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 김상수 기자] “가격표를 보곤 깜짝 놀랐다.”
최근 해외 여행을 다녀온 A씨. 평소에도 여행을 즐기는 그는 귀국 때마다 꼭 초콜릿을 선물로 구매한다.
이번 면세점을 들렸던 A씨는 가격을 보곤 깜짝 놀랐다. 그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 가격은 아녔는데, 초콜릿 선물도 이젠 부담되는 가격”이라고 토로했다.
최근 들어 세계적인 초콜릿업체가 연이어 가격을 인상했다. 초콜릿은 굳이 특별한 이벤트가 아니더라도 해외 여행 선물로 애용하는 품목. 가격 대비 무난한 선물이란 인식 때문이다. 회사나 지인에게 편하게 나눠줄 선물로 각광받는다.
하지만, 이 같은 풍경도 이제 바뀔 조짐이다. 초콜릿 가격이 하루가 다르게 급등하기 때문. 이유는 바로 초콜릿 원료인 코코아에 있다. 코코아 가격이 유례없이 폭등하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기후위기로 코코아 작황이 어렵기 때문이다.
‘때문이다’의 반복을 추적해보면, 결국, 기후위기의 여파가 해외여행의 소소한 선물마저 사라지게 만드는 셈이다.
코코아 국제가격은 그야말로 폭등세다. 런던 ICE 거래소 기준으로, 코코아는 지난 1월엔 톤당 4094달러 수준이었지만, 불과 3개월 만에 8172달러까지 치솟았다. 2배가 넘게 오른 셈이다. 불과 3개월 만이다.
최근 10년치 그래프를 보면 더 충격적이다. 사실상 최근 들어 매일이 10년 사상 최고치 경신 행진이다.
코코아 가격 상승이 최근 들어 더 심각해진 건 생산의 대부분을 담당하고 있는 서아프리카가 기후위기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코코아 주요 산지는 코트디부아르, 가나 등이다. 이들이 세계 코코아의 절대적인 생산량을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작년 유례없이 강력한 엘니뇨가 강타했고, 그 여파로 코코아 생산이 급감했다. 여기에 최근엔 폭우, 병충해까지 덮쳤다.
문제는 이 같은 생산량 급감이 단순히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란 데에 있다. 외신과 국제카카오기구 등에 따르면, 올해에 전 세계 카카오 재고량은 45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질 전망이다. 최소한 2025년까지도 공급 부족이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나, 흉작의 원인인 기후위기는 갈수록 예측이 어려워지고 있어 전망 자체가 어렵다는 한계도 있다.
이미 세계적인 초콜릿업체들은 연이어 가격 인상을 단행 중이다. 몬데레즈인터내셔널(Mondelez International)이나 허쉬 등 세계적인 초콜릿회사도 최근 2~3년간 가격인상을 추진했다.
일부 업체들은 제품의 초콜릿 양을 줄이는 식으로 일단 대응하는 중이다. 제품 크기를 줄이거나 입히는 초콜릿의 두께를 줄이는 식이다.
국내 업체들도 비상이다. 오리온이나 롯데웰푸드 등 제과업체들도 중남미 외에 다른 산지 물량을 확보하려 하지만, 대책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