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미국 뉴욕증시가 온라인 쇼핑 대목인 ‘사이버 먼데이(Cyber Monday)’에 소비가 예상보다 강한 모습을 보일 것이란 전망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이어졌던 강세장에 따른 차익실현 매물 출회로 인해 소폭 하락 마감했다.
여기에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가장 선호하는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지표인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가 온은 30일(현지시간) 공개되는 만큼 ‘눈치보기’에 들어간 투심을 반영해 주가가 약보합세를 나타낸 것으로 평가된다.
이날 한국 증시 역시 PCE 물가지수를 비롯해 11월 베이지북, 11월 수출입 동향 등 주요 지표들의 발표를 앞두고 있는 만큼 투자자들 역시도 신중한 태도를 보일 것으로 보인다.
다우 0.16%·S&P500 0.20%·나스닥 0.07% ↓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27일(현지시간) 미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56.68포인트(0.16%) 하락한 35,333.47로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장보다 8.91포인트(0.20%) 떨어진 4,550.43으로, 나스닥지수는 전장보다 9.83포인트(0.07%) 밀린 14,241.02로 장을 마감했다.
이날 미 증시엔 주가에 호재가 될 만한 소식들이 이어졌다.
우선 당초 인플레이션과 가계 저축 축소 등으로 연말 쇼핑이 이전 연도보다 둔화할 것이라는 전망과 달리 소비가 탄탄한 모습을 보이면서 연말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는 완화됐다.
한때 주가를 크게 짓누르던 국채금리도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날 2년물과 5년물 국채 발행에서 수요가 부진했다는 소식이 나왔음에도 2년물 금리는 7bp가량 떨어진 4.88%를, 10년물 금리는 8bp가량 떨어진 4.39%를 나타냈다. 국채 시장은 인플레이션 둔화와 경제 지표 부진에 더 주목하고 있다.
이날 미 증시 상승세의 발목을 잡은 것은 차익실현 매물이었다. 지난주까지 3대 지수는 4주 연속 상승세를 탄 바 있다.
낙관론 지배하는 美 월가
이날 약보합세에도 불구하고 월가에선 ‘낙관론’이 지배적인 모습니다. 글로벌 대형 투자은행(IB) 들이 미 증시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을 잇따라 내놓으면서다.
도이체방크는 내년 S&P500지수 전망치를 월가에서도 가장 높은 수준이자 현재보다 12%가량 높은 5100으로 제시했다. 올 들어 S&P500지수는 19%가량 상승했다. BMO 캐피털 마켓츠도 내년 지수 전망치를 5100으로 제시했다.
앞서 RBC와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내년 지수 전망치를 5000으로 제시한 바 있으며,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는 이보다 낮은 수준으로 예상한 바 있다. 월가의 내년 S&P 500지수 전망치 중간값은 4700 수준이다.
뉴욕증시 전문가들은 연준의 금리 인상으로 인플레이션은 낮아지고, 성장률은 안정되는 골디락스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다며 이는 증시를 뒷받침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인터렉티브 인베스터의 리처드 헌터 시장 담당 헤드는 마켓워치에 “투자자들 사이에 팽배한 가장 최근의 서사는 금리가 정점에 이르렀으며, 공격적인 연준의 인상 정책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며 타격 징후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번 주 나올 인플레이션과 성장률 수치를 언급하며 “인플레이션 수치는 계속 하락하고, 성장률은 상대적으로 영향을 받지 않는 골디락스 시나리오가 예상되며, 시장이 올해 마지막 달로 이동하면서 긴장이 다소 완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글로발트(GLOBALT) 인베스트먼츠의 키스 부처난 선임 포트폴리오 매니저도 마켓워치에 “연착륙에 대한 시각이 유효하고, 시장은 내년 연방기준금리가 3~4회 인하될 가능성을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며 “소비자들이 연착륙에 대한 낙관론에 힘을 실어 주고 있다. 소비자들이 우리를 침체에서 벗어나게 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에서 마감 시점 연준이 오는 12월에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은 96.8%에 달했다. 내년 5월까지 연준이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은 53.6%,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은 41.6%에 달했다.
다만, 월가의 저명한 경제학자이자 알리안츠그룹의 고문인 모하메드 엘 에리언은 시장의 낙관론이 너무 과도하다며 11월 주가 랠리를 이끈 국채금리, 유가 하락 등과 같은 요인들이 역전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中 부동산 부실·홍콩 단기 조달금리 급등 등 조심해야…소비 호조는 하방 지지 요인”
이날 국내 증시의 흐름에 대해 국내 증권가에선 ‘숨고르기’ 장세가 펼쳐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국 신규주택판매 부진에 따른 금리와 달러 하락,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의 휴전 연장 등 양호한 매크로 환경이 펼쳐지고 있다”면서도 “최근 주가 상승에 따른 피로감이 누적됐고, 주중 예정된 PCE 물가지수, 베이지북, 11월 한국 수출 지표 등 주요 이벤트를 앞둔 대기심리가 작동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이날 코스피 지수가 0.2~0.4% 상승 출발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 연구원은 “코스피가 최근 5거래일째 2500선에서 등락을 거듭하는 모습을 보이며 기술적 저항과 추가 모멘텀 부재에 따른 눈치보기가 지속되는 상황”이라면서 “미 국채수익률 하락과 달러 약세 영향으로 외국인 수급 유입 환경은 개선됐지만, 중국 부동산 부실 이슈와 홍콩 단기자금시장 조달금리 급등 등 역내 이슈는 조심스러운 부분”이라고 짚었다. 이어 “글로벌 연말 소비 호조에 대한 기대는 하방 지지요인이 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단기 박스권에 갇혀있는 코스피·코스닥 지수 내에서 테마간 순환매가 빠르게 일어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도 나왔다. 한 연구원은 “인공지능(AI) 등 신성장 관련 섹터와 에코프로머티리얼즈 등 기업공개(IPO) 쪽으로 시장참여자들이 신규 재료 매매에 나서는 점은 국내 증시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현상이긴 하나, 내년 4월 총선과 관련한 정치 테마주나 중간중간 우선주들도 급등세를 연출할 정도로 개별 종목 장세가 심화되고 있다는 점은 우려스러운 부분”이라면서 “신규·정치 테마주가 중소형주 전반에 걸쳐 주가 변동성을 확대시킬 가능성을 열어두고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