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빈 서강대 정보통신대학원 특임교수 인터뷰

“현물 ETF 출시, 비트코인이 금융 투자 자산 주류로 가는 과정”

“삼성전자 주식 사듯 비트코인 투자하는 시대…‘기관’ 머니파워 가세로 가상자산 볼륨 업” [투자360]
윤석빈 서강대 정보통신대학원 특임교수는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11개가 동시 상장된 것에 대해 삼성전자 주식을 사듯 비트코인을 살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내 자본시장 법상 가상자산은 기초자산으로 인정하지 않아 거래되긴 당분간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더 헤럴드' 유튜브 채널을 통해 시청할 수 있다. [더 헤럴드 유튜브 채널 갈무리]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비트코인 자체에 대해 잘 몰랐거나, 쉽사리 투자에 나서지 못했던 개인 투자자들이 일반 주식 계좌만 있으면 투자할 수 있게 된다는 점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 증시에 가상자산 ‘대장주’ 비트코인에 대한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11개가 동시 상장된 것이 개인 투자자에게 어떤 의미인지 묻는 질문에 윤석빈 서강대 정보통신대학원 특임교수가 내놓은 대답이다. 지난 18일 윤 교수는 헤럴드경제와 만나 “비트코인 현물 ETF는 비트코인 시세를 그대로 추종하는 만큼 투자자 입장에선 사실상 비트코인에 투자하는 것과 같은 효과”라면서 “마치 삼성전자 주식을 사듯 비트코인을 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탈중앙화·분권화’라는 비트코인의 정체성이 대형 금융사가 운용하는 현물 ETF를 출시하는 것으로 훼손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윤 교수는 “현실 속에서 이미 비트코인은 확연한 자산으로서 가치를 지닌 ‘금융 인프라’”라며 “전통 금융과 하이브리드(협력)은 비트코인이 주류로 가기 위한 과정”이라고 봤다.

이어 윤 교수는 “기존 가상자산 투자 시장 참여자는 개인 투자자로 한정됐다는 한계가 있었다”면서 “미국 블랙록, 골드만삭스 등 기존 금융권 내 큰 손 기관들이 비트코인을 자산으로 인정하고 담는 만큼 판의 볼륨도 커지고 플레이어도 훨씬 더 많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영국계 대형은행 스탠다드차타드는 올해 내 500억~1000억달러(약 67조~134조원) 자금이 비트코인 현물 ETF로 유입될 것이란 예상을 내놓은 바 있다. 미국에 등록된 투자자문사(RIA) 운용자금 중 0.1%만 비트코인 ETF에 들어와도 1120억달러(약 150조원)가 투입될 것이란 계산도 있다.

윤 교수는 당장 국내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가 거래되긴 힘들 것으로 봤다. 현행 자본시장법상 가상자산은 기초자산으로 인정하지 않아 현물 ETF로 운영될 수 없는 데다, 금융위원회에서 거듭 ‘거래 불가’ 입장을 밝히고 있는 것도 걸림돌이다. 윤 교수는 “국내 금융당국의 경우 금융 시장 안전성과 투자자 보호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법 개정, 금융 소비자 보호 체계 구축 등을 전제로 새로운 금융산업 발달을 선도한다는 관점에서 (금융 당국이) 전향적 자세를 보여줬으면 한다”고 했다.

[영상=안경찬PD]

윤 교수는 최근 비트코인 약세 현상을 현물 ETF 승인 기대감이 해소된 데 따른 ‘차익실현 매물’ 출회 때문에 발생한 단기적 조정으로 봤다. 그는 “기관의 수요 급증에 오는 4월 예정된 ‘반감기’란 가격 상승 호재가 예정돼 있는 만큼 장기적으로 비트코인 가치는 오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알트코인’ 대장주 이더리움 현물 ETF의 등장 가능성에 대해 윤 교수는 최소 몇 년의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봤다. 비트코인과 달리 창시자가 알려져 있다는 점, 지분을 많이 들고 있는 사람이 더 유리한 중앙화된 채굴방식(지분증명) 등으로 ‘상품’이 아닌 ‘증권’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는 게 걸림돌이다.

하지만 윤 교수는 “비트코인 현물 ETF 최종 신청(2013년)부터 승인까지 10년이 넘는 시간이 지나는 동안 가상자산 현물 ETF에 대한 수많은 논의·검토를 바탕으로 한 선례가 만들어졌다”며 “이더리움 현물 ETF 출시까지는 비트코인보다는 더 적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