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제3 조합, ‘사업성 우려’ 토로

‘표준건축비’ 현실화 요구 이어져

275억 드는데 125억만 주겠다고?…돈먹는 하마 임대주택 [부동산360]
남산 전망대에서 강북 일대 아파트와 빌딩들이 보이고 있다.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고은결 기자] #서울 서대문구 홍제3구역 재건축 조합은 최근 지역 정치권을 만나 임대주택 건설로 사업성이 무너질 위기라고 토로했다. 홍제3구역 재건축은 지하철 3호선 무악재역 역세권 단지를 재건축해 최고 23층, 10개동, 620가구로 짓는 사업이다.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면적인 용적률은 약 280% 수준으로 40%포인트(p)가량 상향돼, 임대아파트 토지를 기부하고 임대주택 80여가구를 지어야 한다.

문제는 임대주택을 지을 때 조합이 내는 공사비와, 보전 받는 금액 차이가 크단 것이다. 해당 조합은 아직 공사비를 협상 중이며, 3.3㎡당(평당) 공사비 830만원을 낸다고 가정할 때 임대주택 총 공사비는 275억원이다. 그러나 서울시에서 매입할 때 적용하는 표준건축비는 평당 377만원으로, 약 125억원 수준이다. 이를 제하면 조합은 최종적으로 토지 기부채납(공공기여)을 비롯해 150억원을 추가 공사비를 부담하게 된다. 이는 용적률 증가에 따른 일반분양 수입이 거의 다 내주는 셈이란 설명이다.

이처럼 최근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기조에도 기부채납에 따른 공적 부담이 발목을 잡는다는 목소리가 늘고 있다. 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해 층수 규제는 완화됐지만 공공기여로 인해 사업성이 낮아지고, 재건축 단지와 지자체 간 협의가 어려워 사업 속도가 늦어질 수 있단 것이다. 기부채납 시설 종류, 임대주택 규모 등이 주된 갈등 원인인데, 특히 임대주택에 적용하는 표준건축비가 실공사비에 한참 미치지 못해 조합 손실이 크다는 지적이 많다.

건축비는 민간분양아파트에 적용되는 기본형 건축비와 공공임대주택에 적용되는 표준형 건축비로 나뉜다. 기본형 건축비는 그간 건설자재 가격 급등을 반영해 매년 3월, 9월 정기 고시 때마다 꾸준히 올랐다. 그러나 표준형 건축비는 2016년 6월 5% 올린 이후 2022년까지 한 번도 올리지 않았고, 지난해 2월에서야 9.8%를 인상했다.

현재 표준건축비는 3.3㎡당 369만원 선으로, 분양가 상한제 대상 아파트에 적용하는 기본형 건축비(3.3㎡당 약 673만원)의 55% 수준이다. 이에 정비업계에서는 표준건축비 현실화를 꾸준히 요구하고 있다. 한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과거 평당 공사비가 400만원대일 때는 표준 건축비보다 평당 100만원 정도 높아, 조합이 감수할 수 있는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남는 게 없다”며 “공사비, 기부채납에 조합원들 분담금은 파격적으로 오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경기는 나빠지는데 공사비 급등과 기부채납 부담이 복합 작용하다 보니 당분간 재건축·재개발 활성화 가능성이 낮다는 전망도 이어진다. 한강변 층수 규제가 풀렸지만 공사비 부담 등에 70층 개발이 물거품된 성수전량정비구역 1지구 재개발 등처럼 초고층 아파트촌 개발이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홍제3구역 조합 관계자는 “다른 사업장의 상황도 비슷하다. 시에서 70층짜리 아파트도 짓게 해주겠다고 하지만 더 낮은 층으로 하는 이유가 있는 것”이라며 “과도한 기부채납에 사업성이 떨어져 재건축·재개발 활성화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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