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N번방’ 주범, 눈물보이며 몸떨어

“네 아내 강간 괜찮냐”던 서울대 졸업생, 법정서는 ‘바들바들’
연합

[헤럴드경제=윤호 기자]일명 ‘서울대 N번방’ 사건의 주범 박모씨가 첫 재판에서 자신의 혐의를 일부 인정했다. 피해자들에 직접 합성한 음란물을 보내며 “나 잡으려고 텔레그램 가입했느냐”고 조롱하던 박씨는 이날 법정에 입장하는 순간부터 눈물을 보이며 몸을 떠는 모습을 보였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1부(박준석 부장판사)는 지난 4일 성폭력처벌법 위반(허위 영상물편집·반포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 사건 주범 박모(40)씨의 첫 재판을 열었다.

박씨 변호인은 딥페이크 합성물 게시·전송 혐의의 사실관계는 인정하지만 미성년자 성착취물 소지 혐의는 부인한다고 밝혔다. 변호인은 또 반포·배포 행위를 소지죄로 인정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항변했다. 이어 피해자들과 박씨가 아는 사이냐는 재판부 질문에 “일부는 알고 일부는 모르는 관계”라고 밝혔다.

쑥색 수의를 입은 박씨는 재판부가 ‘변호인이 밝힌 입장과 일치하느냐’고 묻자 덜덜 떨며 “네”라고 짧게 답했다. 박씨는 재판 내내 피고인석에 앉아 어깨를 떨며 울먹였다. 검찰이 공소사실 요지를 낭독하자 얼굴을 감싸 쥐고 괴로워하기도 했다.

서울대 출신인 박씨는 2021년 7월부터 올해 4월까지 대학 동문 등 여성의 졸업사진 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사진을 ‘딥페이크’ 기술로 음란물과 합성한 동영상을 소지하고 배포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조사 결과 제작·유포된 음란물은 각각 100여건·1700여건으로,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자는 서울대 동문 12명 등 61명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씨는 2021년 7월부터 올해 4월까지 수십 개의 텔레그램 채팅방을 개설하고 자신이 선별한 이들에 합성 음란물 사진을 보내는 등 활동하다 과거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을 알린 활동단체 ‘추적단 불꽃’의 활약으로 덜미를 잡혔다.

추적단 불꽃 소속 원은지씨는 이번 사건을 다룬 저서 ‘나 잡으려고 텔레그램 가입했어?’에서 박씨를 검거한 활동을 소개했다. 추적단 불꽃은 ‘미모의 서울대 출신 아내와 결혼한 30대 남성’이라는 가상의 인물을 내세워 박씨와 가까워졌고, 박씨는 ‘가상 아내’에 집착하며 “내가 네 아내를 강간해도 괜찮으냐”, “팬티 사진을 달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결국 박씨는 ‘가상 아내’의 속옷을 얻기 위해 직접 모습을 드러내며 경찰에 붙잡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