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 생성형 인공지능(AI) 열풍을 불러온 챗GPT 개발사 오픈AI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놓고 샘 올트먼의 복귀 가능성이 주목 받는 가운데, 지분이 전혀 없는 비영리 이사회가 그를 해고시킬 수 있는 오픈AI의 비상식적인 지배구조가 도마 위에 올랐다.
오픈AI는 2015년 비영리 단체로 설립됐다. 회사 지분이 없는 비영리 이사회가 오픈AI 비영리 기관을 통제하고 해당 조직이 오픈AI 전반을 소유한다. 때문에 비영리 이사회가 최고결정을 내릴 수 있다.
이사회는 ‘인류에게 널리 유익한 안전한 인공지능을 개발한다’는 오픈AI의 창설 임무를 관리한다. 일반적인 기업들처럼 이익을 좇지 않겠다는 뜻이다.
2016년 작성된 11쪽 짜리 오픈AI 이사회 구성 관련 내규를 보면, 이사회 구성원들은 동료 이사를 선출하거나 해임할 수 있는 독점적 권리를 갖고 있으며 이사회 규모도 독점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 이사회 구성원의 과반수가 서면으로 동의해도 실행이 가능하다.
처음엔 올트먼과 테슬라 CEO인 일론 머스크만이 이사로 활동했지만 이후 오픈AI 공동 창업자인 그레그 브룩먼을 비롯해 몇몇이 2017년까지 차례로 합류했다. 하지만 오픈AI 방향성을 놓고 갈등을 빚은 끝에 2018년 머스크는 떠났다.
올트먼은 CEO가 되고 4년 후 사내에 영리 부문을 만들었다. 비용이 많이 드는 AI를 개발하기 위한 자금과 직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다.
이를 통해 AI 언어모델 개발에 필요한 수십억달러를 조달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영리 사업부의 단일 최대 지분을 소유하고 있으며 MS 외에도 세쿼이아캐피털, 안드레센 호로위츠 등 글로벌 투자자들로부터 113억달러(약 14조 5000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현재 오픈AI의 영리 사업부 가치는 약 300억달러(약 39조원)로 추정된다.
문제는 오픈AI가 영리 사업을 통해 탄생시킨 챗GPT의 대성공 이후에도 비영리 모기업이 영리 사업부까지 모두 지배하는 구조를 그대로 유지했단 것이다.
심지어 영리 사업부의 설립문서엔 이익 극대화가 아닌 공익 우선이 명시돼 있다. 이사회와 오픈AI의 발전 방향이 서로 상충될 수 있는 여지가 큰 것이다. 그 잠재된 문제가 이번 올트먼의 갑작스러운 해고로 표출된 셈이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유수의 투자자들은 (오픈AI의 영리 사업부) 투자에 참여해 수익을 약속받았지만, 궁극적으로 회사 운영에 대한 통제권은 그 누구도 갖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비영리 이사회의 4명이 올트먼 퇴출을 결의할 때까지 경영진 가운데서 이를 눈치 챈 사람은 임시 CEO로 임명된 미라 무라티 최고기술책임자(CTO)뿐이었다. 오픈AI를 공동으로 창업한 브룩먼도 갑작스럽게 이사회로부터 만나자는 연락을 받고 전화로 해임 사실을 통보 받았다.
이사회는 올트먼이 “이사회와 소통에서 정직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그를 해고했다. 오픈AI의 내규만 엄밀히 따질 경우 굳이 해고 사유를 명시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챗GPT 성공의 일등공신인 올트먼의 갑작스러운 해고는 실리콘밸리에 충격을 안겨줬다.
부랴부랴 무라티 임시CEO 등이 나서 올트먼 복귀를 추진하고 있지만 이사회 문제가 걸림돌이 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사안을 잘 아는 소식통은 올트먼이 오픈AI에 복귀할 의향이 있지만 기존 이사진을 해임하는 안을 포함한 지배구조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투자자들과 임직원, 이사회 간 협상은 오픈AI 최대 투자사인 MS의 사티아 나델라 CEO가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