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3개월 전 고점이라길래 팔까 고민하다 들고 있었는데요. 그 때 팔았으면 큰일날 뻔 했습니다.”(온라인 주식 거래앱 커뮤니티)
“작년 1월 주당 190달러 대에 샀던 엔비디아 주식. 잘 들고만 있었더니 550달러 근처까지 올라왔네요. 믿고 그냥 쭉 가보렵니다. 엔멘.” (온라인 종목 토론방)
온라인 주식 커뮤니티 등에서 인공지능(AI) 반도체 대장주 엔비디아에 장기 투자한 국내 투자자들이 큰 수익을 올렸다는 글이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주가가 급등하는 가운데서도 추가 매수에 나서는 국내 투자자들이 늘어나면서 서학개미(서구권 주식 소액 개인투자자)들이 보유한 엔비디아 평가액도 급증하는 모양새다. 특히, 테슬라 다음으로 서학개미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던 애플의 자리를 엔비디아가 위협하고 있다.
15일 한국예탁결제원과 금융정보업체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이달 11일 기준 국내 투자자들이 보유한 엔비디아 주식 평가액은 47억8098만7662달러로, 테슬라(123억1750만710달러), 애플(48억5026만6378달러)에 이은 3위로 집계됐다.
1년 전만 하더라도 국내 투자자들이 보유한 애플 주식 평가액은 42억4000달러로 엔비디아(20억달러)의 2배 이상이었으나 현재는 격차가 상당히 좁혀졌다.
엔비디아 주식 평가액이 급격히 늘어난 것은 국내 투자자들의 순매수가 이어졌기 때문이라기보다는 지난 1년간 엔비디아 주가가 급등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작년 한 해 국내 투자자들은 엔비디아와 애플 주식을 순매도했다. 순매도 결제액(매도 결제액에서 매수 결제액을 뺀 값)은 엔비디아 12억3553억달러, 애플 10억6381억달러로 크게 다르지 않았다.
반면 주가 흐름은 격차가 상당했다. 엔비디아는 작년 한 해 238.86% 올랐으나 애플의 주가 상승률은 상대적으로 저조한 48.18%에 그쳤다.
올해 들어 애플 주가는 각종 악재로 조정을 받았으나 엔비디아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대장주’ 애플은 연초부터 글로벌 투자은행(IB)이 투자 의견을 강등하면서 주가가 하락했고 AI 기술에서도 뒤처져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7일(이하 현지시간) 뉴스레터를 통해 “애플은 AI에서 한참 뒤처져 있다”면서 “이는 소비자 기술 부문의 최고 혁신자로 자처하는 애플에 주요한 위험”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법무부의 반독점법 위반 제소 가능성과 애플워치 특허 분쟁 등 악재가 잇따르면서 지난 11일에는 장중 마이크로소프트(MS)에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 자리를 잠시 내주기도 했다.
반면 생성형 AI 시대 최대 수혜주로 꼽히는 엔비디아는 이달 8일 500달러선을 돌파한 데 이어 11일에는 장중 사상 최고가인 553달러까지 올랐다.
엔비디아의 시가총액은 현재 1조3513억달러로, 애플(2조8747억달러)·마이크로소프트(2조8872억달러)·아마존(15978억달러)에 이어 네 번째로 많다.
하나증권은 최근 발간한 해외주식 백서에서 엔비디아의 실적 전망에 대해 “AI 발전과 함께 데이터센터 매출액이 급성장하며 2024년 회계연도 매출은 전년 대비 119% 증가할 것”이라며 “미국의 대(對)중국 제재에도 차량용과 데이터센터향 매출은 견조하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