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여, ‘한동훈 비대위’ 겨냥 “외연 확장 위해 진보 인사 대거 영입”

첫목회 주장 ‘집단지도체제’ 대해서도 “이견 표출 시 수습 어려워”

친윤계와 주파수 맞추기 우려 “한동훈·유승민 견제할 때 아냐” 지적도

닻 올린 황우여 비대위…한동훈표 외연확장엔 ‘거리두기’[이런정치]
황우여 신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비상대책위원장 취임과 관련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헤럴드경제=신현주 기자] 황우여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가 공식 출범한 가운데 ‘쇄신 폭’에 관심이 쏠린다.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은 국민의힘 총선 참패 원인을 두고 “보수진영의 분열”을 언급하며 직전 한동훈 비상대책위원회가 내걸었던 ‘외연 확장’과 거리를 두는 모양새다.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은 7일 SBS라디오에서 당의 총선 패배 원인과 관련해 “보수가 결집하고 하나 된 힘으로 중도, 진보 진영에 있는 분들이 국민의힘을 지지하게 해야 하는데 우리 자체가 흔들리면서 보수 세력이 약화됐다”며 “외연을 확장하기 위해 진보 쪽 인사를 대거 영입했고 진보 쪽 정책을 받아들였는데 진보 쪽에 있는 분들이 들어오면 보수의 지지도 받지 못하고 진보의 지지도 떠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586 세대 청산’을 외치며 김경율 전 비대위원 등을 인선하고, 더불어민주당 출신의 이상민·김영주 의원의 입당을 추진했던 것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황 위원장은 ‘진보 쪽 인사가 당에 들어온 것과 사이비 보수에 대한 언급이 지난 총선 때 비대위를 구성할 때 몇몇 비대위원 (인선을) 염두에 둔 것이냐’는 질문에 “보수 진영에서 충성스럽게 일한 분들을 홀대한다고 할까. (이분들이) 목소리를 내는 것에 우려를 표하면 우리 진영이 약화하기 쉽다고 생각할 수 있다”고 답했다.

황 위원장은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전당대회 룰 변경 여부를 결정하겠다면서도 ‘집단지도체제’에는 회의적 입장을 냈다. 황 위원장은 이날 오전 KBS라디오에서 “(지도체제 변경을) 논의를 하자고 하면 하겠지만 우리가 집단지도체제를 오래 (시행)하다가 결국 (단일지도체제로) 바꾸게 된 것”이라며 “집단지도체제는 예외적 경우가 있지만 최고위원 간 이견이 표출되면 수습이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집단지도체제는 국민의힘 3040 험지 출마자 모임인 ‘첫목회’가 강력히 주장하는 사안이다. 첫목회는 이번주 황 위원장과 만남 일정을 조율 중이다. 첫목회는 ▷전당대회 룰 5대5(당원투표 50%-일반 여론조사 50%) 변경 ▷집단지도체제 등을 요구할 계획이다. 첫목회 관계자는 “총선에서 국민들이 국민의힘을 외면한 이유는 대통령실에 한 마디도 하지 못해서”라며 “수직적 당정관계를 개선하려면 이전보다 다양한 목소리가 당에 존재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집단지도체제가 필수적”이라고 했다. 첫목회는 당 지도체제 변경 여부가 결정되면 전당대회 출마 후보군을 추릴 방침이다.

출범 초기지만 황 위원장이 친윤계와 ‘주파수’를 맞춘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민의힘 TK지역 의원은 “변화 폭으로 치면 ‘한동훈 비대위’가 굉장히 크지 않았냐. 근데 외연확장을 물리적인 관점에서 바라봐 민주당 인사들을 대거 영입했고, 보수 결집이 약해진 것은 사실”이라며 “황 위원장이 우리(친윤계)의 우려를 어느정도 반영할 것이라고 본다”고 전했다. 반면 국민의힘 수도권 한 원외조직위원장은 “황 위원장이 ‘재창당에 가까운 혁신’으로 언급했으면 좀 더 전향적이고 구체적으로 당의 변화 방향을 이야기해줬으면 한다”며 “국민의힘은 TK·PK가 아니라 수도권이 외면했기 때문에 선거에서 진 것이다. 친윤계는 한 전 위원장이나 유승민 전 의원 같은 당권주자들을 견제할 때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한편 전당대회 출마를 시사한 유 전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유 전 의원은 이날 SBS라디오에서 “당이 그동안 뭘 했냐. 윤석열 대통령이 2년 동안 잘못할 동안 당이 한 번을 견제를 했냐”며 “대통령이 변화하지 않고 정부가 변화하지 않으면 저는 당이라도 변화해야 지금 망해가는 보수를 살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황 위원장을 향해 “당이 수렁에 빠졌고 총선 참패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아직 당도 대통령도 변화하지 못하고 있다”며 “그런 마당에 비대위원장으로 오신 분이 ‘보수 결집’을, 버려야 될 ‘낡은 보수’의 말씀을 하시는 것을 듣고 답답했다. 그런 분이 전당대회 룰이고 뭐고 이런 이야기를 하기 전에 진짜 당을 재건시킬 수 있겠나 좀 답답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