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Q 매출·EPS 美 월가 전망 상회…‘280억弗’ 2Q 매출 가이던스조차 전망 5.5% ↑
10대 1 액분도 투심 자극…시간외 거래서 엔비디아 주가 1000弗 사상 첫 돌파
5월 FOMC서 나온 ‘매파’ 발언에도 9월 피벗 전망 61.5%
“엔비디아 호실적·액분·배당금 인상, 韓 반도체株 기대 ↑”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지금은 자타 공인 엔비디아의 시대라는 점이 또 한 번 증명됐다. 과도한 수준이 아니냐는 평가까지 나왔던 시장의 한껏 높아진 실적 전망치를 또 다시 훌쩍 뛰어넘는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로 압도적 실력을 한껏 뽐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엔비디아가 5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을 통해 확인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내 ‘매파(긴축 선호)’적 분위기를 넘어 연일 ‘사상 최고치’ 기록을 경신 중인 미 뉴욕증시의 인공지능(AI) 랠리를 선봉에 서 이어갈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호실적 바탕으로 사상 첫 ‘천비디아’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22일(현지시간) 2025회계연도 1분기(2024년 2~4월) 매출은 260억4000만달러(35조6000억원), 주당순이익(EPS)은 6.12달러(8366원)을 각각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과 EPS는 인베스팅닷컴이 집계한 시장 전망치 246억5000만달러, 5.59달러를 각각 5.64%, 9.48% 웃돌았다. 1년 전 같은 기간 매출(71억9000만달러), EPS(1.09달러)와 각각 비교했을 때는 262.17%, 461.47%씩 급등했다.
투자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점은 2025회계연도 2분기(2024년 5~7월) 매출 예상치로 엔비디아가 280억달러를 제시했다는 점이다. 이는 인베스팅닷컴 집계치(265억4000만달러)를 5.5% 상회하는 수치다. 미 월가(街)는 주당 순이익도 5.94달러로 예상한다.
실적 발표 후 이어진 어닝콜(전화회의)에서 나온 엔비디아 경영진의 발언은 투심을 더 자극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AI를 바탕으로 한 차세대 산업 혁명이 시작됐다”고 선언했다.
콜레트 크레스 엔비디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테슬라, 메타플랫폼 등 글로벌 주요 기업들도 각종 AI 관련 사업을 진행할 때 엔비디아의 제품을 사용 중이며, 일본 등 주요 국가들도 ‘주권 AI’ 구축을 위해 거액의 자본을 투입 중”이라면서 “AI칩 공급 부족 현상을 내년까지 이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내년까지도 전 세계 고객들의 강력한 수요로 인해 충분히 이윤을 창출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엔비디아가 주식을 내달 10일부터 10대 1로 분할, 적용한다고 밝힌 점도 주주들에겐 희소식이었다. 일반적으로 주식 분할은 주식 거래량 증가로 이어져 주가엔 호재로 꼽힌다.
대형 호재들이 이어지면서 곧장 주가에 반영되는 모습도 보였다. 미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따르면 22일 오후 5시 47분(미 동부시간) 현재 엔비디아 주가는 시간외 거래에서 정규장보다 6.16% 오른 1008달러에 거래됐다. 정규장이 아닌 시간외 거래이긴 하지만, 엔비디아 주가가 1000달러를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주가는 1020달러 안팎까지 치솟기도 했다.
미 경제 매체 CNBC 방송은 “엔비디아의 호실적은 AI 열풍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평가했고,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엔비디아가 주도했던 AI 랠리가 미국 증시에서 연일 기록 중인 사상 최고치 랠리도 연장할 근거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5월 FOMC서 나온 ‘매파’ 발언에도 9월 피벗 전망 61.5%
22일(현지시간) 공개된 5월 미 FOMC 의사록은 미 증시 랠리에 분명 찬물을 끼얹는 내용이었단 평가가 지배적이다. 미 연준 내 위원들의 ‘매파’적 목소리가 돋보였기 때문이다.
여러(various) 연준 위원은 “추가 긴축 정책이 적절하다고 생각되는 방향으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현실화한다면 그런 행동에 나설 의사가 있다”고 주장했다. 일부 위원은 “고금리 환경이 과거와 비교해 효과가 더 약해졌다”고 말했으며 “장기 금리가 기존 생각보다 더 높아질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나타났다.
위원들은 1분기 물가상승률 지표에 대해선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보이며 “인플레이션이 2% 목표치를 향해 움직일 것이라는 확신을 얻기까지 예상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5월 FOMC에서 나타난 미 연준 위원들의 발언이 급격한 투심 냉각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다소 완화된 것으로 확인된 4월 미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 이전에 있었던 발언인 만큼, 견해가 다소 수정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분위기는 CME그룹의 페트워치툴에서도 나타난 시장의 미 기준금리 전망에서도 보인다. 시장이 첫 피벗(pivot, 금리 인하) 시점으로 보는 9월 FOMC에서 금리가 동결될 가능성은 전날 34.3%에서 38.5%로 소폭 상승했고, 25bp(1bp=0.01%포인트) 인하 가능성은 전날 51.6%에서 50.9%로 약간 떨어졌다. 하지만 여전히 과반 이상이 9월 FOMC에서 금리 인하가 개시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는 데다, 50bp 인하(10.3%)와 75bp 인하(0.3%) 가능성까지 더한다면 피벗에 베팅하는 확률은 61.5%에 달한다.
“엔비디아 호실적·액분·배당금 인상, 韓 반도체株 기대 ↑”
밤새 들려온 미국 발(發) 소식은 국내 증시엔 도전이자 기회로 작용할 전망이다.
김지현·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는 (5월 FOMC 의사록에서 확인된 연준 내 ‘매파’적 목소리로 인한) 금리 경로에 대한 불확실성 영향은 제한적이고,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 이후 반도체주(株)에 대한 추가 상승 압력이 가해질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한다”고 짚었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가 시장 예상을 상회한 실적과 액면분할, 분기 배당금 150% 인상 등의 긍정적 결과를 발표한 것은 국내 반도체 업종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요인과 동시에 외국인 수급 유입을 기대하게 한다”고 평가했다.
특히, AI용 반도체인 ‘고대역폭메모리(HBM)’가 주가 흐름이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하고 있는 국내 주요 반도체주의 경우 주 공급처인 엔비디아의 호실적은 대형 호재일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이어진다.
엔비디아 호실적의 최대 수혜주는 전날 종가 기준 19만7700원에 장을 마치며 ‘52주 신고가’를 기록했던 SK하이닉스가 될 전망이다. 글로벌 HBM 시장에서 구축한 선도적인 시술력과 시장 장악력을 바탕으로 주가가 20만원 선을 넘어 더 높은 곳까지 오를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는 상황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국내 증권사들의 SK하이닉스 목표주가 컨센서스는 22만3600원에 이른다. 목표주가 최고 제시액은 26만원에 이른다.
HBM 경쟁에서는 후발주자로 꼽히는 국내 시총 1위 삼성전자의 주가가 연초처럼 엔비디아 발 AI 랠리에서 소외될 지도 지켜봐야 할 포인트다. 김석환 연구원은 “(코스피) 지수 상승을 위해선 삼성전자의 반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국내 증권가가 제시한 삼성전자 목표주가 컨센서스는 10만3840원에 이른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반도체(DS) 부문장에 전영현 부회장을 임명하는 원포인트 인사 단행은 HBM 신제품 개발과 수율 향상에 주력할 것”이라며 “분위기 쇄신의 전환점을 마련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AI 랠리를 바탕으로 하반기 코스피가 증권사들이 제시한 ‘삼천피(코스피 지수 3000)’에 도달할 수 있을 지도 관심사다. 이달 들어 대신증권(3110), 하나증권(3100), 현대차증권·한화투자증권·신한투자증권·DS투자증권(3000) 등 6곳이 코스피 최고점을 3000 이상으로 잡았다.
이경민 대신증권 FICC리서치 부장은 “반도체 실적 개선이 가속화되면서 이익 전망치 상향 조정이 뚜렷해지고 있고, 12개월 선행 주당순이익(EPS)도 빠르게 상승 중”이라고 봤고,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시장의 예상대로 미국 물가와 고용이 둔화할 경우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가 가능하다”고 관측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하방 압력도 만만치 않다는 우려도 나온다. 기업 실적의 피크아웃(정점 도달 후 하락) 가능성에 더해 물가 우려도 여전하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