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이어 하나은행도 이사회 결의

금감원 분쟁조정기준안 수용키로

판매 잔액 큰 국민·농협·신한銀 ‘부담’

하나銀, 최대 규모 배상위원회 신설…당국은 은행권 자율배상 ‘예의주시’[머니뭐니]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투자자들이 피해 보상 등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홍승희·김광우 기자] 하나은행이 우리은행에 이어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 편입 주가연계증권(ELS) 관련 금융감독원의 분쟁조정기준안을 수용하겠다고 이사회에서 결의했다.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손실 배상 관련 위원회를 역대 최대 규모로 꾸리고, 투자자들과 자율 조정 협의에 들어갈 예정이다. ELS를 판매한 타행들도 이주 내 분쟁조정기준안 수용에 대한 이사회 결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당국이 아직 분쟁조정위원회에 돌입하지 않은 만큼, 그 전에 최대한 자율배상을 진행해 ‘평판’을 챙기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전날 홍콩 H지수 ELS 분쟁조정기준안을 수용키로 결의하고, 이에 따른 자율배상안을 마련해 신속한 투자자 배상절차를 개시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미 만기 손실이 확정됐거나, 손실구간에 진입한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투자자별 배상비율 조정에 나설 방침이다.

하나은행은 소비자보호그룹 내 ‘홍콩 H지수 ELS 자율배상위원회’와 ‘자율배상지원팀’도 신설한다. 자율배상위원회에는 금융업 및 파생상품 관련 법령, 소비자보호 등에 관한 외부 전문가 3인이 포함된다. 하나은행은 지난 2019년 해외 금리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 투자손실 분쟁 당시에도 5명 규모의 배상위원회를 설치했다. 판매 잔액이 2조원을 넘고, 배상액도 수천억원대에 달하는 만큼 역대 최대 규모의 배상위원회를 꾸린 것으로 보인다.

하나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하나은행의 홍콩 H지수 ELS(ELT·ELF 합산 기준) 잔액은 약 2조300억원으로, 올해 상반기 만기도래분 중 손실구간에 진입한 금액은 약 7500억원 수준이라고 밝혔다. 업계는 은행의 손실 배상률이 평균 40% 수준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4월 초부터 손실이 확정된 투자자를 대상으로 개별 협의 절차를 진행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조정비율을 협의하고 나면 합의를 해서 (배상문제를) 종결하자는 취지의 동의서를 항상 받는다”며 “고객이 (자율배상안을) 원치 않으면 다음 절차(소 제기)로 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나은행, 홍콩 ELS 자율배상금 지급 개시…은행권 최초
하나은행 전경

앞서 우리은행은 시중은행 중에서 처음으로 홍콩H지수 ELS 투자자들에 대한 배상에 들어가기로 결의했다. 우리은행이 밝힌 자율배상 대상 ELS 금액은 415억으로 고객은 450명 수준이다.

시중은행 중 판매 잔액이 가장 낮은 우리은행은 앞서 ELS 가입자들에게 문자를 보내고 “만기일 이후 10영업일 이내에 배상 관련 안내 문자를 발송할 예정”이라며 “정확한 배상금액은 만기 후 제출 서류 확인 후 산정 가능하다”고 안내했다. 내달 12일부터 만기 투자자가 나오면 조정 비율 협의와 동의를 마치고, 일주일 이내로 배상금을 지급하겠다는 방침이다.

판매잔액이 큰 다른 은행들은 이같은 우리·하나은행의 선제적 배상 결정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SK증권 추정치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의 올 상반기 H지수 ELS 만기 도래액은 4조8000억원, 신한은행 1조4000억원, 농협은행 1조5000억원에 해당한다. 이 경우 기본 30%의 최소 배상비율에 평균 10%포인트 가산항목을 가정시 KB국민은행의 상반기 배상액은 8800억원, 신한은행 2500억원, 농협은행 27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하반기까지 계산할 시 배상 예상 금액은 1조200억원, 3200억원, 농협은행 3000억원으로 늘어난다.

수천억원대 배상 규모에도 이들 은행은 일단 금감원의 분쟁조정안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이다. NH농협은행과 SC제일은행은 이날 분쟁조정기준안 수용을 위한 이사회를 결의할 예정이며, 국민은행과 신한은행도 이번 주 후반께 이사회를 열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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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은 금감원의 분쟁조정기준안을 기초 삼아 은행권이 최대한 자율조정을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은행권의 배상은 고객에게 최대한 유리한 쪽으로 진행될 거란 전망도 나온다. 한 당국 관계자는 “일부 은행권에서는 분쟁조정기준안이 애매하다고 이야기하지만 은행 실무자들은 그렇지 않다는 걸 알고 있을 것”이라며 최대한 자율배상을 실시할 것을 강하게 촉구했다.

홍콩H지수 ELS와 관련해 ▷분쟁조정위원회 ▷금융사 제재작업 등의 과정이 남아있지만, 은행들의 자율배상 상황을 지켜보며 섣불리 진행하지는 않고 있다. 한 금감원 관계자는 “아직 분쟁조정위원회 절차에 돌입하지는 않은 상태”라며 “앞서 세부적으로 현장을 검사했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분쟁조정이 하루 이틀만에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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