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1000만원 과일 누가 먹었느냐”
홍익표 “명품백 받은 분이 해명하시라”
신성식 “특활비는 도대체 어디에 썼나”
[헤럴드경제=양근혁 기자] 총선을 53일 앞둔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서로에 불리한 프레임을 씌우기 위한 정쟁에 몰두하고 있다.
양당은 서로의 약한 고리에 대한 타격을 연일 주고 받는 모양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경기도지사 시절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을 지속적으로 언급하고,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논란과 검찰 특수활동비 문제를 꺼내 맞서고 있다.
한 위원장은 지난 13일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이 대표를 향해 “공금 법인카드로 1000만원어치 과일을 사 먹은 것이 사실인가”라며 “이런 질문을 할 때마다 한 번도 답을 못 들었다”고 말했다.
다음 날(14일)에도 한 위원장의 공격은 계속됐다. 한 위원장은 당사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가) 홍익표 원내대표 이런 분들에게 돌려가며 저를 공격하라고 하는데, 과일을 홍익표가 안 먹고 자기가 먹었잖느냐”고 꼬집었다. 이어 “자기가 한 행동에는 자기가 답하는 게 국룰 아닌가. 그렇게 도망다닐 거면 정치하지 말라”고 거듭 비판했다.
이에 대해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도 곧장 맞불을 놨다. 홍 원내대표는 15일 정책조정회의에서 “한 위원장이 과일 먹은 사람이 과일에 대해 답변을 해야 한다고 했는데, 맞는다”며 “명품백을 받은 사람이 명품백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 하지 않겠느냐”고 받아쳤다.
그러면서 “한 위원장이 명품백을 받지 않았고, 다른 국민의힘 당직자들이 명품백을 받지 않았으니 명품백을 받은 분이 해명하고 사과도 하고, 필요하면 검찰 수사도 받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다음날(16일) 한 위원장은 또 다시 경기도 법카 의혹을 언급하며 이 대표에게 ‘객관식 문제’를 제시했다. 그는 “제가 계속 질문을 하고 있는데 답이 없으니까 또 물어보겠다. 이번에는 객관식으로 물어보겠다”며 4가지 선택지를 제시했다.
한 위원장은 “1번 (법인카드로) 안 먹었다. 사실 과일 안 좋아한다, 2번 내가 과일 먹고 일제 샴푸 쓰고 제사상 대신 차리게 한 거 맞는데 다 이러고 살지 않나, 3번 사실 과일 다 정진상, 김용이 먹은 거다, 4번 내가 먹긴 했지만 내 돈으로 산 줄 알았다"고 했다.
민주당에서는 한 위원장의 집요한 공격에 맞서 총선 예비후보까지 참전했다. 한 위원장과 사법연수원 동기이자 검사장 출신인 신성식 순천·광양·곡성·구례갑 예비후보다.
신 후보는 “한 위원장에게 묻겠다”며 “국민 세금인 특수활동비를 자신들의 쌈짓돈처럼 흥청망청 쓰고 용돈처럼 나눠 쓴 사람이 세금도둑 아니겠느냐. 수십, 수백억 규모의 특활비를 도대체 어디에 쓴 것이냐고 먼저 좀 물어봐야겠다”고 했다.
신 후보는 “저도 객관식이다”라며 7개의 선택지를 한 위원장에게 제시했다. 그는 “1번 나는 특활비로 안 먹고 안 썼다, 2번 당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과 성남의 한우집에 나도 간 적이 있다, 3번 다만 한우는 먹지 않았다, 4번 대통령실에서 불러서 부산 횟집은 갔지만 회는 먹지 않았다, 5번 스타벅스 커피와 던킨도넛츠는 항상 사비로 사먹는다, 6번 특활비 영수증 보존 연한을 지키지 않아도 되는 줄 알고 증빙자료를 폐기해 왔다, 7번 검찰의 업무추진비 영수증은 특별히 휘발성이 강한 것을 몰랐다”며 한 위원장의 답변을 요구했다.
신 후보는 한 위원장에게 “말로 흥한자는 말로 망한다고 했다”라며 “여당 대표로서 합당한 언사와 비유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