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SK하이닉스가 글로벌 인공지능(AI) 랠리를 이끌고 있는 ‘대장주’ 엔비디아의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에 힘입어 23일 ‘20만닉스(SK하이닉스 주당 20만원)’를 달성했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시장에서 SK하이닉스는 전 거래일 대비 1.16% 오른 20만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SK하이닉스는 이날 20만3500원으로 장을 시작한 뒤 장중 오름세를 유지하며 20만4000원까지 올랐다. 차익 실현 매물이 나오면서 장 한때 19만8000원대까지 떨어지기도 했으나 결국 종가로도 20만원대에 진입했다.
SK하이닉스가 장중·종가 20만원대를 기록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K하이닉스 최고가는 현대전자 시절이던 1999년 9월 22일의 장중 고가 77만480원이지만, 이는 2003년 실시한 21대 1 감자를 반영한 것으로 당시 실제 주가는 4만3400원이었다.
이날 상승은 엔비디아가 시장 전망을 상회하는 호실적을 발표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에 AI 반도체 핵심으로 꼽히는 고대역폭메모리(HBM)를 공급하고 있어 대표적인 엔비디아 수혜주로 꼽힌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의 호실적에 수혜를 입을 첫 번째 기업으로 꼽힌다. 엔비디아에 HBM3를 사실상 독점 공급하며, 지난 3월 메모리 업체 중 가장 먼저 HBM3E 8단 제품을 납품하기 시작했다. 또한 HBM3E 12단 제품 샘플도 이달 중 제공하고 오는 3분기에 양산 가능하도록 준비 중이다.
22일(현지시간) 엔비디아는 22일(현지시간) 2025회계연도 1분기(2024년 2~4월) 매출은 260억4000만달러(35조6000억원), 주당순이익(EPS)은 6.12달러(8366원)을 각각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과 EPS는 인베스팅닷컴이 집계한 시장 전망치 246억5000만달러, 5.59달러를 각각 5.64%, 9.48% 웃돌았다. 1년 전 같은 기간 매출(71억9000만달러), EPS(1.09달러)와 각각 비교했을 때는 262.17%, 461.47%씩 급등했다.
투자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점은 2025회계연도 2분기(2024년 5~7월) 매출 예상치로 엔비디아가 280억달러를 제시했다는 점이다. 이는 인베스팅닷컴 집계치(265억4000만달러)를 5.5% 상회하는 수치다. 미 월가(街)는 주당 순이익도 5.94달러로 예상한다.
대형 호재들이 이어지면서 곧장 주가에 반영되는 모습도 보였다. 미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따르면 22일 오후 5시 47분(미 동부시간) 현재 엔비디아 주가는 시간외 거래에서 정규장보다 6.16% 오른 1008달러에 거래됐다. 정규장이 아닌 시간외 거래이긴 하지만, 엔비디아 주가가 1000달러를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주가는 1020달러 안팎까지 치솟기도 했다.
HBM시장에서의 상대적인 열위로 인해 엔비디아 호실적에도 약세 출발했던 삼성전자는 이날 장 중반 반등에 성공, 전날보다 0.77% 오른 7만8300원에 장을 마쳤다.
정부가 반도체 산업 지원에 적극 나서겠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수혜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제2차 경제이슈점검회의에서 반도체 산업 종합지원 방안을 공개했다.
지원방안은 금융, 인프라, 연구·개발(R&D)은 물론 중소·중견기업 지원까지 아우르는 내용으로 17조원 규모의 ‘반도체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포함해 총 26조원 규모다.
윤 대통령은 “반도체가 민생이고, 반도체 산업을 지원하는 일 모두가 국민을 위한 것”이라고 반도체산업 육성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현하기도 했다.
이외에 유니테스트(3.10%), 원익IPS(2.75%), 후성(2.28%). DB하이텍(1.82%) 등도 동반 상승했다.
한편,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 반도체 종목에 대한 외국인과 기관의 매수·매도세가 엇갈려 눈길을 끌었다.
외국인은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를 각각 2572억원, 1125억원으로 가장 많이 사들였으나 기관은 반대로 SK하이닉스를 1191억원, 삼성전자를 796억원 팔아 이들 종목을 순매도 상위 1, 2위에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