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500 종목 중 12개월 매출 대비 주가 ↑
닷컴버블 사태 비견…다만, 이익 측면 차이
[헤럴드경제=유동현 기자] 인공지능(AI) 생태계의 근간이 되는 AI칩 선두기업 엔비디아를 둘러싸고 주가 붕괴 우려가 나온다. 사실상 시장 독점이란 평가가 나오면서 장밋빛 장세에 무게가 실렸지만 최근 3거래일 동안 주가가 13% 하락하면서 위기론에 불씨를 지폈다. 주가가 지난 2년 새 700% 올랐던 만큼 기저에 깔린 불안 심리도 살아났다.
비관론자들은 2000년대 인터넷기업에 투자가 과열된 뒤 주가 거품이 빠졌던 ‘닷컴버블’ 사태에 비견한다. 당시 네트워크 기업 시스코는 현재 엔비디아 주가 흐름과 유사하게 2년 새 주가가 600% 올랐다. 시스코의 스위치와 라우터 없이는 네트워크 구축이 불가능하면서 인터넷 생태계 근간으로 평가받았다. 이에 투심이 몰리며 시가총액 1위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닷컴버블로 주가가 1년 새 77% 빠지면서 내리막길을 걸었다.
닐 시어링 캐피털 이코노믹스 수석 연구원은 “AI에 대한 열정은 거품의 모든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AI기업 주가 거품이 빠질 것이라 예상했다. 버프 도르마이어 킹스뷰파트너스 연구원은 “AI 시대 반도체 수요는 늘어날 수 밖에 없지만 엔비디아의 경우 작년 한 해 주가가 238% 뛰고 올해 들어서도 급등한 것은 과도한 감이 있다”면서 “주가가 앞으로 12개월 매출 대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편입 종목 중 가장 높다”고 지적했다
반면 현재 ‘AI랠리’는 닷컴버블과 유사해 보이나 다르다는 분석도 있다. 이익 증가 없이 기대감으로 주가가 올랐던 시스코와 엔비디아 사례는 다르다는 것이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엔비디아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42배다. PER은 회사의 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값이다. 엔비디아의 과거 기업가치 최고점(68배) 보다 낮고, 과거 10년 평균 PER도 40배 수준이었다. 반면 닷컴 버블 당시 시스코의 12개월 선행 PER은 120배를 넘었다. 서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 엔비디아가 지난주 나름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이면서 우려감을 자아냈지만,그간 8주 연속 오름세를 이어왔던 이력을 감안하면 합리적인 조정 과정으로 봄이 옳을 것이다”고 했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AI랠리 붕괴’가 밸류에이션(기업가치 평가) 붕괴 시 가능할 수 있다면서도 “최소한 가까운 미래는 아니다”고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버블 붕괴의 역사를 보면 ‘펀더멘탈’이 버블 붕괴의 트리거가 됐던 경우는 아직 없다”면서 “지금까진 모두 ‘밸류에이션 붕괴’가 버블 붕괴의 트리거가 됐다. 밸류에이션 붕괴의 단초는 ‘통화정책 (급격한 긴축)’에 의해 시작됐다”고 분석했다. 이어 “지금도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추세적 긴축’으로 돌아서게 된다면, AI 랠리는 붕괴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면서도 당장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