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 깨질라’ 함구하며 2차 준비회동…내주초 가능성
尹 정치스타일 변화·李 범야권 리더십 확보 시험대
회담 최대 난관 ‘채상병·김건희 특검법’…신경전 고조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총선 패배 후 “정치하겠다”고 공언한 윤석열 대통령과 171석의 거대 야당의 수장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모두에게 정치적으로 중요한 기점이 될 영수회담을 두고 양측의 주도권 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당초 윤 대통령이 제안한 시기인 이번 주는 넘어갈 전망이지만, 준비 기간이 길어질수록 국민적 피로도가 높아지는 데다 특검법 등 주요 의제에 대한 양측의 수요를 고려할 때 늦어도 내주 초에는 열려야 한다는 공감대가 나오고 있다.
윤 대통령이 영수회담을 제안한 지 엿새째인 25일 의제와 방식 등을 논의하는 2차 준비회동을 갖는다. 대통령실에서 영수회담을 준비하는 정무수석 인선이 맞물리는 물리적인 상황도 있지만, 회담 시기부터 테이블에 오를 의제를 두고 장외전이 펼쳐지고 있다. 일례로 회담 주요 의제로 거론되는 윤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에 대해 대통령실이 불쾌감을 표출하면서 ‘판이 깨질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이를 의식한 듯 대통령실과 민주당 모두 2차 준비회동과 관련해서는 철저히 함구하고 있다.
이러한 주도권 싸움은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과 이 대표 측 모두에게 정치적 의미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4.10 총선에서 여권이 참패한 후 연일 자성의 행보와 소통 의지를 강조하면서 ‘통섭의 정치’ 이미지 변신에 주력하고 있다. ‘보여주기식 정치’는 하지 않겠다는 윤 대통령이 “필요하다면 마다하지 않겠다”며 정치 스타일의 변화를 대표적으로 상징하는 것이 이번 영수회담이다. 실제 협치 의지를 몸소 보여주면서, 총선 패배로 분출된 여권 내부의 불만까지 불식시켜야 하는 상황이다.
이 대표의 입장에서도 22대 국회에서 171석의 거대 야당의 수장으로서의 중도층을 아우르는 리더십을 평가받는 자리로 부담이 크다. 특히 이번 총선에서 조국혁신당의 등장으로 야권 지지층이 세분화된 만큼 범야권 리더십을 확보해야 한다. 조국혁신당이 제안한 영수회담 전 ‘범야권 연석회의’도 민주당이 거부한 데에는 이번 회담이 ‘윤석열과 이재명’ 구도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겠다는 속내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이 대표가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에 대해서만 타협하고 다른 중요한 특검에 대해 소극적인 자세로 임한다면 야당 전체에서 가장 많은 의석을 가진 당의 당수로 범야권 내에서의 리더십을 상실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양측 모두 영수회담에 대한 공감대가 있는 만큼 성사되는 방향으로 신속하게 움직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가장 큰 난관은 특검법이다. 민주당에서는 21대 국회에서 채 상병 특검 수용을 재차 못 박았다. 민주당 내 강경파는 ‘김건희 여사 특검법’까지 의제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의대 정원 문제나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위한 추경 등 민생 문제에 대해서는 의제로 합의될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서는 역대 영수회담이 갖는 정치적인 의미를 고려할 때 세부적인 의제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기보다는 대통령의 국정 동력 확보를 위한 지원 요청과 야당의 핵심 요구사안을 교환하는 큰 틀에서의 합의라는 정치 방식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도 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요구가 극명하게 다른 두 사람이 민감한 시기에 만나는 이유는 명확하다”며 “윤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채 상병·김건희 특검법, 이 대표 입장에서는 사법 리스크”라고 짚었다. 회담의제뿐만 아니라 배석자 범위, 독대 여부도 중요하다. 관계자는 “향후 전개되는 상황이 이번 영수회담과 결부돼 해석이 될 것이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굉장히 부담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각 당의 지지층에 상당한 비난에 직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