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가 공세로 시장 점유율 높이기

독과점 구조서 인플레 유발 가능성

기업 부담, 소비자에게 전가될수도

알·테·쉬 목표는 결국 ‘돈’…“장기적으로 물가 끌어올릴 수도” [역아마존 효과, 커지는 공포]
레이 장 알리익스프레스 코리아 한국대표가 지난해 12월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알리익스프레스 지적재산권 및 소비자 보호 강화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정석준 기자] 최근 국내시장에서 영향력을 빠르게 높여가는 중국 이커머스가 장기적으로 국내 물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저렴한 가격을 바탕으로 국내 수요를 장악한 이후 이야기다. 독과점을 통한 가격 인상이 현실화하면 체감물가는 치솟을 가능성이 높다.

유통업계는 중국 이커머스가 ‘역(逆)아마존 효과’의 촉매가 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특정 기업에 대한 소비자 의존도가 높아지면 해당 기업이 멤버십 등 가격을 올리며 역아마존 효과가 나타난다”며 “알리와 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가 중국 직구가 아닌 국내 거래량을 늘린다면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아마존 효과’는 아마존이 등장하면서 소비자가 가격 비교로 온라인에서 더 저렴하게 제품을 구매해 물가 상승을 억제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역아마존 효과’는 이와 반대 개념이다. 온라인 플랫폼으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심화하는 것을 지칭한다. 과거 아마존은 독점적인 위치에 올라서면서 프라임 멤버십 구독료를 인상하고, 배송비를 무료에서 유로로 전환했다.

중국 이커머스를 놓고 보면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알리와 테무는 현재 고객 확보를 위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막대한 자금을 들여 대대적인 홍보도 진행 중이다. 글로벌 투자은행(IB) JP모건은 테무가 올해 마케팅 비용에 지난해 대비 2배 가까이 늘어난 30억달러를 쏟아부을 것으로 추산했다. 올해 3월 기준 알리와 테무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각각 887만명, 829만명이었다. 이는 국내 이커머스 중 가장 많은 이용자를 확보한 쿠팡(3086만명) 다음이다.

이커머스 플랫폼은 고객을 확보한 이후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에 소비자를 묶는다. 이른바 ‘락인(lock-in) 효과’다. 시장 점유율이 높은 기업의 이 전략은 투자 유치를 더 수월하게 만든다. 수조원대 적자를 내는 상황에서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으로부터 2015년과 2018년 두 차례에 걸쳐 30억달러(약 3조7300억원)의 투자를 받은 쿠팡이 대표적이다. 알리의 모기업인 알리바바그룹도 한국에 3년간 1조5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테무 역시 한국법인인 ‘웨일코 코리아’를 설립하고, 시장 진출을 위한 채비를 마쳤다.

알·테·쉬 목표는 결국 ‘돈’…“장기적으로 물가 끌어올릴 수도” [역아마존 효과, 커지는 공포]
서울 마포구 마포농수산물시장. [연합]

이들의 무기는 중국산 초저가 제품이다. 품목도 늘리고 있다. 알리의 한국 브랜드 상품 전용 판매관 ‘K베뉴’ 이야기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알리의 K베뉴에 수수료 면제 혜택에 힘입어 국내 기업이 잇달아 진입하고 있지만, 수수료 면제는 계속되지 않을 것”이라며 “여러 채널에서 제품을 선보여야 수익을 낼 수 있는 만큼, 이미 진입했거나 고정 수요가 많은 플랫폼이라면 의존도는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알리가 지난 3월부터 농산물 등 신선식품을 취급하기 시작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시기는 알 수 없지만, 국내 시장 진입 비용이 신선식품 판매업자들의 수수료 부담으로 전가된다면 물가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이 교수는 “국내 물류센터를 확보하지 않아 국내 기업 판매자를 끌어들이는 것 자체가 알리와 테무의 현재 한계”라며 “수수료를 받지 않는 것 역시 쿠팡이 적자를 기록하면서 펼쳤던 전략으로, 언젠가 수수료를 부과하더라도 이탈하는 판매자는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저가 제품으로 고객을 확보한 이후 경쟁업체와 비슷한 수준으로 가격을 올리는 사례는 흔하다. 배송비를 포함한 신선식품이 대표적이다. 이동시간과 비용을 고려하면 납득할 만한 수준이지만, 제품 가격만 놓고 보면 오프라인 매장보다 비싼 제품을 보는 건 어렵지 않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같은 품목이라도 생산 지역에 따라 가격이 차이가 날 수도 있고, 수익을 위해 가격을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임의로 책정하기도 한다”면서 “무엇보다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10원 단위로 가격을 조정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서 교수는 “한국의 이커머스 시장은 전 세계에서 가장 과열됐다고 볼 수 있다”며 “이커머스 업체가 당장 판매 가격을 낮추거나 멤버십 프로모션을 펼치는 것도 결국 기업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도 “멤버십 가격을 낮추면 당장은 이득이지만, 원래 가격으로 돌아갈 때는 (소비자는) 심리적 저항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물류비용과 인건비 등을 고려하면 결국 플랫폼 운영을 위한 서비스 가격은 장기적으로 오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알·테·쉬 목표는 결국 ‘돈’…“장기적으로 물가 끌어올릴 수도” [역아마존 효과, 커지는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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