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앞을 볼 수 없는 시각장애인도 야구를 한다. 벌써 한국에서 12년이나 지났다.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은 2012년 국내 최초 시각장애인 야구단인 ‘실로암 시각장애인 야구단’을 창단해 현재까지 12년째 운영하고 있다.
시각장애인 야구가 일반 야구와 갖는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소리이다. 일반적인 야구는 투수가 공을 던지는 타이밍, 속도, 경기 진행 상황을 눈으로 확인하고 경기에 임하지만, 시각장애인 야구는 시각장애인이 주변 환경을 눈으로 확인할 수 없는 것을 보완하기 위해 공과 베이스에서 특수한 소리가 나도록 개발되었다.
또한 규정에서도 일부 차이가 있다. 일반 야구에서는 투수와 타자가 다른 편이지만, 시각장애인 야구에서는 투수가 타자와 같은 편이다.
스트라이크는 4번일 때 아웃이며, 베이스 주루는 1루 베이스만 있어 성공 시 1점을 득점한다. 수비는 타자가 타격 후 베이스에 도착하기 전, 소리 나는 공을 잡아서 들어 올리면 아웃이다.
이때 사용하는 야구공은 일반 야구공과 달리 크기가 약 2.5배 크며, 공에 꽂혀있는 핀을 뽑으면 끊어지는 음성으로‘삐-삐-삐’하는 소리가 나와, 이를 듣고 공을 칠 수 있도록 한다.
베이스에서는 공과 달리 지속되는 음성으로‘삐-’소리가 나와 타자들이 소리를 듣고 달려갈 수 있도록 한다.
‘실로암 시각장애인 야구단’은 미국 NBBA(National Beep Baseball Association)에서 개발한 시각장애인 야구를 2011년에 도입하며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시각장애인 야구 교실이었지만, 2012년도에 정식 야구단으로 거듭났다.
경기 진행을 돕기 위해 참여하는 비시각장애인 봉사자는 안대를 껴야 하며, 시각장애인 선수들은 오직 청각과 본능적인 감각에 의존하여 경기에 참여한다.
‘실로암 시각장애인 야구단’의 원년 멤버로 활약 중인 이상엽 씨는 “맹학교에서 하던 야구는 발야구 형식이었다. 그와 달리 이곳에서 하는 시각장애인 야구는 실제 야구의 형식을 이용해 경기할 수 있다. 일정한 타격폼을 유지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항상 꿈에만 그리던 야구를 직접 할 수 있어 그야말로 Dreams Come True라고 할 수 있다”는 소감을 말했다.
또한 올해 3월 처음 야구단에 들어온 조성기 씨는 “실로암 시각장애인 야구단에 참가하며 ‘나도 충분히 할 수 있다.’라는 것을 깨달았다. 최종 목표는 미국 NBBA에서 주최하는 시각장애인 야구대회(World Series)에 출전하는 것이다.”라는 목표를 전했다.
현재 실로암 야구단은 서울특별시장애인체육회(관악구장애인체육회)의 2024 생활체육교실 및 동호회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시각장애인이 함께 모여 교류하고 건강을 증진할 수 있도록 격주 토요일과 평일 야간에 야구단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2012년부터 ‘실로암 시각장애인 야구단’을 이끌어 온 신동선 팀장은 “야구를 사랑하는 시각장애인들이 최선을 다해 훈련에 참여하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가장 뿌듯하다. 야구단 초기에는 훈련하는 장소도 마땅하지 않고, 시끄럽다는 주민들의 민원으로 공원 운동장에서 쫓겨난 적도 있었다. 이제는 국내에 유일한 시각장애인 야구단이라는 자부심으로, 미국 전역의 시각장애인 야구팀들이 참여하는 시각장애인 야구대회(World Series)에 참가해 함께 교류전을 펼쳐보는 것이 최종 목표이다.”라며 포부를 밝혔다. 또한 “선수들의 실력향상을 위해서는 정기적으로 시각장애인 야구 선수들과 호흡을 맞춰 경기를 진행할 수 있는 자원봉사자가 필요하다. 야구를 사랑하는 자원봉사자분들의 꾸준한 지원이 있다면 선수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라며 자원봉사자 모집의 간절함을 전했다.
이외에도‘실로암 시각장애인 야구단’을 운영하는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 스포츠여가지원팀에서는 생활 체육 교실을 비롯해 여가 레저, 주말 문화 여가 프로그램, 헬스장 운영 등을 통해 시각장애인의 풍요로운 여가생활과 건강 증진을 지원하고 있다. ‘실로암 시각장애인 야구단’과 관련된 문의는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 스포츠여가지원팀으로 연락하면 된다.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은 앞으로도 다양한 사업과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시각장애인의 좋은 삶 살기를 위해 이용자 중심의 다양한 활동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삶의 의지를 갖고 장애를 넘어 뭐든 개척하려는 자, 이들의 삶을 도와주는 손길, 모두 멋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