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D-6..요즘 한참 동안 고개 쳐들고,
맛난 대나무 자주 나오자 잠시 동작 멈춤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대한민국이 고향인 첫 국내산 자이언트 판다 ‘푸바오’는 오는 4월3일 고향을 떠나 중국 사천성 자이언트판다보전연구센터 ‘워룽 선수핑 기지’에 도착, 적응한 뒤, 적당한 배필을 만나 결혼하고 아기를 낳게 된다.
요즘 들어, 푸바오는 뭔가 자신의 신변에 변화가 생길 것이라는 감을 잡은 듯한 행동을 취하는데, 바로 강철원 할부지에 대한 집착이 강해졌다는 느낌이 든다는 게 사육사들이 SNS 전언이다.
강 사육사가 자기 방 위쪽에서 움직이는 듯한 미세한 소리와 냄새가 감지되면 푸바오는 한동안 고개를 쳐든 채 내리지 않는다고 한다.
마치 비밀첩보원이 밀실회의 내용을 입수하려는 듯, 아예 문 옆에 자리를 잡은 뒤, 문에 ‘귀 대기’를 한다.
가는 날이 얼마남지 않았으니, 사육사들은 맛좋고 품질 좋은 대나무, 당근을 먹이는데, 평소와 다른 ‘고퀄’ 대나무를 맛보게 되면, 씹던 동작을 멈추고, ‘스틸사진 아님 주의’라는 팻말을 달아야 할 정도로, 한동안 가만히 있는다.
그렇게 ‘푸바오의 시간’은 지나고 있었다.
푸바오는 2024년 4월 3일 수요일 오전, 친정인 경기도 용인시 포곡읍 에버랜드를 출발해 인천국제공항까지 반도체 수송에 이용되는 특수 무진동차로 이동한다.
매우 민감한 기술이 적용돼 극도로 관리된 생산, 운반, 수출 과정을 거치는 ‘금지옥엽’ 반도체는 대한민국 경제를 선진국 대열에 세운 1등 공신이다.
푸바오를 애지중지하는 우리는 그녀를 보낼 때, 금지옥엽 우리 반도체가 탔던 차에 태운다. 반도체와 푸바오가 이렇게 연결되기도 한다.
4월3일 오전 10시40분부터 약 20분간 푸바오에 대한 국민 배웅의 시간을 갖는다. 특수 무진동차 안에 있는 푸바오를 볼 수는 없다. 이 특수차는 연도에 늘어선 국민들 사이로, 판다월드 부터 장미원 까지 천천히 이동하게 된다. 보이지는 않지만, 우리 국민들의 눈물겨운 작별인사가 이어질 것 같다.
강철원 사육사는 중국 판다보전연구센터의 전문가와 함께 전세기에 탑승해 푸바오 무사 도착을 현장에서 확인한다.
그리고는 논산훈련소에 자식 들여보낸 뒤 돌아선 엄마의 심정으로, 강 사육사는 애지중지하던 손녀를 시집 보낸 아린 가슴을 부여안고 귀국 비행기에 오른다. 자기 발에 매달려 떨어지지 않던 껌딱지의 추억이 한없이 밀려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