헤럴드경제=김진 기자] 국민의힘 당권 경쟁에서 ‘반(反)한동훈 연대’의 최전선에 서 있던 원희룡 후보가 9일 돌연 “제가 먼저 모범을 보이겠다”며 네거티브에 선을 그었다.
원 후보는 이날 TV조선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7·23 전당대회 당대표 후보 첫 TV토론에서 한 후보에 대한 공세에 나서는 대신 경제·민생 관련 발언에 집중했다. 원 후보는 이날 자신의 1차 주도권 토론 순서에서 “집권여당이랍시고 전당대회를 하는데 정말 다투는 모습으로 여러분들 보고 싶지 않고 스트레스 받는 그런 모습을 보여드려서 정말 죄송하다”고 사과로 운을 뗐다. 앞서 한 후보에게 제기된 ‘문자 읽씹(읽고 무시)’ 논란을 “해당 행위”라고 비판하고, 한 후보에 대한 총선 ‘사천’ 의혹을 제기한 것과 대조적이다.
이후 원 후보는 경쟁주자들에게 “서민들의 물가 문제를 어떻게 진단하시고 해결하실 생각이신지 구체적인 방안까지 있으신가”라고 물었다. 이에 한 후보는 “고물가와 고금리를 먼저 잡고 민생을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변화를 1번 정책으로 해야 된다”며 내년 1월 시행되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필요성을 언급했다. 윤상현 후보는 “오히려 지금이야말로 선제적인 금리인하를 할 때”라며 “소상공인들의 어떤 이자 부담을 줄여주자”고 했다.
원 후보는 2차 주도권 토론에서도 “고금리에 대한 비전과 선거캠페인 이 부분이 당시 승부처 중 하나였다고 생각한다”며 더불어민주당의 총선 공약이었던 민생회복지원금(전 국민 25만원 지원)을 언급했다.
달라진 원 후보의 모습은 전날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과 추경호 원내대표, 서병수 선거관리위원장의 ‘네거티브 자제’ 요청에 따른 것이다. 황 위원장은 전날 회의에서 “전당대회가 과도한 비난전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는 일부 지적에 귀기울여야 한다”고 말했고, 추 원내대표도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자해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 위원장은 같은 날 광주에서 열린 첫 번째 합동연설회 직전 후보들을 만나 공정 경쟁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에서는 문자 읽씹 논란을 계기로 한 후보에 대한 친윤석열계(친윤)의 반감이 높아진 만큼, 원 후보가 정책 역량을 강조하고 당 통합을 제시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원 후보는 이날 토론회에 앞서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주3일 출근제 도입, 수도권 원패스 도입을 공약으로 제안하기도 했다. 특히 수도권 원패스는 서울시의 무제한 교통정액권인 기후동행카드를 인천·경기로 확대하는 내용으로, 지난 총선 원 후보가 제안했던 당 차원 공약이다. 원 후보는 그간 날을 세웠던 한 후보를 향해서도 이날 “한 위원장도 (총선 기간) 최선을 다했다”며 “저도 고마워하고 안쓰러운 생각을 한다”고 해 눈길을 끌었다.
이날 원 후보의 모습은 경쟁주자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한 후보는 자신에 대한 사천 의혹 제기와 관련해 “어떤 가족을 말씀하시는 것이고, 어떤 공천에 대해서 개입을 했다는 것이냐”며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원 후보가 “저는 선관위와 약속을 했기 때문에 협조하겠다는 입장”이라며 답변을 거부하자, 한 후보는 “이 정도면 명예훼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 후보는 “원희룡 후보가 어제 선관위 결정을 존중한다 그러셨는데 사실 그동안 줄 세우기, 줄 서기, 구태, 계파 이런 건 다 나오지 않았나”라고 지적했다. 나 후보는 “그런데 갑자기 발을 빼신다니까 제대로 된 토론이 안 되는 게 아닌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