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목돈 5000만원이 생겼는데 어디 투자할까요? 예금 넣으려 했는데 제1금융권에선 금리가 많이 줘야 3.5% 수준이네요. 환율 오르는데 미국 주식에 투자해볼까요? 아니면 좀 있으면 반감기 오는 비트코인에 투자해볼까요?” (온라인 직장인 커뮤니티)
최근 급등세를 보이고 있는 미국 주식과 가상자산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는 모양새다. 은행권의 수신금리가 기준금리(3.50%) 수준에 머물고 있는 가운데, 돈을 묶어 안정적으로 수익을 얻기 보다는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예·적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수익률을 보이고 있는 주식·가상자산 등으로 투자 자금을 이동시키고 있는 것이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정기 예·적금 잔액은 908조4067억원으로 전월 말(919조4705억원) 대비 1.20%(11조638억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기예금의 경우 1.04% 줄어들었고, 정기적금의 경우엔 5.67%나 감소했다.
수시입출금이 가능한 ‘요구불예금’ 규모가 커지고 있는 것도 이 같은 투심을 반영하는 결과다.
지난달 말 기준 5대 시중은행의 요구불예금 잔액은 647조8882억원으로 전월 대비 5.5% 증가했다. 2월에도 요구불예금은 전달대비 4% 늘었다. 2·3월 두달새 요구불예금이 57조원, 10% 가량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자금 흐름의 요인으로 증시,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유동 자금에 대한 투자자 수요가 늘어난 것을 꼽는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SEIBro)에 따르면 서학개미(서구권 주식 소액 개인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보관액은 지난달 말 기준 748억2886만달러로 월간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글로벌 전기차 ‘대장주’ 테슬라에 대한 순매수액이 올해 들어 8억3505만달러로 가장 컸던 한편, 글로벌 인공지능(AI) 반도체 랠리의 영향으로 ‘대장주’ 엔비디아(8억1073만달러), 마이크로소프트(5억502만달러) 등에도 거액의 투자금이 몰렸다.
올해만 주가가 32.92% 하락한 테슬라에는 ‘저가매수세’가 유입된 것으로 평가되며, 올 들어 각각 주가가 85.71%, 13.64% 상승한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에는 AI 랠리에 따른 추가 상승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읽힌다.
가상자산 ‘대장주’인 비트코인 역시 연초 4만4000달러 수준이던 가격이 지난달 중순 7만1000달러보다 높은 수준까지 치솟으며 투심을 자극한 바 있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에서도 최근 1억원 선을 상회하던 비트코인 가격은 이날 오전 9시 27분 현재 9550만원 부근까지 내려온 상황이다.
글로벌 거래소 LMAX 그룹의 시장 전략가인 조엘 크루거는 “1분기에 폭발적인 성과를 거둔 비트코인이 조정기를 거치는 데는 당연하다”면서도 “최근 미국 경제 지표는 강세를 보이고 있고,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에 따라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치가 재조정되고 있고, 이는 미 달러 수익률 차이를 노린 광범위한 미국 달러 수요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비트코인은 하락은 대규모 비트코인 보유자인 ‘고래’에 의해 더욱 악화했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가상화폐 정보 분석 기관인 크립토퀀트에 따르면 전날 글로벌 가상화폐 거래소 비트피넥스의 준비금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일반적으로 ‘큰 손’의 매도가 증가했다는 신호로, 전날 오후 비트코인 가격이 급격히 하락한 것과도 일치한다고 CNBC 방송은 짚었다.
다만, 일각에선 2주 정도 앞으로 다가온 비트코인 반감기 이후 최고 15만달러까지 비트코인 가격이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코인마켓캡 크립토뉴스는 1일(현지시각) “이번 반감기의 비트코인 가격을 7만달러 수준으로 가정할 때 반감기 영향력은 달러 기준으로 3배 더 강력해질 전망”이라며 “하루에 약 3200만달러, 연간 110억달러에 달하는 공급량이 줄어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모간 크릭 캐피털매니지먼트의 최고경영자(CEO) 겸 최고투자책임자(CIO)인 마크 유스코는 30일(현지시간) 미국 CNBC 출연해 비트코인 가격이 올해 15만달러로 현재 보다 두배 이상 오를 것으로 예측하면서 “투자자들이 포트폴리오에서 비트코인 비중을 최소 1~3%를 할당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비트코인은 왕이자 지배적인 가상화폐”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비트코인은 더 나은 형태의 금”이라며 “앞으로 10년 동안 비트코인은 현재 가격에서 10배는 쉽게 오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비트코인 가격이 이미 올 1분기 큰 폭으로 상승해 상승 폭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의견과 더불어 이번 반감기는 현물 ETF 승인 이후라는 점에서 기존 반감기와는 다르게 봐야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세계 최대 규모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로버트 미치닉 디지털자산 책임자는 지난달 26일(현지시간) “비트코인으로 큰 수익을 올리던 시절은 이미 지나갔다”며 “비트코인이 앞으로 추가 상승 랠리가 없을 것이란 의미는 아니지만, 지난 10년 동안 비트코인은 연간 124%가 넘는 평균 수익률을 올렸는데 앞으로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