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민주당 각각 위성정당과 합당 절차
국민의미래와 민주연합, 선거보조금 이미 수령
선거보전금,경상보조금도 합당 후 놓칠 일 없어
“민심 왜곡…정당 체계 불안정하게 만드는 것”
[헤럴드경제=안대용·박상현 기자]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4·10총선 비례대표 선거를 위해 각각 띄운 위성정당이 두 달 만에 사라진다. 거대 양당이 꼼수를 통해 의석과 비용에서 실속을 다 챙기고, 정작 본래 비례대표제가 지녀야 할 ‘정치세력 다양화’란 목적을 배반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23일 국민의힘과 국민의미래에 따르면 두 정당은 오는 30일까지 합당 절차를 완료할 예정이다. 이로써 국민의힘이 22대 총선 비례대표 선거용으로 만든 국민의미래는 지난 2월 23일 창당대회 이후 60여일 만에 사라지게 됐다. 원내1당인 더불어민주당도 비례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과 다음 달 3일 원내대표 선거 전 합당을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거대 양당들은 각각 총선 전 위성정당에 ‘의원 꿔주기’를 통해 10석이 넘는 의석을 만들어뒀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비례대표 선거에 나서지 않아 기호 1번과 2번이 없는 투표 용지에 민주연합과 국민의미래가 각각 기호 3번과 4번으로 적히도록 하려는 계산이 깔려 있었다. 그렇게 14명의 의원이 모인 민주연합과 13명의 의원을 확보한 국민의미래는 지난달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각각 28억2709만원과 28억443만원의 ‘22대 총선 선거보조금’을 수령했다.
정치자금법 등에 따르면 선거보조금의 경우 총선 후보자를 낸 정당에 후보자 등록 마감일 후 2일 이내에 지급하는데, 액수는 지급 당시 의석수에 따라 정해진다. 교섭단체를 구성한 정당에 총액 50%를 균등 배분하고, 5석 이상 의석 정당에 총액 5%, 5석 미만 의석 정당 중 일정 요건 충족한 정당에 배분한다. 그리고 남은 잔여분 중 절반을 의석수 비율, 나머지 절반을 21대 총선 득표수 비율 따라 배분하는 구조다.
이러한 기준에 따라 5석 이상을 보유한 민주연합과 국민의미래는 이번에 지급된 전체 선거보조금 501억9743만원에서 각각 5.63%, 5.59%를 받을 수 있었다. 실질적으로 1개의 정당이 2개의 정당으로 선거보조금을 받으면서 소수정당의 몫은 더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선거일 후 60일 이내에 지급되는 ‘선거보전금’의 경우도 합당하면 합당 후 정당에 지급된다. 때문에 각 위성정당이 사라진다고 해서 거대 양당으로선 비례대표 정당이 선거에 사용한 비용 보전을 놓칠 일도 발생하지 않는다. 아울러 분기별로 균등 분할돼 2월·5월·8월·11월에 지급되는 ‘경상보조금’ 또한 지급 시점 기준 정당별 의석수에 따라서 배분되기 때문에 잃지 않는다.
결국 거대 양당이 보조금 등 비용 면에서 있는 대로 실속을 챙기고, 의석은 의석대로 확보하는 현행 시스템을 두고 ‘꼼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비례 위성정당의 등장으로 민심의 왜곡이 생긴다”며 “선거가 끝나면 바로 없애는 것이 정당 체계를 굉장히 불안정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준연동형 제도가 실패인 건데 그걸 알고 시작한 것 아닌가”라며 “다양한 정당, 다양한 정치 세력, 다양한 국민들의 대표가 국회에 들어가야 되는데 그렇게 되지 못하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비례대표 정당 취지를 완전히 역행한 것으로 위성정당을 만들어선 안 됐다”며 “거대 양당이 보조금까지 독점하는 정치 카르텔을 해체하기 위해선 다른 군소 정당들에도 공평하게 지급될 수 있도록 정치자금법을 바꿔야 한다. 그래야 정당 정치가 풍부해지고 활성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