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중순 KT 판교 신사옥 앞에서 집단 시위
물가 인상 반영한 추가 공사비 171억원 요구
건설분쟁조정위원회 조정 신청했지만 미뤄져
[헤럴드경제=박로명 기자] 쌍용건설이 발주처인 KT를 상대로 판교 신사옥 공사비 증액을 요구하는 집단행동에 나선다. 쌍용건설은 원자재와 인건비 상승에 따른 추가 비용을 공사비에 반영해달라고 수차례 요청했으나 KT가 지급을 거부하자 시위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현대건설·롯데건설·한신공영도 추가 공사비를 보전받지 못해 발주처인 KT와 건설사 간 갈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쌍용건설은 이달 중순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판교에 위치한 KT 판교 신사옥 앞에서 집회를 열 계획이다. 쌍용건설 건축 본부사업 직원과 현장 직원 50여명이 참석해 물가 인상을 반영한 추가 공사비 171억원 증액을 요청할 방침이다. 지난해 10월 쌍용건설 직원과 협력업체 직원 30여명이 KT를 상대로 집단행동에 나선 지 5개월 만이다.
쌍용건설은 2020년 공사비 967억원으로 KT 판교 신사옥공사를 수주했다. 그러나 KT와 도급계약을 체결한 후 코로나 19 사태,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터지면서 자재값과 인건비가 치솟으면서 난관에 봉착했다. 자재 반입이 늦어지고 철근 콘크리트 공사가 중단되는 등 171억원의 공사비를 추가로 투입했다. 쌍용건설은 이로 인해 손실이 커졌다며 KT에 추가 공사비 지급을 요구했다.
그럼에도 KT는 도급계약서상 ‘물가변동 배제특약’을 내세워 지급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해당 특약은 시공사가 착공 후 물가 변동이 있더라도 계약 금액을 조정하지 않겠다는 내용이다. 쌍용건설은 작년 7월부터 KT에 공사비 증액을 호소하는 공문을 여러 차례 보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쌍용건설은 지난해 10월 국토교통부 건설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 신청 의견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조정위원회 심의 개최는 기약 없이 미뤄지고 있다. 원칙적으로 조정위원회는 접수일로부터 최대 60일 이내 처리를 마쳐야 하지만, 양측으로부터 의견서를 접수하는 절차가 길어지면서 기간을 연장했다. 조정위원회가 조정안을 제시해도 법적으로 강제성이 없어 양측이 모두 받아들여야 한다. 결국 KT가 추가 공사비 지급을 끝까지 거부할 경우 마땅한 방법이 없는 것이다.
한편 발주처인 KT는 여러 건설사와 공사비 증액을 두고 갈등을 빚고 있다. 현대건설은 완공을 앞둔 서울 광화문 KT 사옥 리모델링 공사에서 300억원 이상의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한신공영은 부산초량오피스텔 개발사업에서 발생한 추가 공사비 140억원을 요구하고 있다. 롯데건설도 KT부지 복합개발 사업인 서울 광진구 ‘롯데캐슬 이스트폴’을 두고 공사비 협상을 벌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직원들이 최선을 다해 KT 판교 신사옥 공사를 마쳤지만 추가 공사비 171억원을 지급받지 못했다”며 “현재 건설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해 결과를 기다리고 있지만 조정 결과가 나와도 법적 효력이 없어 발주처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