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진, 뇌사·식물인간 우려 연명치료 중단 판단
의무사 위탁환자관리팀, 의료진 설득 치료 지속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야간훈련 중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의료진으로부터 생존확률이 희박하다는 얘기를 들은 육군특수전사령부 대원이 7개월 만에 기적적으로 완쾌해 복직했다.
35년 간 군 복무 뒤 예비역 원사로 전역한 특전사 대원의 아버지는 국군의무사령부와 육군본부, 그리고 아들의 소속 부대 동료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최모 예비역 원사는 지난 15일 페이스북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에 이 같은 사연을 올렸다.
그는 “둘째가 아버지처럼 군인이 되겠다며 특전사에 입대해 1공수특전여단에서 중사로 군 생활을 하던 중 작년 8월 말 새벽 부대 대대장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며 “아이가 야간훈련 중 산속에서 쓰러져 국군수도병원으로 이송돼 응급조치됐으나 가망이 없을 것 같다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말을 들었다”고 소개했다.
군병원에서는 최 중사에게 응급조치를 했지만 가망이 없다고 판단했고 결국 분당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됐다.
그러나 분당서울대병원 의료진도 재검사 결과 최 중사가 자가호흡과 의식이 없는 상태로 뇌도 망가지고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모든 장기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며 가족들에게 생존확률이 1%도 안된다는 말을 전했다.
생존하더라도 뇌사나 식물인간이 될 수 있다며 연명치료 중단을 고려해야 한다는 절망적인 말도 뒤따랐다.
이 때 의무사 위탁환자관리팀의 남소윤 소령이 “아직 젊고 군인정신이 있으니 포기하기 이르다. 희망을 갖고 좀 더 치료해보자”며 의료진을 설득했고 신장투석기를 24시간 가동하는 등 조치가 취해졌다.
또 조진숙 육군 환자지원팀 소령과 서영서 의무사 위탁환자관리팀 대위는 최 중사의 가족들이 알아듣기 어려운 의료진의 의료용어를 알기 쉽게 전달해주는 등 가교 역할을 했다.
최 예비역 원사는 “의무사 위탁환자관리팀과 육군 환자지원팀은 저희가 아이 치료에 전념할 수 있도록 끝까지 병원과 가족, 그리고 군과 가족의 중간 역할을 충분히 해내셨다”며 “감사하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특전사 1공수특전여단 전현 여단장과 주임원사, 5대대 대대장과 주임원사, 그리고 중대원들께도 감사의 뜻을 전했다.
그는 “하루 면회가 30분밖에 안되지만 중증 중환자실 밖에서 하루 종일 애타게 대기하고 있을 때 주위에 항상 여러분들이 같이 있어 주셔서 든든하고 외롭지 않게 우리 최 중사를 지킬 수 있었다”면서 “돌아가며 곁에서 한마음이 돼주셔서 많이 힘이 됐다”고 말했다.
최 중사의 동료들은 의식이 없을 때에도 응원메시지가 보탬이 된다는 의료진의 말에 응원의 목소리를 녹음파일에 담아 짧은 면회시간에 들을 수 있도록 했다.
결국 최 중사는 가족과 동료들의 격려와 응원 덕분에 병상에서 떨쳐일어날 수 있었다.
최 예비역 원사는 “의무사 위탁환자관리팀과 육군 환자지원팀, 그리고 특전사 1공수특전여단 부대원들의 정성이 있어 저희 아이는 의료진들이 깜짝 놀랄 정도의 생환 확률 1%의 기적으로 살아났다”면서 “뇌와 장기도 정상이며 7개월 만에 퇴원하고 부대원들의 뜨거운 환영 속에 복직 신고까지 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런 상황이었는데도 자식을 또 군에 보내느냐고 묻는다. 물론 한번 놀라서 불안하다”면서도 “그러나 한편으론 안심도 된다. 최 중사가 병원에 있는 동안 의무사, 육군, 특전사 1공수특전여단이 보여준 노력과 진정성에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남 소령은 게시물 댓글에서 “1%의 기적이 있기 위해선 99.9% 환자의 의지와 가족들의 믿음, 부대의 관심이 있어야 한다”며 “의학적 판단을 해야 하는 제가 감히 0.1%의 확률에 판단을 맡긴 건 99.9%의 전제조건이 갖춰졌기 때문이었다”고 적었다.
이어 “군생활 중 받은 가장 명예로운 경례는 최 중사님이 기적적으로 깨어나 근육이 다 빠져 재활도 덜 된 상태임에도 힘겹게 처음 절 보자마자 해준 경례일 것”이라면서 “부대로의 무사귀환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앞으로는 최 중사님께서 나라를 지켜주실 차례이다. 충성!”이라는 말로 끝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