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만~7만5000원 거래물량 집중
10명 중 1명은 여전히 손실…최고가 8만5779원
외국인 수익률 앞서…평균 매입 6만7000원대
[헤럴드경제=유혜림 기자] 삼성전자 주가가 2년 3개월 만에 장중 8만원을 돌파하면서 주주 10명 중 9명이 수익 구간에 들어선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7만전자’에 갇힌 동안 무려 110만명 넘는 소액주주들이 삼성전자를 떠났음에도 끈기 있게 버틴 성과인 셈이다. 엔비디아의 삼성 고대역폭메모리(HBM) 채택 기대감, 반도체 수출 개선 등이 맞물려 주가 호재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27일 헤럴드경제가 코스콤을 통해 최근 3년간(2021년 3월 27일~2024년 3월 26일) 삼성전자의 매물대·투자자별 매수 현황을 분석한 결과, 매물 89.46%가 8만원보다 낮은 수준에서 거래된 것으로 파악됐다. 2021년 3월 이후 삼성전자를 사들인 주주 10명 중 9명가량이 수익권에 진입한 셈이다. 매물대는 해당 주가에 투자자들이 얼마나 거래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매물 구간별로 살펴보면, 7만원~7만4900원(28.62%)에서 거래된 물량이 가장 많았다. ‘7만전자’보다 싸게 산 비중도 45%에 달한다. ▷5만2772원~6만원 미만(13.49%) ▷6만원~6만5000원 미만(14.33%) ▷6만5000원~7만원 미만(17.74%) 순이다. 8만원대 사들인 물량 비중은 10.59%로 최고가는 8만5779원 수준이다. 10명 중 1명은 여전히 손실을 보고 있는 셈이다.
지난 3년간 답답한 주가 흐름에 삼성전자를 떠난 동학개미들도 상당하다. 주가가 6만~7만원 ‘박스권’에 갇히면서 SK하이닉스 대비 부진한 흐름을 보였기 때문이다. 작년 한 해에만 소액주주 수(467만2039명)는 114만명 넘게 줄었다. 다만, 이들의 주식 보유 비중은 66.87%에서 67.3%로 오히려 소폭 늘었는데 이는 7만원선을 저점으로 보고 이른바 ‘물타기’ 투자 전략으로 주식을 추가 매입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렇다면 어떤 투자자가 수익률 대결에서 웃었을까. 최근 3년간 투자자별 순매수 평균단가를 살펴보니 외국인이 6만7021원(수익률 19.2%)으로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은 7만1843원(11.2%), 기관은 7만1637원(11.5%)으로 비슷한 수준이다. 이 기간 개인과 외국인은 각각 13조8026억원, 9733억원을 순매수했으며 기관은 15조원 넘게 팔아치웠다.
특히 올 들어선 외국인 매수세가 뚜렷하다. 외국인은 연초 이후 삼성전자를 4조4490억원어치 쓸어담았다. 개인과 기관은 각각 1조7890억원, 2조7550억원 순매도하면서 차익 실현에 나섰다. 외국인들을 중심으로 반도체 투심이 되살아나자 증권가에선 반도체 업종 비중을 늘리라는 진단이 많다. 이에 올 들어 삼성전자의 신용거래융자(빚내서 투자) 잔고(4652억원)는 9.3%(435억원)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 주가가 더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반도체 업황 개선에 HBM 시장의 최대 ‘큰손’인 미국 엔비디아 납품을 눈앞에 두는 등 실적 기대감도 크기 때문이다. 에프앤가이드가 증권사 24곳을 대상으로 집계한 목표주가 추정치는 9만4696원이다. ‘10만 전자’를 전망한 고영민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AI(인공지능) 수요 자극이 커지면서 실적 회복 탄력도 강해질 전망"이라며 "올 1분기 고부가 제품(HBM, DDR5)의 경쟁력 확보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