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민성기 기자] 파울루 벤투(55) 전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2022년 카타르 월드컵 당시 이강인(23·파리 생제르맹)을 중용하지 않았던 이유를 밝혔다.
벤투 감독은 25일 FC온라인 유튜브 채널에 화상으로 참석해 이강인 발탁과 관련된 뒷이야기를 공개했다.
벤투 감독은 한국 대표팀 부임 기간 동안 이강인을 주축으로 기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에서는 적극 활용하며 한국에 12년 만의 16강 진출을 안겼다.
그는 "모두가 동의할 것이다. 팬이든 감독이든 스텝이든 미디어든 이강인의 재능이 뛰어나다는 사실을 누구도 반박할 수 없다"며 "감독과 코칭스태프는 그보다 많은 분석이 필요하다. 재능만으로 판단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이어 "이강인 같은 10번 유형의 선수들은 주로 공격만 생각했고 수비를 고려하지 않았다"며 "솔직하게 그 당시를 얘기하자면 이강인을 월드컵 명단에 올린 건 월드컵 직전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이강인의 월드컵 선발에 확신이 있다고 얘기한다면 그건 솔직한 대답은 아닐 것"이라며 "이강인을 명단에 올린 중요한 이유는 이강인이 변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강인은 마인드 변화와 소속 팀(당시 마요르카)에서의 활약으로 스스로 가치를 증명했다. 이강인 스스로 스타일을 바꿔야겠다고 인정했던 것 같고, 하비에르 아기레 마요르카 감독 역시 그런 변화에 확신을 갖고 기회를 줬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창 이강인 발탁 문제가 이슈였을 당시에는 이강인과 팀 모두를 위해 신중하게 말을 아끼며 대답했던 벤투 감독이었지만, 시간이 꽤 지난 후 속사정을 공개했다.
이강인은 벤투 감독의 선택에 부응, 월드컵 조별리그 2차 가나전에서 환상적인 크로스로 조규성(미트윌란)의 골을 돕는 등 16강 브라질전까지 4경기 모두 출전하며 한국 축구가 새 역사를 쓰는 데 힘을 보탰다.
지난 아시안컵 4강에서 탈락한 한국에 대해서는 "우리가 비록 지금은 다른 팀에 있지만, 언제나 한국 팀을 지켜보고 있다"며 "아시안컵에서 요르단에 패해 결승에 진출하지 못한 부분은 축구에서 늘 일어나는 일이기에 좋은 경험으로 간직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선수들에게 너무 많은 부담을 줘서 안 된다"며 "그 누구보다 국가와 팀을 위해 뛰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현재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2월 클린스만 감독을 경질하고 새로운 감독을 찾고 있다.
이에 대해 벤투 감독은 "협회가 빠르게 문제를 해결하길 바란다"며 "한국의 좋은 선수들을 가르치는 즐거움과 한국에서의 생활이 즐거울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