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전체 H지수 ELS(지수·혼합형) 발행액 전년比 10분의 1 수준
H지수 단일 기초자산 ELS 발행액 165억원…2011년 이후 최대치
H지수 반등 주요인…“증권사, 高위험·高수익 투자자 겨냥”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홍콩H지수(이하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에 따른 투자 손실 사태의 여파가 이어지는 가운데서도, 올 들어 H지수 ELS 신규 발행액은 반등 추세를 보이기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바닥’을 찍은 H지수가 가파른 우상향 곡선을 그리면서다. 이런 분위기를 타고 H지수 만을 ‘단일 기초자산’으로 한 ELS 신규 발행액도 13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고(高) 수익을 노리는 투자자들의 수요와 파생결합상품 시장의 전반적인 위축에 대응해 모험 지향적 투자자를 유치하려는 증권사의 움직임이 맞아 떨어진 결과다.
8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SEIBro)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전날까지 H지수에 더해 미국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등 주요 주가 지수와 엔비디아, 테슬라, 삼성전자 등 주요 대형주를 기초자산으로 함께 설정한 지수형, 혼합형 ELS 신규 발행액은 1643억원으로 1년 전 같은 시기 1조7270억원의 9.51% 수준에 그쳤다.
H지수는 홍콩증시에 상장된 50개 중국 기업들로 구성된 항셍중국기업지수(HSCEI·Hang Seng China Enterprises Index)를 뜻한다.
다만, H지수 ELS 신규 발행 시장은 올 들어 ‘최악’의 상황을 지나 확연한 반등 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1월 353억원이던 H지수 ELS 신규 발행액은 2월 229억원으로 저점을 찍은 후 3월 467억원, 4월 695억원으로 빠르게 늘고 있는 추세다. 이달 들어서도 불과 3영업일(2·3·7일) 만에 발행액이 197억원으로 2월 총 발행액에 육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금융투자업계가 주목하고 있는 포인트는 대표적인 고위험 상품으로 여겨지는 단일 기초자산 ELS에 대한 신규 발행액과 수요가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초부터 전날까지 H지수 단일 기초자산 ELS(공모형·원화)의 신규 발행액은 약 165억원으로 지난 2011년(1750억원) 이후 13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 2018년 112억원을 기록한 것을 제외하곤 발행액수가 ‘제로(2012·2014·2017·2020년)’를 기록한 적도 있고, 50억원 미만의 발행액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올 들어 활발하게 신규 발행이 진행된 셈이다. 월별로 봤을 때도 H지수 단일 기초자산 ELS 발행액은 올해 1월(22억원), 2월(38억원), 3월(28억원)과 비교했을 때 지난달 62억원으로 1.6~2.8배나 증가했다.
최근 ELS 발행 규모가 점진적으로 늘고 있는 주요 요인으로는 바로 H지수의 반등이 꼽힌다. 전날 종가(6521.60) 기준 H지수는 올해 들어서만 14.97% 상승했다. 최설화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홍콩 주식시장은 월간 8.0% 급등하며 전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고 짚었다.
정인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다양한 기초자산을 설정하기보다 확실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H지수 만을 단일 기초자산으로 설정한 ELS는 ‘리스크 테이킹(위험 부담 감수)’의 성격이 강한 상품”이라며 “대규모 투자자 손실 사태로 은행들이 신규 H지수 ELS를 판매하지 않고 있지만, 증권사들의 경우 저점을 통과했다는 판단 하에 더 많은 H지수 ELS 상품을 발행하기 위해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기존 ELS 주요 판매처였던 은행이 H지수 ELS에 대한 판매를 중단한 상황에 증권사 모바일 앱 등 온라인을 통해 직접 H지수 ELS 상품을 찾아 가입하거나, 증권사 지점을 통해 가입하는 적극적 투자층의 수요에 맞춰 ELS 상품에 구성에도 변화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증권업계에선 ‘홍콩 ELS 사태’ 이후 파생결합상품 시장에서 더 위험하거나 더 안정적인 상품을 선호하는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표적으로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ELS 발행금액의 대부분을 차지하면서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지수형 ELS는 줄었으나 주식형, 혼합형(지수+주식) ELS의 발행금액은 오히려 늘었다.
올해 1분기 국내주식형 ELS는 537억원 규모로 발행돼 전년 동기(102억원) 대비 약 5배 늘어났다. 해외주식형 ELS도 2241억원에서 4147억원으로 규모가 커졌고, 혼합형 ELS 발행금액은 1932억원에서 3652억원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한 외국계 자산운용사 고위관계자는 “증권사에선 일반적인 스텝다운형 외에도 다양한 구조로 ELS를 설계함으로써 적극적인 투자층을 공략, 홍콩 H지수 사태로 ELS 투자 심리 위축에 대응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올해 1분기 발행한 ELS의 경우 코스피200, S&P500, 유로스톡스50지수 등을 기초자산으로 삼은 상품이 제공하는 수익률이 연(年) 7.1% 수준인 반면, LG화학, 아모레퍼시픽 등 국내 주요 종목들을 기초자산으로 설정한 ELS의 수익률은 연 15.6%에 달했다. 테슬라와 엔비디아 등 해외주식 2종목으로만 구성한 ELS의 수익률은 연 21%에 달했다.
또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ELS 상품의 경우 변동성이 곧 수익률인 만큼, 기초자산의 변동성이 큰 상품에 대한 모험지향적 투자자의 선호도 역시 높을 수밖에 없다”면서 “그동안 홍콩 H지수가 지수형 ELS에 자주 등장한 것도 큰 변동성 때문이었다. 홍콩 H지수 단일 기초자산 ELS 신규 발행이 늘어난 것도 이런 맥락에서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