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라노 대표 가전 유통 ‘미디어월드 체르토사’ 가보니
삼성전자 2022년 이탈리아 전체 가전 시장 1위 차지
디자인, 기술 중시 젊은 소비자 겨냥 영향력 키운 영향
브랜드 파워 바탕으로 이탈리아 빌트인 시장 공략 집중
유럽 가전과 손잡던 이탈리아 주방 브랜드 삼성과 협업
[헤럴드경제(밀라노)=정태일 기자] “할머니가 쓰던 가전 제품을 엄마한테 추천하고 엄마는 또 딸에게 같은 제품을 소개할 정도로 이탈리아 가전 소비 문화는 대를 이어 똑같은 브랜드를 추구하는 경향이 강했습니다. 이처럼 강력한 헤리티지(유산) 장벽에 유럽 현지 브랜드를 넘기가 쉽지 않았는데 삼성만의 디자인과 기술력으로 이탈리아 소비자를 사로잡으며 전체 가전에서 1등을 차지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 17일(현지시간) 방문한 이탈리아 밀라노에 위치한 가전 유통점 ‘미디어월드 체르토사’에서 석혜미 삼성전자 이탈리아법인 프로는 이탈리아 현지 시장을 공략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이 같이 설명했다. 미디어월드 체르토사점은 이탈리아의 미디어월드 매장 중 삼성 제품 매출이 가장 큰 대표적인 유통 매장이다. 삼성전자는 이 곳에서 유럽의 가정집처럼 꾸며 놓은 공간에 가전, TV, 모바일 등 제품을 전시하고 있었다.
삼성전자는 이탈리아에서 2011년부터 브랜드 인지도 1위를 유지한 가운데 2004년부터 20년 연속 TV 1위를 지켜오고 있다. 여기에 냉장고, 세탁기 등을 포함해 2022년 이탈리아 전체 가전 시장에서 1위를 차지했다. 특히 지난해 4분기 현지 소비자 조사에 따르면 이탈리아인 10명 중 8명이 삼성 제품을 소유한 것으로 나타날 정도로 이탈리아에서 삼성전자 브랜드는 독보적이다.
삼성이 이탈리아 소비자를 사로잡은 이유는 바뀌는 소비 트렌드에 발빠르게 대응했기 때문이다. 석 프로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이탈리아 소비자들은 냉장고에 더 많은 음식을 더 오랜 기간 보관하면서도 이로 인해 전기요금이 많이 나오지 않는 제품을 선호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바뀐 주방 문화에 맞춰 삼성전자는 냉장고 크기와 용량은 키우면서도 에너지 사용량을 낮춘 모델을 집중적으로 선보였다. 이에 과거부터 대를 이어 유럽 현지 브랜드 사용을 고집하던 이탈리아 소비자 중에서 젊은층을 중심으로 디자인과 실용적인 기술을 중시하면서 삼성전자로 돌아선 것이다. 이 효과로 삼성전자 프리스탠딩(위치 조정 가능) 냉장고는 현재 이탈리아에서 1위를 기록 중이다. 실제 판매장에 전시된 냉장고 곳곳에는 ‘1등 브랜드’라는 표기가 붙어 있었다.
삼성전자는 지난 3일에도 글로벌 런칭행사에서 기존 모델 대비 에너지를 55.9%나 낮춘 와이드 BMF(상냉장·하냉동) 냉장고를 유럽시장 대상으로 출시했다. 이 제품에 적용한 AI 인버터 컴프레서는 27년에 걸친 개발 역량이 결집돼, 이전 세대 대비 높은 에너지 효율과 내구성을 제공한다.
이탈리아 가전 시장 확고한 입지를 통해 삼성전자는 빌트인 시장 집중 공략에도 나선다. 시장조사기관 GfK에 따르면 가전 9대 품목(냉장고·냉동고·세탁기·건조기·전자레인지·오븐·쿡탑·후드·식기세척기) 기준 이탈리아 전체 가전시장 규모는 지난해 41억9000만달러로 이 중 빌트인은 21억6000만달러를 차지해 52% 비중에 달한다.
이처럼 높은 비중의 이탈리아 빌트인 시장을 겨냥해 삼성전자는 명품 주방 가구 브랜드들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실제 밀라노 코르소 셈피오네 지역 빌트인 명품 주방 가구 전문 브랜드 ‘스카볼리니’, ‘루베’ 등에는 빌트인으로 들어간 삼성 냉장고와 오븐 등이 전시돼 있었다. 특히 스카볼리니는 이탈리아 주방 가구 1위 브랜드로 이전에는 보쉬 지멘스, 일렉트로룩스, 밀레 등 유럽 현지 브랜드 중심으로만 손을 잡던 스카볼리니와 파트너십을 구축하면서 삼성전자는 이탈리아 빌트인 시장 공략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이외에도 베네타 쿠치네, 스토사, 아레도3 등 5대 주방 가구와 모두 전략적 협업 관계를 갖추고 있다.
빌트인 시장은 매장에서 모델 교체가 어려운 데다 설치가 쉬워야 하고 높은 품질까지 요구돼 신규 브랜드가 진입하기 어려운 보수적인 특징이 있다. 석 프로는 “집안 전체 분위기와 조화를 이루는 디자인과 한번 사면 고치지 않고 오래 쓸 수 있게 품질을 유지하는 기술력 모두를 갖춰야 빌트인 가전으로 들어갈 수”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쟁력 있는 디자이너를 확보하는 것도 중요해 삼성 키친 클럽에 가입된 디자이너가 이탈리에서만 1500명에 달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이탈리아 빌트인 시장서 차곡차곡 입지를 쌓아올리며 상위 기업 중 유일한 아시아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지난해 이 분야 12%의 매출 성장을 달성하는 성과도 올렸다. 이번 밀라노 디자인 위크 기간 중 유로쿠치나(주방 가전·가구 전시회)에서 빌트인 업계 최초로 신제품을 라이브 스트리밍으로 소개하는 이벤트를 열고, 빌트인 와이드 BMF 제품을 처음 선보여 호평을 받았다.
전진규 삼성전자 DA사업부 상무는 “유럽 빌트인 가전시장에서도 AI 기반의 편의성과 높은 에너지 효율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매우 높은 상황”이라며 “삼성전자가 강점을 가진 AI 기반의 스마트한 연결 경험과 에너지 고효율 제품을 바탕으로 유럽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