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수요 감소·소비 둔화·투자 위축”

4개 분기 연속 '제로' 또는 '마이너스' 성장

1년째  암울한 獨 경제…분데스방크
[사진=게티이미지]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독일 경제가 해외 수요 감소와 소비 둔화, 고금리에 따른 투자 위축 등으로 경기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독일 중앙은행 분데스방크가 진단했다.

로이터통신,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분데스방크는 19일(현지시간) 정기 월간 보고서에서 "독일 경제는 아직 회복되지 않았으며 올해 1분기 생산도 소폭 위축될 수 있다"며 "생산이 두 분기 연속 감소해 기술적 불황에 진입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유럽 최대 경제 대국인 독일은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에너지 비용이 상승한 이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후장대 산업 중심의 독일 경제는 4개 분기 연속 '제로' 또는 '마이너스' 성장을 이어오면서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 전체에 부담을 주고 있다.

지난해 4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분기 대비 0.3% 감소했고, 지난해 연간 GDP(속보치) 역시 0.3% 역성장했다.

하베크 독일 부총리 겸 경제·기후보호부 장관은 지난 14일 독일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3%에서 0.2%로 대폭 낮췄으며 내년도 1.5%에서 1%로 하향 조정했다.

이에 독일 경제 모델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중공업의 상당 부분이 국제 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이 떨어지고 있어 경제 모델의 전환이 시급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독일 정부는 높은 에너지 비용과 중국 수요 약세, 급격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일시적으로 성장을 저해하는 것이며 현재 경제 전략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반박하고 있다.

분데스방크는 해외 산업 수요가 감소 추세에 있고 주문 잔고도 줄어들고 있는 데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인플레이션에 대응해 금리를 사상 최고치까지 인상해 자금 조달 비용이 급격하게 상승, 기업들도 투자를 보류하고 있어서 당분간 독일 경제가 약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높은 명목 임금 상승률과 운송 등 주요 부분에서의 파업도 기업 경영과 분기 성장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홍해 지역의 해운 차질은 아직 해운 부문에 여유가 있는 데다 운임상승이 전체 비용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크지 않아서 심각한 피해를 주지는 않을 것으로 분데스방크는 전망했다.

또 경제 전망은 약세이지만 현재까지는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여 독일이 광범위한 장기 불황에 직면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