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美·日 3국, 남중국해 공동순찰 합의 관측
이달 미군 1만1000명·필리핀군 5000명 동원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중국 인민해방군 남부군구가 최근 남중국해에서 실사격 훈련을 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일 보도했다.
이 훈련은 ‘무장한 적 어선’을 겨냥한 공격에 초점이 맞춰졌으며 사실상 필리핀을 겨냥했다고 SCMP는 전했다. 중국군이 분쟁 중인 남중국해 스프래틀리 제도의 세컨드 토머스 암초(중국명 런아이자오·필리핀명 아융인)에 어선을 가장한 필리핀 무장 선박의 접근을 차단하려는 훈련이라는 것이다.
필리핀은 1999년 해당 암초에 좌초한 군함을 지킨다는 명분으로 해병대원을 상주시키고 민간 선박으로 물자를 보급해왔으나, 중국은 물대포 발사와 선박 충돌로 필리핀 보급선을 차단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으며 필리핀도 미국 등 우방과 연대해 강력히 대응하고 있다.
SCMP는 중국 국영 CCTV를 인용해 남중국해 실사격 훈련에 쉐산호·루산호·광저우호·다리호·천저우호 등 군함이 동원됐으며, 필리핀의 ‘민병대 어선’을 겨냥한 훈련 이외에 남중국해 공해상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상황을 가정한 훈련이 펼쳐졌다고 전했다.
특히 중국군은 미국이 필리핀과 연대한 남중국해 작전을 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대응책을 마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은 존 아퀼리노 미 인도태평양사령관이 지난달 20일(현지시간) 하원 군사위원회 청문회를 통해 밝힌 필리핀 옹호 입장과 함께 유사시 대응에 나설 가능성을 암시한 데 주목하고 있다.
아퀼리노 사령관은 “우리 동맹인 필리핀을 겨냥한 중국의 계속되는 호전적이고 공격적이며 위험한 활동을 우려하고 있다”며 “만약 필리핀의 선원이나 군인이나 그들의 구성원 중 한명이 죽는다면 상호방위조약의 5조를 발동할 수도 있으며 그 경우 우리 정책 의사결정자들은 매우 힘든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미국은 근래 중국이 대형 해양 경비선을 동원해 필리핀의 목제 보급선에 물대포 공격을 한 걸 두고, 미국과 필리핀 간 방위조약을 발동시킬 수준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무장 공격’으로 간주하는 분위기다.
미국은 2022년 취임 이후 대(對)중국 강경정책을 취하는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양상이다.
이런 가운데 SCMP는 중국군의 이번 실사격훈련은 필리핀군과 미군의 남중국해 연례 발리카탄 합동훈련에 맞선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고 짚었다.
이달 22일부터 내달 8일까지 예정된 올해 남중국해 발리카탄 훈련에는 필리핀군과 미군 이외에 프랑스군과 호주군도 참여할 예정으로 전해졌다. 미군은 최소 1만1000명, 필리핀군은 5000명이 각각 동원된다.
외신에 따르면 내달 11(현지시간) 미국에서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이 참석하는 3국 정상회의가 열릴 예정이며, 이 자리에서 3국이 남중국해 공동 해군 순찰에 합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이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중국은 남중국해 전체에 U자 형태로 ‘구단선’을 긋고 이 안의 약 90% 영역이 자국 영해라고 주장하지만, 관련국들은 이를 인정하지 않아 왔다. 특히 필리핀은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에 소송을 제기해 2016년 중국의 영유권 주장이 국제법상 근거가 없다는 판결을 받아내는 등 중국에 강하게 맞서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