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용 성인 공연인 '더 맨 얼라이브 초이스' 포스터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일본 성인동영상(AV) 배우들이 출연하는 ‘성인 페스티벌’(2024 KXF The Fashion)이 지역 여론과 여성단체의 반발에 부딪쳐 개최가 번번이 무산된 가운데, 여성을 위한 19금(禁) 공연은 버젓이 열리고 있어 '남성 역차별'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주최 측은 6월 서울에서 장소를 다시 구해 행사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여성 본능은 정당한 권리, 남성 본능은 범죄?"

‘성인 페스티벌’(2024 KXF The Fashion)이 지자체와 여성단체의 반발에 밀려 잠정 무산됐다. 주최 측은 6월에 재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 18일 서울시가 운영하는 시민참여 플랫폼 ‘상상대로 서울’에는 “더 맨 얼라이브 초이스공연을 중지시켜주세요”라는 제목의 시민 제안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현재 서울숲씨어터(서울 성수동) 2관에서 열리고 있는 더 맨 얼라이브 초이스는 오직 여성 전용 콘서트이며, 상의를 탈의하고 여성 관객들만 보는 무대에서 유사 성행위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심지어 무대에 선 남자 배우가 입었던 속옷을 판매하는 등 사회적 문란을 일으키고 있는 패스티벌”이라면서 “서울시, 강남구청, 미래한강본부가 성인페스티벌 개최를 막으려 했던 것처럼 사회적 문란을 일으키는 더 맨 얼라이브 공연을 중지시켜주시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다른 작성자는 ‘와일드와일드’라는 제목의 뮤지컬을 지적했다. 그는 “현재 명보아트홀에서 열리고 있는 와일드와일드쇼는 오직 여성 전용 콘서트이며, 상의를 탈의하고 여성 관객들만 보는 무대에서 유사 성행위를 하고 있다”며 공연을 중지시켜달라고 요구했다.

또 다른 작성자도 “서울 시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성상품화 쇼를 중지해달라”며 “남성 댄서가 입은 팬티를 판매하는 등 성착취화가 너무 심한 것 같다. 반대로 여성이 입었던 팬티를 남성에게 판매한다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적었다.

천하람 개혁신당 국회의원 당선인은 지난 17일 페이스북에 해당 공연들을 언급하며 “언젠가부터 우리 사회는 여성들의 본능은 정당한 권리인 것으로 인정되는 반면 남성들의 본능은 그 자체로 범죄시되고 저질스럽고 역겨운 것으로 치부되는 이상한 기준이 적용되기 시작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성인 페스티벌 규모 키워 재추진" vs "유사 성매매다"

여성의당이 19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여성의당]

이같은 논란은 '성인 페스티벌'(2024 KXF The Fashion)이 여성단체와 지자체 등의 반발 속에 개최가 어려워지면서 불거졌다. 이 페스티벌은 당초 수원에서 개최하려다 반발을 사 파주로 개최 장소를 옮겼고, 파주에서도 반발을 사 서울에서 열기로 했다. 그러나 서울에서도 지자체가 업소들에 금지 공문을 뿌리는 등 엄포를 놔 결국 20~21일 개최하겠다는 일정은 무산됐다.

주최사인 '플레이조커' 측이 표면 상 밝힌 이유는 '신림동 흉기난동', '이재명 대표 피습'과 같은 사고가 일어날 수 있어 여배우들의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이지만, 반대에 밀린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주최 측은 오는 6월 서울에서 민간시설을 대여하는 방식으로 장소를 다시 잡아 행사를 재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기존에 섭외된 배우들보다 규모를 두 배 이상 늘릴 것이라는 입장도 밝혔다.

반면 여성단체는 행사 개최를 막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여성의당은 19일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 달 동안의 쉼 없는 싸움 끝에 행사를 막아냈지만, 성착취로 수익을 창출하는 성매매 산업을 엄격히 규제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성매매 처벌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성매매의 범위가 좁아 성인 페스티벌을 비롯한 유사 성매매에 대한 지자체의 개입과 처벌이 어렵다"며 "유사 성매매 행위와 성매매 광고업체까지 처벌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난감..."민간 공간에서 열리는 것은 관여할 생각 없어"

오세훈 서울시장이 19일 유튜브 영상에서 '성인 페스티벌'에 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서울시가 남성을 역차별한다는 논란이 커지자 오세훈 서울시장은 19일 유튜브 채널에 '서울시 성인 페스티벌 논란! 명확하게 말씀드립니다'라는 제목의 영상을 통해 "서울시는 이런 종류의 공연이 열리고 말고 하는 데 대해서 관여할 생각이 없다"며 "다만 공공공간일 때는 서울시가 법에 규정된 범위 내에서 관여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이해해 달라"라고 말했다.

오 시장은 "성인 전용 공연(반대)과 관련해서 서울시가 남녀 차별을 한다고 보는 분들이 계시는데, 서울시의 입장은 공공이 관리하는 공간에서 이런 성격의 공연이 열린다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라며 "남성이 보는 공연, 여성이 보는 공연, 그래서 허용을 한다 만다, 이런 차원의 문제가 전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오 시장은 이어 "여성들이 주로 본다는 그 공연의 경우 완전히 민간 공간에서 열리는 이벤트"라며 "서울시는 민간 공간, 사적인 공간에서 열리는 이벤트가 열리고 말고 하는 데 대해선 관여할 생각이 없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