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촌 사람들 무얼 먹을까

세계 각국 장수촌의 공통점은 깨끗한 공기, 맑은 물, 이 외에도 먹는 음식에 있다.

이 가운데서도 먹거리는 건강과 장수로 직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계 3대 장수촌으로 꼽혔던 파키스탄 훈자마을이 식습관에 변화가 생기면서 장수촌에서 탈락할 위기에 놓인 사실이 이를 말해준다.

훈자마을은 히말라야 고산지대로 청정지역이다. 이 마을에서는 120세 할아버지가 지붕 위에 올라가 살구 열매를 말리고 직접 농삿일도 하는 풍경이 흔한 곳이었다.

이들의 식사는 가공과 탈곡을 하지 않은 거친 곡물가루와 과일, 채소, 고구마, 참깨 등이 위주였다. 여기에 소량의 포도주나 복분자주를 섭취하고 광물질이 섞인 물도 장수의 비결로 꼽혔다.

하지만 장수마을로 유명세를 타 외부 관광객이 유입되고 도로가 건설되면서 육류 소비가 늘고 정크푸드까지 맛보게 됐다. 그 결과 전에 없었던 병원과 약국이 생기고 각종 성인병이 급증하게 됐다. 환경뿐 아니라 식습관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말해 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이런 점에서 세계적인 장수촌으로 꼽히는 광시(廣西)성 바마(巴馬)현도 위험한 곳 중 하나다. 바마현은 과거 극빈지역으로 옥수수와 콩이 주산물인데 이 거친 곡물이 장수의 원천이 됐다.

이들은 특히 밥을 죽처럼 질게 먹고 채소 요리는 볶지 않고 삶거나 쪄서 먹는다. 고기도 먹지만 소량만 먹는다. 대신 콩과 두부를 많이 먹는다.

특히 대마씨 기름인 훠마유(火麻油)를 요리에 사용하는 데 불포화지방산이 다량 함유돼 있어 노화를 방지한다. 유일하게 물에 녹는 기름으로 중국에서도 ‘장수 기름’으로 불린다.

또 차처럼 달여 마시는 부처손도 건강식품으로 꼽힌다. 부처손은 ‘장생초(長生草)’ ‘부활초(復活草)’ 등으로 불리는데 항암식물로 잘 알려져 있다. 물 한 방울만 있으면 다시 살아나는 강인한 생명력을 지닌 식물이다.

하지만 이 지역도 외부에 알려지면서 많은 환자와 관광객이 ‘건강 성지’로 몰려들면서 오염되고 있다. 주민들은 관광 수입이 늘어 경제적으로 윤택해졌지만, 이곳 역시 언젠가는 장수마을이라는 타이틀을 잃을 수도 있게 됐다.

건강식으로 유명한 지중해 국가인 그리스에서도 최고의 장수촌은 시미섬으로 꼽힌다. 이 지역 주민들은 심혈관 질환과 당뇨병 등 만성질병의 발병율이 다른 그리스 지역보다 34.7%나 낮다. 장수도 장수지만 나이에 비해 젊은 신체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더 놀라움을 준다. 현지에서 나는 과일과 채소, 생선, 올리브유, 곡물, 적당량의 포도주와 규칙적인 운동이 건강과 장수의 비결로 꼽힌다.

또 다른 지중해 국가인 이탈리아의 장수촌으로 불리는 남부의 캄포디멜레는 유럽에서 ‘영원한 젊음의 마을’로 통한다. 이들은 토마토를 최고의 건강식품으로 꼽는다. 토마토는 황금사과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베스트 건강식품이다.

한희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