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동윤·서경원 기자] “맨 처음 500만원으로 주식하면서 주식시장 익히고 단타, 스윙 연습하면서 매월 돈을 월급만큼 버는게 목표였는데 이렇게 주말에 알바(아르바이트)나 내 노동력을 소비하지 않고, 돈을 벌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15일 한 온라인 주식·투자 게시판)
최근 특정 종목과 섹터를 중심으로 두 자릿수 이상의 급등락 현상이 벌어지면서, ‘포모(FOMO·매수 기회를 놓치는 것에 대한 두려움)’ 등으로 인한 개미(소액 개인 투자자)들의 상대적 박탈감 역시 극대화되는 모양새다.
하지만, 주식 전문가들은 이런 분위기 속에서도 투자 공부를 지속적으로 이어가며 자신만의 소신을 갖고 투자에 나서는 것이 중요하다고 연일 강조하고 있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 한 온라인 주식·투자 게시판에는 회사원으로 일하면서 부업으로 시작한 주식 투자를 통해 매달 꾸준한 한 자릿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는 투자 인증 글이 올라와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 글의 필자가 글과 함께 올린 사진에서 지난 2017년 1월부터 올해 12월까지 실현한 수익금은 3억2003만7602원에 달했다. 수익률은 8.82%였다.
지난 6월부터 이달까지 7개월 연속 수익을 올린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올해 12월에 기록한 수익 금액은 646만5590원(수익률 5.72%)에 달했다. 이는 7800만원 수준의 연봉을 받는 임금 노동자의 월급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이 밖에 11월 577만8509원(6.05%), 9월 561만8871원(7.48%), 8월 547만5425원(8.16%), 7월 336만852원(5.44%) 등의 수익금 규모도 여느 대기업 회사원들의 월급 수준에 달했다.
필자는 “최근 몇천만원씩 크게 익절할 수 있었음에도 욕심부리다 결국 다시 물리고 결국 조금씩만 먹고 나와 혼자 짜증은 나지만, 이게 제 그릇이겠죠”라고 글을 마무리했다.
이 글에는 “내가 이정도였으면 전업했을 듯”, “이게 진정한 인증이다”, “멋있다”, “선생님으로 모시고 싶어요”, “이렇게 버는 사람이 진정한 고수” 등의 댓글이 달렸다. 올 한해 국내 주식 시장이 테마주 등 특정 종목을 중심으로 급등락세가 거듭됐던 것을 감안하면 ‘고위험, 고수익’ 등의 유혹에 끝까지 넘어가지 않고 줏대있게 투자를 이어나가며 꾸준히 수익을 올렸다는 점에 높은 점수를 준 셈이다.
이날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17일 상장한 에코프로머티리얼즈(에코프로머티) 주가는 전날 종가까지 366.85%가 상승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코스닥 시장 전체 종목 중 ‘한동훈 테마주’로 엮이며 급등세를 탄 대상홀딩스우(442.19%)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주가 상승률을 보인 것이다.
올해 전체로 범위를 넓혔을 때는 포스코DX(733.60%), 에코프로(525.24%), 금양(381.17%) 등 2차전지주와 뷰노(541.03%), 루닛(493.59%) 등 의료진단 인공지능(AI)주 등을 중심으로 급등세를 보였다.
일부 종목과 섹터를 중심으로 급등세를 보인 반면, 더 많은 종목들의 주가는 횡보하거나 하락세를 보인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오히려 개미들의 투심이 위축되는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한국은행과 통계청,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1~2023년 ‘가계금융복지조사’를 살펴보면, 금융자산 투자 수단으로 주식을 선호하는 답변 비중은 올 들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식 선호 응답률은 팬데믹 기간 풍부한 유동성에 힘입어 2020년 6.2%에서 2022년 13.3%까지 2배 가량 뛰었으나 올해 8.7%로 내린 것이다. 특히 직접투자의 감소세가 뚜렷했다. 주식(직접) 투자 비중은 11.6%에서 7.7%로 3.9%포인트 감소했다. 상장지수펀드(ETF) 등 수익증권(간접투자) 비중은 1.7%에서 1.1%로 소폭 내렸다.
반면, 예금을 선호하는 답변은 지난해 83.5%에서 올해 88.8%로 5.3%포인트 늘어났다. 고금리와 글로벌 경기 둔화 등 우려로 주식시장의 수익률은 부진하자 예금으로 눈을 돌리는 투자자들이 늘어난 것이다. 2021년 1월만 해도 정기예금(1년 만기) 평균 이율은 연 0.97% 정도였으나 작년 말 4%대를 넘기는 등 고금리 국면도 길어지고 있어서다. 안전자산인 예금의 수익이 짭잘하니 주식이나 펀드 등 고위험 상품에 대한 관심이 줄어든 모양새다.
올 들어 바뀐 투자 성향도 영향을 미쳤다. ‘수익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한다’는 답변 비중은 지난해 21%에서 올해 19.3%로 1.7포인트 줄었다. 반면, 안전성을 고른 답변은 66.9%에서 67.5%로, 현금화 가능성 응답은 6.3%에서 7.4%로 늘었다. 고금리는 챙기면서도 만기는 단기로, 소위 ‘방망이를 짧게 잡는’ 재테크를 선호한다는 얘기다. 실제 지난 9월 은행권 6개월 미만 정기예금 잔액은 191조158억원으로 2월(195조1948억원)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국내 증시 전문가들은 투자 안정성을 높이는 저변동성 전략이 요즘 같은 변동장세에선 오히려 효과적인 투자 방법이란 조언도 내놓는다.
김성훈 한화자산운용 ETF사업본부장은 “저변동성 전략은 시장에 변동성이 확대되고 불확실성이 이어질 때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는 투자 전략이다. 평균적인 장세에서도 변동성이 낮은 종목이 높은 종목보다 장기 수익률이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며 “글로벌 경기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통화정책의 불확실성 등으로 인해 국내외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저변동성 투자 전략에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