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증시 안정 위해 주식 양도세 완화 필요”
기재부, '양도세 완화'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 “올해부터 적용”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올 연말 주식시장에선 한 종목을 10억원 이상(직계 보유분 합산 기준) 가진 대주주들이 보유량을 10억원 미만으로 떨어뜨리기 위해 물량을 쏟아내는 일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가 주식 양도소득세 부과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현행 종목당 10억원에서 50억원으로 올리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가 21일 소득세법 시행령을 개정해 양도세 기준을 현행 종목당 10억원에서 50억원(지분율 무관)으로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기재부는 "상장주식에 대한 양도소득세는 직전연도 말 대주주에 해당하는 주식보유자의 주식 양도차익에 대해 부과되고 있다"며 "올해 말 기준 종목당 주식보유액이 50억원 미만인 경우에는 내년도 주식 양도차익에 대해 과세되지 않는다"고 안내했다. 올해 말 기준 종목당 50억원 미만 주식보유자의 경우 내년 상장주식 양도세 부담을 피하기 위해 올해 안에 보유주식을 매도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양도세 완화는 대통령령인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 사항이라 국회 입법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 연내 입법 예고, 국무회의 의결 등 절차를 마치면 올 연말 이전 시행할 수 있다. 대주주 양도세는 주식을 종목당 10억원 이상 보유하거나 특정 종목 지분율이 일정 수준(코스피 1%, 코스닥 2%, 코넥스 4%) 이상인 투자자를 대주주로 간주해 양도차익에 20%(과세표준 3억원 초과는 25%)의 세금을 매기는 제도다.
문제는 이 탓에 연말만 되면 대주주 지정에 따른 고율의 세금을 피하기 위해 고액 투자자들이 주식을 매도하면서 증시가 하락하는 일이 빈번했다는 점이다. 실제 지난 2021년 12월 28일 국내 증시엔 특별한 이슈가 없었지만, 개인투자자가 3조903억원어치 주식을 팔아치웠다. 역대 최대 규모였다. 이날 개인투자자 물량 폭탄이 쏟아진 건 28일 이후 한 종목을 10억원 이상 가진 경우 대주주로 분류돼, 양도세를 내야해서다. 윤석열 대통령이 양도세 완화를 대선 공약으로 내세운 이유다.
최근 대통령실은 “증시 안정을 위해 주식 양도세 완화가 필요하다는 투자자 요구에 정부도 전향적으로 검토하지 않을 수 없다”며 공약 이행을 시사한 바 있다. 이에 지난 12일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고액 투자자에 대한 양도세 기준 완화를 구체적으로 검토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지만, 최상목 경제부총리 후보자가 19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자산·국가 간 자본 이동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게 있다”고 양도세 완화에 대한 긍정적 입장을 언급했다. 이후 유보적이던 정부도 입장을 선회했다.
현재 상황에서 대주주 양도세 기준을 피하려면 12월 마지막 거래일(28일)의 2거래일 전인 오는 26일까지 주식을 매도해야 한다. 기재부는 연내 시행령을 고친다는 계획이다. 정정훈 기재부 세제실장은 “대주주 양도세를 피하기 주식 매도 행렬을 막으려면 완화에 대한 발표가 중요하다”면서 “입법 예고와 국무회의 의결 등 관련 절차를 오는 29일까지 서둘러 마무리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대주주 양도세 과세 기준은 2000년 종목당 100억원에서 시작됐지만, 지난 2013년 50억원으로, 이어 2016년 25억원, 2018년 15억원, 2020년 10억원까지 줄곧 하향했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20년 10억원으로 낮아진 기준이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