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보험사들의 ‘실적 부풀리기’ 논란이 계속되자 금융당국이 보험계약마진(CSM) 산정 방식에 손을 대기로 했다. 초기에 높은 이익을 내고 나중에는 이익을 작게 잡는 회계처리가 단기실적, 과당경쟁을 부추기는 요소가 된다는 판단에서다. 금융당국은 2분기 결산이 나오는 8월 이전에 구체적인 윤곽을 내놓을 계획이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상각률 산출방법에 관한 개선작업에 착수했다. 회계상 부채로 잡힌 CSM을 수년에 걸쳐 이익으로 상각(전환)하는 과정에서 상각률을 초기에 높이고 후기에 낮추는 방식으로 초기 실적을 부풀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보험사들이 회계기준이 바뀐 것을 틈타 자의적으로 가정을 적용해 미래에 생길 이익을 다 앞으로 끌어 쓰는 행태를 보이는 게 문제”라고 했다. 2분기 결산이 이뤄지는 8월 전에는 구체적인 윤곽을 내놓고, 연말 결산 전까지는 결론이 발표될 전망이다.
CSM은 보험계약 시 미래에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익의 현재 가치를 뜻한다. 보험사가 보험을 팔아 확보한 CSM은 일단 회계상 부채로 잡힌다. 그다음 분기마다 상각률을 적용해 이익으로 전환된다. 이때 상각률이 높을수록 상각분이 커지며 순이익도 늘어난다.
문제는 보험사들이 상각률을 너무 높게 잡아 초기 이익에만 집중했다는 것이다. 상각률을 높게 잡을수록 초기에 이익의 규모는 크지만 그만큼 시간이 흐를수록 더 이상 이익으로 잡을 수 있는 CSM의 규모가 줄어들면서 순손실을 기록할 가능성도 커지게 된다. 소멸되는 CSM만큼 신계약 CSM이 대규모로, 빠르게 추가돼야만 초기의 이익 규모를 유지할 수 있는데 이는 구조적으로 쉽지 않다.
CSM 확보 경쟁은 상품 시장의 혼란도 야기했다. 최근 보험사들이 판매하는 상품은 대부분이 무·저해지 상품이다. 보험료 납입기간 동안 해지 시 환급금이 없는 대신 보험료를 최대 절반가량 낮춘 건데, 이 상품은 CSM 확보 등 단기성과 확대 수단이 됐다. 무·저해지 상품은 실제 해지율이 예상보다 낮을 경우 해지율 차손 발생으로 보험사의 재무 건전성이 훼손될 가능성이 있다. 보험 소비자 입장에서도 선택권이 좁아지고 불완전판매 가능성도 높아질 수 있다.
CSM으로 인한 복합적인 문제가 발생하자 당국은 결국 또 한 번의 잣대를 적용하기로 했다. 아예 할인율을 적용하지 않는 방안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할인율을 적용하지 않으면 보험기간에 동일하게 이익이 배분된다. 보험기간 전 기간에 걸친 보험사 이익은 같지만 초년도 이익에서 타격을 입게된다. 당국 관계자는 “회사별로 가정을 자의적으로 한 경우 타격이 있을 테고, 보수적으로 했던 데는 별 영향이 없는 등 명암이 갈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국내 보험시장의 보험계약은 보험만기가 종신 또는 100세 만기 등 초장기이고, 비갱신, 무저해지 구조로 판매하는 등 복잡한 상품들이 많은 특수성이 있어 새 회계제도(IFRS17)를 적용하는데 어려움이 가중되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IFRS17제도가 한국 시장에 안정적으로 안착되려면 오랜 시간과 시행착오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