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수도권 최대 생태계의 보고를 지키는 데 힘을 보태주세요!”
2일 ‘세계 습지의 날’을 맞아 공릉천 하구 습지를 향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지난달 15일 올라온 ‘공릉천 하구를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해주세요’라는 경기도민청원에 2200여 명이 서명했다.
공릉천은 경기 양주시에서 발원해 고양시를 거쳐 파주시로 빠져나오는, 한강의 마지막 지천이다. 수도권에서 자연 하천으로 남아있는 몇 안되는 곳이기도 하다.
특히 공릉천 하구습지는 멸종위기종과 천연기념물이 ‘발에 채이는’ 곳이다. 서해 바닷물과 민물이 공릉천 하구 습지에서 섞이는 기수역 지역인 터라 다양한 습지 생명들의 서식지다.
멸종위기종인 붉은발말똥게와 수원청개구리, 고라니와 삵 등이 공릉천 하구습지에 터를 잡고 있다. 겨울철에는 한반도를 찾는 철새의 4분의 1이 공릉천 하구습지를 거쳐간다. 저어새, 재두루미, 큰기러기와 쇠기러기 등이다.
문제는 공릉천 하구습지가 습지보호지역에서 빠져있다는 점이다. 습지보호지역은 환경부·해양수산부 장관이나 시·도지사가 특별히 보전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습지 및 주변관리 지역으로 지정한 곳으로 건축물이나 인공구조물의 신축 및 증축, 동식물이나 흙 등을 채취하는 행위가 금지된다.
공릉천 하구습지도 습지보호지역으로 인정 받을 기회가 있었다. 2006 4월 공릉천 하구습지와 인접한 경기 고양시 김포대교 남단부터 강화군 송뢰리 일대의 한강하구는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됐다. 이때 공릉천 하구습지는 파주시의 보존 약속을 전제로 제외됐다.
그 사이 공릉천 하구습지의 생물들은 보금자리를 위협받게 됐다. 공사비 약 195억원을 투입해 공릉천 하구 7㎞ 구간에 제방보축과 자전거도로, 교량 등을 짓는 ‘공릉천 파주지구 하천정비사업’이다. 지역사회의 반대 등에 부딪혀 지난해 말 완공 예정이었던 하천정비사업은 공사와 중단을 반복하고 있다.
공릉천 하구의 하천정비사업이 마무리되면 농경지와 공릉천을 오가던 습지 생물들이 길을 잃게 된다는 우려가 나온다. 공릉천 하구 습지보호지역 청원인은 “제방을 포장하고 수로를 확장하면 농경지와 공릉천을 오가는 생명의 길이 끊어지고 먹잇감이 줄어든 철새가 줄어들까 걱정된다”고 설명했다.
박평수 전 공릉천지키기공동대책위원회 공동대표는 “공릉천 하천정비사업이 진행되면서 지역 사회에 공릉천 하구습지의 생태계가 망가지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졌고, 철새 탐조를 하는 외부 시민들 사이에서도 공릉천 하구습지를 지켜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이제라도 공릉천 하구습지를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게 지역사회와 환경단체들의 주장이다. 습지보전법 상 환경부와 해양수산부 외에 광역지방자치단체장도 습지보호지역을 지정할 수 있다. 그러나 경기도 내 습지보호지역은 환경부에서 지정한 한강하구 한 곳뿐이다.
유호준 경기도의회 의원은 “이대로 몇년 뒤면 공릉천 하구습지에 살던 붉은발말똥게와 철새들을 볼 수 없을 것”이라며 “생태계 관점의 습지 정책 전환으로 수도권의 생태 다양성을 지켜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경기환경운동연합은 “습지는 생물다양성을 지원하고 극심한 기상 현상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해주고, 기후변화를 완화하는 역할을 한다”며 “경기도는 습지의 보전 가치가 높은 지역은 습지보호지역으로 정하고, 습지의 보호뿐만 아니라 그 기능과 가치를 더 다양화하기 위해 노력하길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