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판장에 공개저격까지 세몰이하던 친윤계, 윤-한 갈등엔 ‘조용’
“한동훈 비대위에서 본인들이 ‘쇄신 대상’이라는 것 인지” 해석
[헤럴드경제=신현주 기자]
“한동훈 주변에 동-동-동을 잘 봐야 한다” ”
윤심(尹心)을 자처하던 친윤계 초선 의원들의 세가 ‘한동훈 비대위’ 출범 후 급격히 약해지고 있다. 국민의힘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된 지 한 달 만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취임 직후 비윤계 인사들을 전진 배치시켜 본인 입지를 굳혔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기현 사퇴’ 때 불 나던 의원 채팅방…‘윤-한 갈등’에는 조용
이들의 세가 약해진 것이 명확히 드러난 것은 ‘윤-한 갈등’에서다. 27일 여권에 따르면 이용 의원은 지난 20일과 21일 김건희 여사가 ‘디올백 수수 의혹’에 사과할 필요가 없다는 취지의 글과 윤석열 대통령이 한 위원장에 대한 지지를 철회했다는 내용의 기사를 의원 단체 대화방에 연이어 올렸다. 하지만 최춘식, 정경희 의원 정도만 ‘공감’ 표시를 눌렀다고 전해진다.
지난해 12월 김기현 전 대표의 ‘사퇴’ 여부를 놓고 친윤계 초선 의원들이 세몰이를 하던 것과 상반된 분위기다. 당시에는 최춘식, 강민국, 전봉민, 박성민, 윤주현, 양금희 의원 등도 김 전 대표의 사퇴를 반대하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최 의원은 “자살 특공대가 불난 집에 부채질한다”, “고군분투하는 지도부의 충심을 흠집 내는 세력은 온돌방보다 따듯한 온지에서 당의 온갖 혜택을 받아 중진 소리를 듣는 의원들”이라며 중진 의원들을 공개 저격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친윤계 초선 의원들은 꾸준히 ‘홍위병’ 노릇을 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지난해 나경원 전 의원을 향해 연판장을 돌리며 존재감을 나타낸 이들은, ‘수도권 위기론’을 부정하던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이 “함께 타고 있는 배에 구멍을 내 침몰하게 하는 승객은 승선 못한다”고 말했을 때에도,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직후에도 당의 위기를 부정하며 ‘내부총질’을 경계하는 발언을 해왔다.
당에서는 ‘한동훈식 공천’에 이들이 위협을 느꼈다고 보고 있다. 용산 대통령실과 갈등이 있을 때 굽히는 모습을 보였던 지난 지도부와 한동훈 비대위는 다르다는 것이다. 본인들이 ‘윤심’을 강조할수록 한동훈 비대위에 있어 ‘쇄신 대상’이 된다는 점을 인식했다는 평가다.
지도부 관계자는 “김기현 체제 때는 이철규, 이용, 박성민 의원처럼 ‘내 말이 곧 윤심’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다니는 호소인들이 많았다”며 “하지만 한 위원장은 윤 대통령과 직통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고, 저들보다 윤 대통령과 가까이 지내던 사람이다. 한 위원장이 (당에) 오기 전 ‘세자’라고도 불리지 않았냐. 진짜가 오니 가짜들은 아무 말 할 수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이번 윤-한 갈등에서 한 위원장이 ‘1승’을 거뒀다는 평가가 나오지 않냐. 국민들이 보기에 윤 대통령 말 하나면 당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던 그 모습이 보기 좋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이용 의원이 해당 기사를 올린 것은 자충수”라고 비판했다.
당4역 중 2명이 ‘소장파’…“친윤계 입김 차단”
동시에 장동혁 사무총장, 유의동 정책위의장 등을 주목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이들은 한동훈 체제로 치를 4.10 총선에서 ‘공천’, ‘공약개발’ 등 업무를 담당한다. 당대표, 원내대표, 정책위의장, 사무총장 등이 포함된 ‘당4역’ 멤버이기도 하다.
장 사무총장은 ‘한동훈 비대위’ 인선의 상징적인 인물이다. ‘73년생 비정치인’ 한 위원장이 ‘영 라이트(young right, 젊은 보수)’ 이미지에 힘을 싣기 위해 장 사무총장을 임명했다는 시각이 존재하는데, 일각에선 친윤계의 과한 세몰이 여파를 끊어낼 만한 인물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장 사무총장은 지난해 1월 연판장 사태 당시 연판장에 이름을 올렸다는 이유로 전당대회 선관위원 자리에서 스스로 사퇴했다. 비대위원장 추천 과정에서도 친윤계가 밀었던 한동훈 비대위를 반대해왔다. 특히 장 사무총장은 공천관리위원회에 당연직으로 참여하게 돼 있어 입지는 커질 수 밖에 없다. 국민의힘 공관위에 친윤계 핵심인 이철규 의원이 참여하며 ‘전현직 사무총장 간 신경전이 펼쳐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유 의장의 경우 한때 유승민계로 분류됐던 비윤계, 수도권 중진이다. 김기현 지도부 2기 때 지도부에 입성한 그는 한동훈 비대위에서 유임됐다. 국민의힘 수도권 의원은 “한 위원장이 주변 인물들을 비윤계나 소장파를 주로 배치하면서 친윤계 인사들의 입김을 어느정도 차단하고 있는 듯 하다”며 “총선이 다가올수록 이들의 역할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문제적 인사들의 발언도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