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무려 200t 가량의 금과 은, 에메랄드. 현재 가치로는 약 200억 달러(약 27조2500억원). 바닷속 깊이 잠든 한 보물선이 품고 있던 금은보화의 양이다.
300여년간 카리브해에 잠든 이 스페인 보물선 '산호세' 호의 소유권을 주장해온 콜롬비아 정부가 탐사 작업에 본격적으로 나섰다고 영국 BBC방송이 26일(현지시간) 전했다.
콜롬비아 정부는 카르타헤나 앞바다 해저 900m에서 침몰한 채 발견된 산호세 호 주변 해역을 '고고학적 보호구역'으로 지정하고 원격 센서와 잠수로봇 등을 활용한 1차 탐사 작업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침몰 현장의 상세한 이미지를 확보하고 이곳에 가라앉을 당시 고고학적 유물 현황을 면밀히 파악해 후속 탐사를 위한 기반을 닦는 게 이번 탐사 목적이다.
1차 탐사 과정에선 유물 인양이 이뤄지지 않았지만, 이어질 2차 탐사에선 산호세 호의 잔해에서 고고학적 유물을 건져올리는 작업도 이뤄질 수 있다고 콜롬비아 정부는 설명했다.
후안 다비드 코레아 콜롬비아 문화부 장관은 '산호세 호의 심장을 향해'라는 이름이 붙은 이번 탐사에 대해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산호세 호는 당시 스페인 식민지였던 볼리비아와 페루에서 가져온 200t가량 금과 은, 에메랄드 등이 실려 있었다. BBC에 따르면 이 보물의 현재 가치는 약 200억 달러(약 27조2500억원)로 추산된다.
카리브 해에 가라앉은 여러 보물선 중 가장 많은 보물이 실린 것으로 알려진 이 배의 위치는 2015년에 정확히 확인됐다.
하지만 직후 소유권을 둘러싼 국제적 논쟁이 벌어졌다.
1980년대 산호세 침몰 지점을 발견했다고 주장한 미국 인양업체가 콜롬비아 정부와 보물 지분을 놓고 긴 시간 소송을 했다. 미국 법원은 2011년 콜롬비아의 손을 들어줬다.
2015년 콜롬비아 정부가 "사상 최대 발견"이라며 산호세 호 발견 사실을 공식 발표한 후에는 스페인 정부도 소유권을 주장했다.
침몰 당시 선박이 스페인 국기를 들고 있던 만큼 스페인 소유라는 것이다.
콜롬비아 정부는 자국 영해에서 발견된 만큼 산호세 호는 자국의 국가 유산이라는 입장을 고수 중이다.
콜롬비아는 향후 카르타헤나에 전시관을 세워 산호세 호 잔해와 보물을 전시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콜롬비아 정부는 해저 600~1000m 지점에 있는 산호세 호 인양에 7000만 달러(약 838억원) 가량이 소요될 것이라고 추정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