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5개사 1~10월 손해율 78.6% ‘양호’
보험료 2% 이상 인하 가능성 높아져
물가상승 따라 보험료 원가 부담도 커
정비수가 6% 인상 요구…건보수가도 올라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역대급 실적을 지속 중인 손해보험사들이 자동차보험 손해율까지 양호한 수준을 기록하며 거센 자동차보험료 인하 압박에 놓였다. 하지만 정비공임 인상 등 지급 보험금 증가 요인들도 적지 않아 인하 폭 확대 요구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24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5개 대형 손보사(삼성화재·DB손해보험·현대해상·KB손해보험·메리츠화재)의 1~10월 누적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평균 78.6%로, 전년 동기(79.8%) 대비 1.2%포인트 개선됐다.
최근 고유가가 지속되고 사고건수가 줄면서 손해율이 개선된 것으로 전해졌다. 손보사들은 78~82% 수준의 손해율을 회사가 손해를 보지 않는 적정 손해율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자동차보험료 인하 압박은 커지고 있다. 현재 금융당국과 업계는 보험료 인하 폭을 논의 중으로, 1.5~2% 인하가 유력했으나 2% 이상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역대급 실적에 양호한 손해율까지 확인된 만큼, 상생금융 차원에서 보험료를 더 내려야 한다는 게 당국의 입장이다.
하지만 손보사들은 내년 자동차보험금 증가 요인도 만만치 않다며 인하 폭 확대 요구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정비수가 인상이 그 중 하나다. 정비수가는 보험사가 사고차량을 수리한 정비업체에 지급하는 공임비로, 보험료의 원가에 해당한다. 정비업계와 손보업계로 구성된 자동차보험정비협의회가 24일 회의에서 내년도 자동차보험 정비수가 인상률을 논의할 예정인데, 정비업계는 6%대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통상 정비수가가 3% 인상되면 자동차보험 손해율도 1% 가량 상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정비업계의 요구대로라면 손해율이 1% 이상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 이에 정비수가를 동결해야 한다는 손보업계 입장과 정비업계 요구 간에 간극이 큰 만큼, 합의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내년도 건강보험 수가 인상도 자동차보험금 지급액 상승 요인이다. 내년 평균 수가 인상률은 한방이 3.6%, 병원이 1.9%로 결정됐는데, 자동차보험 한방 진료비가 양방 진료비를 추월한 상황에서 수가 인상이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그밖에도 자동차사고로 인한 휴업손해, 수익상실 등을 보상하는 데 기준이 되는 일용노임 인상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손해율이 양호하긴 했지만 물가 상승에 따라 정비수가 등 보험료 원가에 포함되는 항목들이 오를 가능성이 크다”며 “이런 상황에서 보험료가 당초 예상보다 크게 인하되면 보험사 입장에선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